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은 전국에서 초고령사회로의 진입 속도가 가장 빠른 지역으로, 전체 인구 중 약 25%가 65세 이상 고령층이다. 60세 이상 인구 비중도 52.5%에 달해 인구 구조의 급격한 고령화를 실감케 한다. 특히 농어촌 중심의 지역 특성은 돌봄·의료 등 복지 수요의 지속적인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에 비해 복지전달체계는 아직 구조적 한계에 머물러 있다. 민간 복지인력의 절대적 부족, 접근성의 제약, 사각지대 확대 등 복합적인 문제로 인해 기존의 행정 방식만으로는 다양해지고 심화되는 복지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제 전남 복지행정은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바로 ‘AI 기반 복지행정’이다. 인공지능(AI)은 더 이상 먼 미래의 기술이 아니다. 현재의 기술 수준으로도 복지 현장에 필요한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행정 자동화, 민원 대응 서류 심사 등 기본적인 기능부터 시작해 복지대상자의 위기 징후를 조기에 감지하거나 맞춤형 서비스를 설계하는 고도화된 기능까지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
예를 들어, 복지급여 수급이력, 건강보험 정보, 응급실 이용 내역, 고독사 위험 요인 등 다양한 데이터를 통합·분석하면 위기 가구를 조기에 선별하고 대응할 수 있다. 이러한 ‘예방 중심의 복지’는 기존의 ‘신청 중심, 사후 대응’ 복지행정의 한계를 보완하는 데 큰 힘이 될 수 있다. 전남처럼 인구가 분산된 지역에서는 AI 기반 예측과 분석 기능이 더욱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전남도는 이미 몇 가지 스마트 복지 모델을 통해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다. ‘찾아가는 행복버스’는 지역 간 의료·복지 격차 해소를 위한 모델로 자리 잡았고, 노인을 대상으로 한 IoT 건강관리 시범사업은 고령자의 일상 건강을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체계를 제시했다. ‘돌봄SOS서비스’는 갑작스러운 돌봄 공백에 대응하는 전자 기반 긴급 돌봄 서비스로, AI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현재 전남의 복지행정은 여전히 수기 업무 중심이며, 데이터 연계체계도 미흡하다. AI 복지행정으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몇 가지 핵심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첫째, 복지 관련 데이터의 통합이 시급하다. 다양한 공공기관, 민간복지기관 간 정보가 연계되지 않으면 AI는 실질적 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 데이터 통합 플랫폼 구축과 표준화가 선행돼야 하며, 이를 통해 위기 가구 선별, 급여 적정성 판별, 지역자원 자동 매칭 등 다양한 기능이 가능해진다.
둘째, AI 복지행정은 기술보다 사람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AI는 어디까지나 도구일 뿐이며, 복지의 본질은 결국 사람에 있다. 따라서 기술 도입과 함께 복지담당 공무원과 현장 인력의 디지털 역량 강화가 병행되어야 한다. 동시에 주민의 목소리를 반영해 수요자 중심의 서비스를 설계하고, 지역 특성과 생활환경을 고려한 알고리즘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
셋째, 제도적 기반 정비는 AI 복지행정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AI 기술을 복지행정에 안정적으로 도입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윤리 기준, 개인정보 보호 원칙, 지방정부의 책임 범위, 예산지원 체계 등이 마련돼야 한다. 특히 시군 및 읍면동 단위에서도 실제로 작동 가능한 실무 지침과 운영 매뉴얼이 마련돼야 하며, 관련 법령 및 조례 정비를 통한 제도적 안착이 필수적이다.
AI는 준비된 곳에 기회를 준다. 지금 전남이 디지털 복지행정을 선제적으로 준비한다면, 전국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를 경험하는 지역으로서 복지행정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복지는 기술을 넘는 사람을 향한 시스템이어야 한다. 한 사람의 위기 징후를 놓치지 않고, 조기에 개입해 따뜻하게 연결하는 체계, 바로 그것이 전남이 지향해야 할 AI 복지행정의 모습이다. 지금이 바로 준비할 때다. 전남의 복지행정은 AI와 함께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