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5년 후 광주, 살 만해진다
정진탄 논설위원


열흘 전 개점한 수원 복합쇼핑몰 스타필드를 조만간 가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일종의 ‘문화적 강요’를 느꼈다. 국내 스타필드 중 최대 규모로 인기몰이를 하며 유력 일간지에 큼지막한 사진이 잇달아 게재됐다. 경기도 위례 신도시 스타필드를 방문한 적이 있는 필자는 이곳이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임에도 상품뿐 아니라 다양한 층의 방문객 수에 압도된 바 있다.

광주에서 복합쇼핑몰 건립 이슈가 본격화하기 이전인 2021년 여름 ‘더현대 서울’을 찾았을 때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상품은 뒷전에 배열되고 눈앞의 거대한 정원, 그리고 미니 신도시 같은 풍경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쇼핑 개념을 뒤엎었으며 예측을 불허하는 자본의 힘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아직 안 가본 분에겐 백문이 불여일견이겠다.

‘더현대 광주’ 글로벌 랜드마크

이보다 더 웅장한, 최첨단·초현대시설로 ‘더현대 광주’가 세워진다는 전언이고, 그러면 광주는 글로벌 랜드마크 하나를 확보해놓은 셈이다. 옛 방직공장 자리에 고급호텔과 함께 들어서 국내외 관광객을 유인한다면 광주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도시 기능과 이미지를 발산할 것이다. 광주에 어떻게 이런 자본주의 상징물이 들어서는 가라며 의아해할 필요가 없다. 이미 도심에는 고급세단, 최신 모델의 유럽·미국산 자동차가 질주하며 철저히 자본화돼 있다. 속물 자본주의라는 말로 위선을 지적하거나 비판할 계제도 아니다. 감당할 능력이 있으면 외제 자동차뿐 아니라 5성급 호텔에서 호캉스를 누리는 건 기본권에 속한다. 광주라고 하면 이상한 편견의 선글라스를 쓰고 검열하는 관행을 중지해야 한다. 되레 앞에서는 안 그런 척하며 뒤에선 호박씨 까는 것보다 훨씬 낫다.

옛 방직공장으로부터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엔 또 하나의 쇼핑·문화복합공간이 탄생한다. 신세계그룹이 백화점과 종합버스터미널을 아우르는 ‘융복합 쇼핑의 진수’를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광주시는 이 시설과 ‘더현대 광주’를 연결해 환상적인 ‘15분 미니도시’를 구상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또 어등산 관광단지 개발에 나서 레크리에이션이 가능한 호화리조트를 짓는다. 드라이한 광주에 일찍이 없던 이런 스펙터클한 시설이 5년 전후로 모습을 드러내게 되면 상전벽해를 실감할 것이다.

이 즈음 도심 땅속에는 지하철 2호선이 오가며 이동의 자유가 대폭 신장된다. 어찌어찌해서 일부 시민, 시민사회단체의 반발로 지하철 2호선 공사가 턱없이 늦어지긴 했지만 착공돼 천만다행이다. (왜 늦어졌는지 교훈을 얻었으면 좋겠다.) 지하철 2호선이 경유하는 대학들의 접근성은 몰라보게 향상될 것이다. 자동차가 없는 광주 청년들이 이동 불편을 호소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추억 속에 침잠한 광주역이 대대적인 재생사업을 통해 기를 펴는 날도 멀지 않다. 현재 창업스테이션 빌딩이 착착 올라가고 각종 편의시설이 갖춰지면 이 지역의 옛 영화는 재현된다. 광주역에 광주~대구 달빛철도 열차가 들어오고 KTX 고속철의 재진입할 경우 광주는 송정역(곧 대규모 확장사업 착수) 이외에 또 하나의 관문을 확보하게 된다. 달빛철도가 오는 2030년, 또는 1년 앞당겨 2029년 달리면 광주~대구가 1시간대로 가까워지며 문화, 경제교류가 괄목하게 될 것임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바라건대 여기에 교육부 사업 ‘글로컬대학’에 전남대를 비롯해 지역 대학들이 잇달아 선정돼 교육도시를 이끌어야 한다. 천문학적인 정부 예산을 지원받아 지자체와의 협력을 통해 청년 취업이 전성기를 맞을 수 있다. 올해 전기차 시대를 본격적으로 여는 광주형 일자리 GGM도 큰 힘을 보탤 것이다.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임대주택 사업도 차질 없이 진행돼 수년 내 아름다운 주거공간을 제공하면 광주는 꽤 살 만한 도시로 변모하게 된다.

빅이벤트 사업 청사진 마련

더욱이 군공항 이전 계획이 완료되면 후적지 개발로 꿈이 부풀어 오른다. 종전부지 개발은 현재 구체적인 시기를 확정하기 어렵지만 지역 미래를 좌우할 빅이벤트이므로 관계 당국은 긴 안목으로 청사진을 짜야 한다.

바다가 없는 광주가 무등산을 중심으로 관광산업을 펼친다면 갑자기 발전시계는 차원이 다른 속도로 빨라질 수 있다. 당장은 케이블카 설치가 힘을 얻지 못하고 있으나 전기, 수소트램 같은 대체 교통수단이 마련되면 북적이는 발길을 감당 못할 것이다. 인공지능(AI) 중심도시, 문화중심 도시, 맛의 도시 관련 얘기도 첨가될 수 있겠지만 거의 다 아는 얘기이므로 생략한다.

곧 설 연휴를 맞아 국내외 명소로 떠나는 즐거움에 들떠 있는 분이 많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5년 안팎이면 대반전이 일어나 광주행 TV홈쇼핑 관광상품이 동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일련의 도시 고도화, 첨단화, 세련화를 거치며 발전할 일만 남은 광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려보는 환상적인 미래가 실제 현실로 나타나기 위해서는 광주시 당국, 시민이 신뢰성을 더욱 굳건히 해야 할 것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살 만해지는 광주’를 유토피아로 끝낼 일이 전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