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연기가 솟구쳐 오르는 화마 속으로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뛰어든 경찰관의 용기가 꺼져가던 한 생명을 살렸다.

20일 보성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후 1시 50분께 보성군 보성읍 한 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다급한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를 받고 즉시 현장으로 달려간 보성경찰서 읍내파출소 소속 박유민 경위(45)는 매캐한 연기와 거세게 타오르는 불길에 휩싸인 주택을 목격했다.

언덕으로 겨우 몸을 피한 가족들은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가 안에 계신다”며 울부짖었고, 박 경위는 이 절박한 외침을 듣고 주저 없이 불길 속으로 뛰어들었다.

당시 현장은 폭발음과 함께 시뻘건 화염과 검은 연기가 뒤덮인 위급한 상황이었다. 스스로 대피한 가족들 외에는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거동이 불편한 고령의 할머니가 안에 갇혀 있었다.

소방차가 도착하기 전, 집은 이미 불길에 휩싸여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어머니만이라도 살려달라”는 가족들의 간절한 외침에 박 경위는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는 근무복 외투에 물을 적셔 머리를 감싼 뒤, 망설임 없이 화재 현장으로 뛰어들었다.

박 경위는 “할머니를 구하러 들어가지 않았다면 앞으로 남은 경찰 생활 동안 비슷한 상황에 놓였을 때 자신 있게 구조할 수 없을 것 같았다”며 “구조를 포기한 자신을 평생 원망했을 것 같다”고 위급한 상황 속에서도 용기를 낼 수 있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불길 속에서 박 경위는 병상에 누워있는 할머니를 발견했고, 순간 과거 집에서 돌아가셨던 할머니의 모습이 겹쳐 지나갔다. 당시 심폐소생술에도 불구하고 할머니를 살리지 못했던 안타까운 기억이 떠올라, 박 경위는 “이번에는 반드시 살려야 한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그는 할머니에게 “제가 꼭 살려드리겠다”고 말하고, 연기를 마시지 않도록 할머니를 들쳐 업고 급히 밖으로 빠져나왔다.

구조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불길과 함께 녹슨 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고, 박 경위는 손과 발로 문을 차고 부수는 사투를 벌여야 했다.

유독성 연기를 흡입한 박 경위는 현재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 등 건강에 이상을 보이고 있지만, 구조된 할머니는 생명에 지장 없이 안정을 되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경위는 “단지 경찰관으로서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다”며 “예기치 못한 화재로 평온한 일상을 잃은 가족들이 하루빨리 안정을 되찾기를 바란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보성 지역 주민들의 안전을 지키는 데 더욱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박 경위는 “보성 지역은 대부분 시골로 사회적 약자들이 많다”며 “이번 화재를 계기로 화재 피해자들이 다시 웃으며 생활할 수 있도록 지역 사회의 따뜻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성=백종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