27일 학생들간 물리적 충돌 가능성으로 긴장감이 감돌았던 전남대 탄핵 찬반집회가 대학측과 경찰의 단호한 관리로 다행히 큰 불상사 없이 마무리됐다. 극우 유튜버들의 자극적인 도발도 이어졌지만 현장에 있던 학생들과 시민들은 감정적 맞대응을 자제한 체 차분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전남대 총학생회, 민주동우회, 노조 등 9개 단체로 구성된 긴급행동은 27일 오후 1시께 전남대 후문 스포츠센터 앞에서 ‘전남대 지키기’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파면’을 촉구했다. 기자회견에는 총 40여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탄핵 반대’를 주장하는 일부 대학생들이 ‘부정선거 조사 촉구’ 시국선언을 예고하자 맞불 집회에 나선 상황이었다.

긴급행동은 ‘윤석열 탄핵’이 적힌 손팻말을 들어 구호를 힘껏 외쳤고, ‘내란정당 국민의힘’이라고 적힌 종이를 찢어 쓰레기통에 버리는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긴급행동은 “5·18 발원지인 전남대에서 내란 옹호 세력들이 5·18 정신을 더럽히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며 “올해는 5·18민주화운동이 45주년이 되는 해로, 전남대에서 일어나는 내란 옹호 행위에 침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내란 옹호 세력들이 대학가를 돌며 대학생들이 탄핵 찬성과 반대라는 갈등을 빚는 것처럼 선동하고 있다”며 “이들의 부정 선거 주장은 반헌법적 반민주주의적 궤변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긴급행동에 이어 광주전남대학생진보연대도 이날 오후 4시 전남대 후문에서 ‘내란옹호세력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남대 졸업생 기승은씨는 “전남대는 민주주의를 상징하고, 5·18 민중항쟁이 시작된 곳이다”며 “역사의 순간마다 항상 민주적인 자세로 국민을 위한 선택을 해왔다. 윤석열은 평화적 계엄이었다고 망언을 하는데 그가 파괴한 민주주의를 우리 국민들이 지켜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기자회견을 지켜보던 시민들도 ‘윤석열 내란 세력 물러가라’ 등 구호를 함께 외치며 집회 열기를 고조시켰다.

용봉동 주민 김연수씨(54)는 “윤석열이 탄핵되면 안 된다고 이야기하는 게 바로 저 극우세력들의 만행이다”며 “내란을 옹호하면서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민주주의 파괴 세력이 어떻게 광주까지 와서 헛소리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남대는 이날 극우보수단체의 교내 집회를 불허했다.

교내 진입에 실패한 극우 지지자들은 오후 2시부터 전남대 후문 1개 차선을 가로막은 채 방송차량을 통해 시민들에게 고성을 지르며 야유를 보내는 등 자극적인 행동을 일삼았다. ‘윤석열 탄핵’ 1인 시위에 나선 60대 남성의 마이크를 빼앗아 던져 파손하는가 하면, 이 남성이 항의하자 태극기를 든 채 폭행을 유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오후 5시 예고됐던 한 전남대생의 부정선거 조사 촉구 시국선언이 진행됐다.

광주경찰청은 탄핵 찬반 진영간 물리적 충돌을 막기 위해 전남대 후문을 중심으로 100여명의 경력을 투입했고, 인도를 중심으로 인간 띠를 만들어 양측 진영 간 접촉을 최소화했다.

한편 28일 조선대에서도 탄핵찬성 집회가 예고돼 조선대 총학생회와 민주동우회 등이 저지에 나서기로 하는 등 또 다른 충돌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다.

이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