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세평>전세 양극화는 현재 진행중
한정훈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 기획금융팀장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독특한 제도가 있는데 이는 바로 부동산 전세이다. 다른 나라에서 찾아볼 수 없다는 점 외에도 전세는 우리 국민들을 울고 웃게 만드는 면에서도 아주 남다른 존재이다. 장점으로는 우선 부동산을 직접 매수하는 것보다 훨씬 적은 금액으로 계약기간 동안 내집처럼 주거의 안정성을 보장해주면서도 월세의 경우라면 필요할 주거비용을 절감해주는 유용한 면이 있다. 또한 내집 마련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월세부터 시작해서 처음 집을 장만하기까지의 중간 단계의 역할을 해주는 디딤돌의 역할도 맡아 왔다.

대부분 빌라 보증금 문제

그러나 이러한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최근 전세사기가 기승을 부리면서 전세시장에서는 불안과 불신이 팽배해 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전세사기가 사회 문제로 대두된 초기에는 모든 부동산에서 전세 기피 현상이 확산되었으나, 이후에는 상대적으로 안전하면서 월세로 대체도 어려운 아파트 시장에서는 다시 전세 수요가 회복되었다. 반면, 전세사기의 주 대상이었던 빌라는 전세 수요가 급감하여 서울 빌라 전월세 거래량은 지난달 35개월 최저치 수준으로 낮아졌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10월 인천을 중심으로 1,000채 넘는 집을 소유했던 40대 임대업자가 갑자기 사망하면서 다수의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 받지 못한 사건도 대부분 빌라였으며, 미추홀구 등에 수십여 채를 보유하였던 20대 임대업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터졌던 전세사기도 빌라가 주된 대상이었다. 수원에서도 800여 가구에 대한 수백억원대의 보증금을 가로챈 전세사기 사건이 벌어졌으며, 최근 광주에서도 133채를 매입해 보증금 95억원을 돌려주지 않은 일가족이 경찰에 입건된 바 있다.

학생이나 사회초년생의 경우 가격 부담이 큰 아파트보다는 빌라에서 주거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빌라의 경우 부동산 가격 대비 지분율이 낮은 경우가 많아서 소위 ‘깡통’이 될 가능성이 크고, 또 아파트보다 권리 관계가 복잡한 물건이 많아서 주의할 필요가 있다. 또한 수년 전부터 전세대출이 크게 늘어나면서 신축 빌라를 중심으로 이를 노린 전세사기가 더욱 증가하였는데, 전세사기 피해는 대부분 20~30대에게 일어나고 있어 전 재산과 다름없을 전세보증금을 타인에 의해 악의적으로 사기를 당한다면 그 충격과 여파는 정말 큰 타격일수 밖에 없을 것이다.

지방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필자는 서울로 대학을 진학하면서 당시 19살 나이에 홀로 부동산을 찾아다니며 원룸 월세 계약을 체결하였고, 이후에도 10년 이상 빌라 전월세 계약을 계속하며 살아온 바 있다. 그러한 경험에서 체득한 개인적인 전세사기 방지 팁으로는, 너무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신축 빌라는 조금 의심할 필요가 있으며 전세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권리관계를 확인해야 함은 물론, 현재 거주 중인 세입자나 근처 주민들에게 해당 빌라나 집주인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신축 빌라가 아닌 경우 통상 부동산중개소와 함께 방문하여 집주인 없이 거주 중인 세입자가 문을 열어주어 집을 구경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때를 적극 활용하면 유용하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등기제도의 공신력이 없기 때문에 등기부등본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경우가 있으므로 보험료의 부담이 있더라도 빌라의 경우 가능한 보증보험의 활용을 권장한다. 또한 추후에 보험이 거절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계약서에 보증보험 가입가능 여부를 전세계약의 조건으로 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제도적 보호 수단 강화를

다른 부문과 마찬가지로 전세 시장에서도 누군가가 악의적으로 사기를 노린다면 선량한 피해자는 이를 피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렇게 발생한 소비자의 불안 등으로 빌라 전세시장은 위축되고 있으나 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아파트 전세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데, 10월까지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는 지난해 대비 5% 늘었다. 특히 전용 60㎡ 이하 소형 아파트 전월세 거래는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이렇게 전세사기와 함께 아파트와의 선호도 격차가 더 확대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전세제도에서 빌라의 취약성이 유지되는 이상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전세제도가 주거 안정, 월세 부담 완화와 내집 마련의 디딤돌 역할을 건전하게 수행하게 하면서, 특히 사기에 노출되기 쉬운 젊은 세대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사전적으로 제도 보완과 전세사기 보호 수단을 보다 강화해야 하고, 사후적으로도 피해자 구제에 더욱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