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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장터 아낙의 손맛 스르르 미소가 번지네
■함평 생 비빔밥

2020. 03.19. 18:4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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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평하면 으레 나비를 먼저 떠올린다. 초화류와 아름다운 조경이 어우러진 엑스포공원, 돌머리 해수욕장, 군립미술관, 상해임시정부청사 등도 함평을 대표한다.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게 117년의 역사를 이어온 우시장이다. 그리고 그 우시장과 함께 고락을 같이 한 생비빔밥은 놓칠 수 없는 함평의 진미다.

지금은 대표적 서민 음식으로 꼽히는 비빔밥은 조선시대에는 특별한 날에 먹던 귀한 음식이었다. 이덕무의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 등에는 비빔밥을 제사 때 음복례로 먹거나 귀한 손님에게 대접한 음식으로 기록하고 있다. 시간을 거슬러 오늘날의 비빔밥은 돌솥비빔밥, 생채 비빔밥, 낙지 비빔밥 등 종류도 다양해졌다. 지역마다 이름난 비빔밥이 있는데 대표인 것이 전주비빔밥이다. 전주비빔밥이 현대와 전통을 아우르는 맛과 멋이 있다면, 함평 생비빔밥은 투박하고 정겹다. 오래전 시골장터에서 처음 먹던 그 맛 그대로다.



-우시장 아낙들의 생계수단

‘함평천지’로 불리는 함평은 공기가 맑고 땅이 비옥해 소를 키우기 더없이 좋은 환경을 갖췄고, 1903년 무렵 함평읍 5일장 주변으로 사람들이 몰리면서 우시장이 형성됐다.

함평 우시장은 영산포 우시장 등과 함께 전남을 대표하는 우시장 중 하나였고, 장이 서는 날이면 이른 새벽부터 거간하는 이, 구경하는 이들로 성시를 이뤘다.

자연스레 아낙들은 이곳에 자리를 펴고 집에서 가져온 음식 재료로 만들기 쉬운 비빔밥을 만들어 팔았다. 그러다 우시장에서 나오는 싱싱한 생고기를 고명으로 올린 것이 함평 생비빔밥의 시작이다. 그리고 117년이 흐른 지금도 그때 그 곳에서 명맥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비빔밥은 조리 자체만으로 단조로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결코 단순 하지 않은 게 비빔밥이다. 밥 짓는 과정부터 고명의 재료, 양념장까지 정성이 들어간다. 하나의 재료라도 어긋나면 맛의 조화를 낼 수 없다.

함평 생비빔밥의 핵심인 생고기는 암소의 우둔살만을 사용한다. 우둔살은 기름기가 없어 쫀득하고 찰진 식감이 일품이다. 생고기와 함께 비빔밥의 맛을 좌우하는 함평 나비쌀은 그 자체만으로 최고로 꼽힌다. 야채는 직접 농사를 짓거나 지역 제철 채소를 사용한다. 비빔장은 식당마다 맛이 달라 다양한 맛을 맛볼 수 있다. 여기에 갓 짜낸 참기름을 넣고 밥을 비벼 한 숟갈 머금으면 입가에 절로 미소가 번진다.

비빔밥 못지않게 신경을 쓰는 것이 선짓국이다. 기본으로 제공한 국물이라 쉽게 보면 서운하다. 선짓국에도 오랜 정성이 들어간다. 밤새 소뼈를 끓여서 우려낸 육수에 싱싱한 선지를 넣고 센 불에 계속 끓인다. 맑은 국물은 시원하면서 깔끔해 비빔밥과 곁들이면 맛은 배가 된다. 선지 식감도 순두부처럼 부드럽다.



-돼지비계 풍미 일품

함평 생비빔밥의 별미는 돼지비계다. 과거 소고기가 귀한 시절 상인들이 비슷한 식감을 찾아 삶은 돼지비계와 함께 섞어 먹었다는 설이 전해진다. 생비빔밥에 돼지비계를 넣는다는 것이 생소하거나 거부감 있게 다가올 수도 있다. 하지만, 삶은 돼지비계를 넣어 함께 비벼 먹으면 고소함과 쫄깃함이 배가된다. 기존에는 삶은 돼지비계를 기본으로 제공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돼지비계를 요청하는 경우에만 내어 줘 아는 사람만 찾는 별미다. 함평 어느 식당을 찾든 삶은 돼지비계를 주문하면 무료로 제공하기 때문에 색다른 맛이 궁금하다면 망설이지 말고 도전해보길 추천한다.

함평 5일장에 자리를 잡았던 우시장은 지난 2017년 학교면으로 이전한 상태지만 전통 생비빔밥의 맛을 전수하는 식당들은 여전히 장터를 지키고 있다. 2~3대에 걸쳐 옛 장터의 맛을 고수하고 있는 화랑식당과 대흥식당, 목포식당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정경복궁, 태화식당, 복명식당, 만복식당, 나비식당 등 14곳이 운영중이다. 식당마다 개성 넘치는 비빔장으로 관광객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117년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나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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