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광주발전 없으면 허위의식
정진탄 논설위원


지난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광주를 방문해 민주화 투쟁에 대한 존경심을 표명했다. 그러면서 지역발전 전략을 잘 챙기겠다며 이 지역에서 의석을 얻고 싶다고 호소했다. 호남구애를 위해선 립서비스, 요식행위 정도론 어림없고 진정한 ‘퍼주기’를 지속적으로 해야 할 것이며, 그러면 조금이라도 표심이 넘어가지 않겠는가하고 생각해봤다.

미래 광주가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을 자주 던진다. 현상적으로 어제와 오늘, 내일이 다르지만 광역시인 광주가 서울특별시를 제외하고 부산광역시, 인천광역시, 대구광역시에 비견될 만큼 또는 그 이상으로 도시 기능과 면모를 드러낼 수 있을지 궁금하다. 광주발전을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시민이 적잖이 있을 것이다.

‘호남우선발전’이 균형발전

선거 때마다 거의 몰표를 줬음에도 광주발전은 이와 연관성이 없다는 듯 더디다. 아니 그 몰표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지역정치인이 광주발전을 위해 얼마나 힘쓰고 움직일지, 회의적인 게 솔직한 심정이다. 정권심판론, 검찰독재 타도처럼 중앙이슈에 매몰돼 있다는 점은 수없이 지적돼 온 바다.

“광주발전, 호남발전이 대한민국의 발전이다.” 시대정신을 이처럼 명시적으로 간단명료하게 밝힌 주체는 유감스럽게도 더불어민주당이라고 할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몇 차례 호남을 방문했을 때 선언적으로 밝힌 것이다. 윤 대통령 자신의 지식과 혜안에서 나온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통시·공시적으로 올바르게 보고 있다고 해야겠다. 물론 말로 하는 것과 구체적인 이행은 별개의 문제이긴 하지만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자체가 평가할만하다.

지금 호남발전, 그 중심인 광주발전을 도모하지 않고서는 모두가 곁가지이며 허위의식에 불과하다고 감히 주장하고 싶다.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국정과제 중 하나가 호남발전이다. 지역균형발전도 기실 ‘호남우선발전’이 아닐 수 없다. 역대 정부에서 인사와 발전정책에서 소외·차별을 받은 시대적 아픔을 치유·보상받아야 하는 시기다. 역사적 퇴장론이 일고 있는 586세력, 호남을 텃밭으로 하는 민주당은 정권심판론으로 표심을 호소하기 전에 지역발전을 위해 무엇을 해줄까를 고민해야 한다.

얼마 전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의 보고서는 가히 충격적인데, 한해 광주시민의 역외소비가 7,900억원으로 나타났다. 주로 요식업소 방문과 쇼핑이었고 서울 및 수도권 등에서 이뤄졌다. 쓰고 싶어도 쓸 곳이 마땅치 않아 밖에서 뿌린 것이다. 복합쇼핑몰 등이 세워지려면 앞으로 5년 안팎을 더 기다려야 해 이런 소비패턴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이번 총선과 관련해 프레임을 이렇게 던져본다. “광주와 호남발전을 꾀하지 않는 세력은 허위의식에 빠져있다”라고. 허위의식, 다시 말해 역사와 계급의식 없는 이데올로기는 자기 이익에 합치되는 것을 좇아가는 성질이 크다. 현재의 총선 프레임, 이데올로기적 구호는 검찰공화국, 검찰독재 심판론이다. 이런 심판론을 크게 매도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이에 가려진 인간의 욕심, 탐욕을 잘 짚어야 한다. 586세력을 중심으로 외치는 검찰독재 타파는 과거 군부독재 타도를 치환한 것처럼 보인다. 검찰독재를 끌어내리면 ‘민주독재’(자칭 운동권·민주화세력 재집권)를 하겠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민주독재는 형용모순이다. 민주와 독재가 함께 성립할 수 없다는 뜻이다.

군부독재에 항거했듯 검찰독재에 맞서 국민적 결집을 부르짖는다. 특히 광주와 호남 유권자에게 동원령을 내리는 듯한 분위기가 강한데 자제했으면 한다. 자칭 민주세력이 총선에서 승리하고 대선까지 거머쥐는 것은 자유이지만 그것은 궁극적으로 누구, 무엇을 위한 것인지 이 또한 묻고 싶다. 위기 때마다 결집했지만 광주와 호남은 왜 기울어진 국토(서남부 저발전)에서 지내야 하는가. 예를 들어 내년 한국이 주재국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같은 대규모 국제행사조차 치르지 못할 정도로 인프라가 열악한 곳이 광주와 호남이다. (부산, 경주, 인천, 제주가 개최를 위해 경쟁 중이다.) 만일 국제공항과 숙박시설, 컨벤션 등이 충분히 갖춰져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세계 정상이 광주 또는 전남에 온다고 상상해보라. 당장 흥분되지 않는가. 자칭 민주세력 또는 지역정치인이 이런 국제행사를 이곳에 유치 또는 개최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다.

자기 욕심·이익에 매몰

소위 구국의 결단을 많이 한 광주와 호남이 이제라도 최우선 발전해야 하는 게 맞다. 그런데 또 지역발전 전략 없이 검찰독재에 대항해 결집해야 한다고 하면 어떤 합목적성 때문인지 광주와 호남의 입장에서 설명해줘야 할 것이다. 광주와 호남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 정치세력은 허위의식에 사로잡혀 있다. 자기 욕심과 이익에 빠져있는 건 아닌지 짚어봐야 한다. 무조건적인 호남 유권자 표심 수탈, 이제 멈춰야 한다. 미래 호남 구상과 시대정신을 가져야 한다. 여야는 물론 제3지대, 새 정치세력 및 헌 정치세력 할 것 없이 모두 광주·호남발전 전략을 제일 먼저 말하고 정강정책의 맨 위에 둬야 한다. 그렇지 않은 세력은 허위의식에 사로잡혀 있다. 지역 유권자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