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가 조기 대선 국면에서 1호 지역 현안으로 꺼내든 과제는 국립 의과대학 신설이다.

의정 갈등에 이은 정부의 의대 정원 백지화로 애초 구상했던 내년 신설이 무산된 가운데 전남도가 전략 수정을 통해 제시한 2027년 개교를 위해선 대선 후보들의 입을 통한 공약화가 선결과제로 꼽힌다.

20일 전남도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2026학년도 의대 모집 인원을 증원 전 규모인 3,058명으로 확정·발표했다. 정원을 5,058명으로 2,000명 늘린지 1년여만에 원점 회귀다.

이에 따라 전남도가 내년 3월 개교를 목표로 추진했던 국립의대 신설도 잠정 무산됐다.

전남도는 곧장 2027년 개교를 목표로 재추진 의지를 밝혔으나 21대 대선과 9회 지방선거 경선시기가 맞물려 있어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발등의 불은 대선 공약화다. 전남도는 최근 각 정당과 캠프에 보낸 20대 지역 현안 중 1호로 ‘국립의대 설립’을 제시했지만, 실효성과 속도감을 담보하기 위해선 대선 후보들이 직접 언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이 때문에 오는 26일 열리는 민주당의 호남권 대선 경선과 합동연설회가 중차대한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의대 정원과 취약지 의대 신설은 별개라는 대전제 아래 의료 불모지 전남의 첫 의대 신설 명분은 차고도 넘치는 점을 집중 부각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전남의 노인·장애인 비율이 25.6%와 7.6%로 전국 1위고 의사 없는 유인도 역시 무려 164곳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그럼에도 지방의료원 내 상당수 진료과는 휴진 상태며, 공중보건의는 해마다 줄고 있다.

1인당 의료비 역시 242만원으로 경기도의 1.5배로 전국 1위다. 중증응급·외상환자 유출률도 48.9%, 49.7%로 전국 평균의 2배에 달한 데다 원정 진료로 인한 의료비 유출은 연간 1조5,000억원(70만명)에 이르고 있다.

응급실 전담 의사수도 전국 최하위인 반면 긴급환자 이송시간은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돌며 골든타임 확보가 버거운 실정이다. 중증 외상환자의 경우 대전은 43.4분인 반면 전남은 112.9분이고 급성 심근경색은 대전 89.4분, 전남 216.2분으로 2배 이상 걸리고 있다.

대학 통합을 선언하며 국립의대 유치에 나선 국립순천대와 국립목포대는 지난 18일 공동입장문을 내고 “전남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의과대학이 없는 지역으로, 도민의 의료기본권 보장과 열악한 의료현실, 그리고 산업재해 등 응급의료 대응에 있어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며 “양 대학은 지역의 절박한 의료현실에 응답하기 위해 서로의 이해관계를 넘어서는 역사적인 ‘대학 통합’을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통합 대학은 전남 국립의대 설립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공동으로 추진하는 핵심이며, 특정 지역이나 대학의 유불리를 떠나 180만 전남도민의 건강권과 생명권을 지키기 위한 책임 있는 결단이었다”며 “정부는 양 대학의 결단이 지닌 공공적 가치와 상징성을 깊이 인식하고 전남 국립의대 설립이 반드시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책임 있는 후속 조치를 취해주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여러 지표에서 전국 최하위를 다투는 경북과의 연대도 고민해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경북에선 안동 국립의대에 지역인재 육성, 포스텍에 연구중심 의대를 신설하는 방안을 투트랙으로 추진 중이다. 필요할 경우 의료시스템이 취약한 영·호남 지자체, 대학 간 연대를 통한 의대 신설과 정원 배정에 힘을 모아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모든 도민이 헌법에 보장된 차별 없는 건강권을 누리도록 전남에 국립 의대가 반드시 신설돼야 한다”며 “2027학년도 의대 정원을 결정할 의료인력수급추계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최우선으로 반영할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