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논의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후보들 모두 '행정수도 이전'과 '국가균형발전'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화두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이는 오늘날 '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이라는 말이 일상어가 되어버린 현실에 대한 반성이자, 윤석열 정부가 졸속으로 결정한 용산 대통령실 이전의 부작용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이기도 하다.
용산 대통령실은 당초 '국민과의 소통'을 명분으로 추진했지만, 실제 각 부처와의 물리적 거리 증가로 인해 국정 운영의 비효율을 초래했고 이전 과정에서의 발생한 막대한 비용, 치안 공백 등 수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무엇보다 용산 이전은 수도권 중심주의를 더욱 강화했다는 점에서 역대 정부가 추진해 온 공공기관 지방 이전과 국가 기능 분산의 정책 흐름에 역행한 것이었다.
사실 행정수도 이전을 둘러싼 논의는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이미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은 충청권에 새로운 수도를 건설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갖고 '신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제정을 시도했으나 헌법재판소가 관습헌법상 '수도는 서울'이라는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무산되고 말았다. 대신 세종특별자치시가 조성되었지만, 이는 행정 기능의 일부만 이전했을 뿐 주요 핵심 권력과 기능은 여전히 서울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그로부터 22년이 지난 지금, 다시 제기된 행정수도 이전 논의는 과거와 달라진 시대적 배경 속에서 더 무게감 있게, 더 시급한 과제로 다가오고 있다. 국가의 구조적인 불균형을 해소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설계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법으로 그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 국토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는 인구 절반 이상이 거주하고 있고 기업체 약 60%가 집중되어 있다. 반면 지방은 지속적인 인구 유출과 의료·교육 인프라 붕괴 등으로 소멸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수도권과 지방 간의 격차는 갈수록 심화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지역 간 불균형을 넘어 국가 전체의 발전과 경쟁력을 저해하는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
따라서 행정수도 이전은 정치적 논쟁의 대상이 아니라 국토 전체의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설계하기 위한 과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국가의 주요 기능을 과감히 지방으로 이전함으로써 수도권과 지방이 각각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면서도 조화롭게 발전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진정한 의미의 균형발전은 특정 지역의 성장만으로 이뤄질 수 없다. 각 지역이 고유한 특성과 자원을 바탕으로 경쟁력 있는 성장 동력을 창출 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과 실질적인 정책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를 위해 중앙정부는 국가 구조 개편에 대한 명확한 비전과 로드맵을 제시하고 지방정부에는 정책 결정과 재정 집행에 대한 실질적인 자율성과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 아울러 '상생 발전'이라는 큰 틀에서 지역 간 협력을 통한 정책 설계도 이뤄져야 한다.
결국 행정수도 이전은 국민 누구나 지역에 상관없이 동등한 기회와 삶을 누릴 수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한 첫걸음이다. 이제는 '공약'이 아닌 '실행'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한민국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행정수도 완성'을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로 인식하면서 진정성을 가지고 꾸준히 실천해 나가는 것이야말로 다음 세대에 물려줄 가장 소중하고 뜻깊은 유산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