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일 실시되는 조기 대선이 50여 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 힘 등 주요 정당이 경선룰을 확정하면서 대권 주자들 간의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국민의 힘은 10여 명 안팎의 후보들이 출사표를 던지며 적임자임을 자임하고 있으나 이번 대선이 윤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치러지는 조기 대선이라는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각종 여론조사 지표를 보더라도 아직 도드라진 후보가 보이지 않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이재명 전 대표가 1강 체제를 확고히 하며 독주하고 있는 형국이다. 전체 후보군을 모두 망라하더라도 현재로서는 부동의 1위라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지역민의 관심도 단연 민주당과 이재명 전 대표에게 쏠려있다. 전통적으로 호남이 민주당 지지세가 강했던 데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법·위헌적인 비상계엄에 대한 분노가 여전히 들끓고 있어 더욱 그렇다. 이번 대선이 '이재명 대 이재명의 싸움'이라는 말이 회자 되고 있을 정도다.

실제 그동안 역대 대통령 선거 때마다 광주·전남은 민주당 후보에 표를 몰아줬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선된 것도 호남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어 가능했다. 이에 대한 지역민의 자부심도 대단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지역민이 똘똘 뭉쳐 탄생시킨 민주당 정권이 우리에게 해준 게 뭐가 있었느냐는 반감 또한 엄연히 존재한다. 호남의 경제적 낙후와 정치적 소외는 여전하고 호남 인재는 중앙 무대에서 변두리로 내몰리다 못해 아예 찾아보기 귀하다는 자조 섞인 푸념마저 나오고 있다. 민주당이 잘해서 지지하는 게 아니라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을 받는 윤 전 대통령이 1호 당원으로 있는 정당을 차마 지지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말을 지역 어디에서나 쉽게 들을 수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 전 대표는 지역의 이러한 정서를 소수 일각이라고 치부하지 말고 마음 깊이 새겨들어야 한다. 정성을 다해 진심으로 지역민의 마음을 풀기 위해 노력할 때 비로소 신나고 긍정적이고 폭발적인 지역의 에너지를 끌어낼 수 있다. 광주·전남에서 에너지가 분출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역동성도 기대할 수 없다. 약무호남 시무당선(若無湖南 是無當選)이다.

특히 이재명 경선 캠프에 합류한 광주·전남 출신 인사들이 앞장서 이 같은 지역 정서를 정확히 알려줘야 한다. 입에 달콤한 약이 아니라 몸에 좋은 약을 주고, 귀에 솔깃한 말이 아니라 행동이 반듯해지는 참말을 전해야 한다. 정치인이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위해 견마지로를 다하는 것이야 당연하지만, 논공행상의 과실을 얻거나 후일의 입신양명을 꾀하는 방편으로 대세에 편승해서는 안 된다.

이재명 전 대표의 경선 캠프에서 역할을 하는 지역 출신 정치인 중에는 단 한 사람도 이런 인사가 없겠지만, 과거 정치판에서 이러한 경우를 종종, 아니 자주 봐왔기 때문에 하는 당부다. 사족이자 기우이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