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장 뜨거운 이슈는 아마 의대 정원 대폭 확대에 대한 정부와 의사들의 강대강 대치에 따른 ‘의료 파업’일 것이다. 정부가 당장 내년부터 의대 정원을 매년 2천명씩 늘리겠다고 밀어붙이자 의사들이 강력 반발하며 가운을 벗어 던지고 줄사퇴를 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먼저 전공의들이 진료를 거부한데 이어 최근엔 전국의 의과대 교수들까지 집단 사직을 예고하면서 대치 상황의 끝은 오리무중이다.

의료 파업 키워드는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22대 총선마저 밀치고 맨 위 꼭대기를 차지할 기세다. 정권 심판이냐 안정이냐의 프레임 하에 치러지는 총선마저 제치고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작용하고 있는 ‘의대 정원 확대’의 강대강 대치에 환자들의 고달픔만 더해가고 있으니 씁쓸하다.

사실 우리나라처럼 의사가 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한 나라는 세계적으로 드물다. 대학 입시를 앞둔 고3생들의 최고의 희망 직업을 보면 이를 읽을 수 있다. 대입 수학능력시험에서 1등급 중 최상위권 점수를 얻은 수험생들에게 향후 진로를 물어보면 단연코 의대 진학으로, 희망 분포도가 가장 많을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광경이지만 대입 합격자 발표가 끝나갈 즈음 시골 마을을 지나다 보면 ‘000의 자녀 00군 00의대 합격’이라는 경축 플래카드를 쉽게 볼 수 있는 나라가 우리나라다. 의대에 입학하게 된 것을 축하도 아니고 ‘경축’이라는 단어를 넣어 축하해 주는것을 보면 그만큼 의대 진학이 어려운, 온 고을의 경사로 받아들인다는 의미니 ‘의사 됨’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짐작하고 남는다.

그렇다면 우리 국민들은 ‘의사 됨’을 왜 이리 선호할까? 답변은 의외로 간단하다. 바로 의사라는 직업이 갖는 최고 수준의 사회적 지위와 수입임을 부인키 어려울 터이다. 의대 졸업때 졸업생들은 의료 윤리 선언문인 히포크라테스 선서문을 읽고 그의 정신을 다짐한다. 환자의 치료에 최선을 다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건강하게 살아가도록 하겠다는, 의사로서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에 대한 각오일 것이다.

실제 대다수 의사들은 의료 현장에 진출, 이 숭고한 정신을 실현해 나가면서 사회적 존경도 받고, 높은 수입도 부가적으로 올리고 있다. 고대 그리스, 신화나 자연 현상에 지배를 받았던 히포크라테스 시대야 철학과 윤리관, 의학 등에 깊은 뿌리를 둘 수밖에 없지만 요즘같은 자본주의 시대, 의사를 바라보는 시선이나 그들 스스로가 갖는 직업 의식이 변화했음은 물론이다. 앞서 언급했듯 시대와 문화의 다양한 변천이 이뤄지면서 의사로서의 사명감 또한 변화를 몰고 오며 치료 과정에서 복잡해지고 발전적인 히포크라테스 정신이 발현되는 변화의 과정은 자연스럽고 당연하기 때문이다.

고민의 시점은 바로 여기이다. 정부가 ‘의대 정원 2천명 증원’에 반대하는 의사들에 대해 물러서지 않겠다고 강경 대응 기조를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지만, 의사들은 기득권이라는 주장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의사들 모두가 많은 수입과 사회적 지위를 보장받는 것도 아니고 대부분이 히포크라테스 정신으로 묵묵히 역할을 수행해 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 수가 등 제도의 불합리성은 개선하지 않은 채 의사 수만 늘리려 한다는 것이다.

사실 한꺼번에 2천명이라는 의대생 대폭 증원은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따라서 교육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후폭풍 또한 미지수다. 당장에 교육의 과부하는 말할 것도 없지만 의대 쏠림 현상으로 인한 대학 교육 전반의 붕괴를 가져와 한집 건너 의사 집안이 탄생하는 것 아니냐는 자조적 시각도 엄연하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저의 유래가 없는 합계출산율이고 보면 전혀 엉뚱하다고 볼 수는 없다. 의사 파업에 대해 기득권 시각이 강하지만 단번에 많은 수의 의사를 확대하는데 대한 부작용도 병존한다.

특히 정부가 여론을 등에 업고 의사정원 증원 강공 드라이브를 펼치는 것이 내부적으로 총선을 앞둔 전략이 아니냐는 시각도 야당 내에선 존재한다. 실제 의대 2천명 대폭증원 발표 직후부터 대통령과 집권여당의 지지율은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총선이 코앞에 다가온 현실을 감안하면 반발하는 의사들에 ‘타협은 없다’며 강경 일변도의 대응을 보인데 대해 국민들 상당수가 박수를 보낸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어떤 정책이 합목적성이 있다 하더라도 또 다른 의도나 목적이 드러나면 그 취지나 목적은 퇴색될 수밖에 없다.

어찌됐건 의료 현장의 혼란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전공의에 이어 의과대 교수들까지 가운을 벗어던지고 환자 곁을 떠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렇지만 진료 차질이 가중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이 부담하게 된다는 점에서 어느 쪽의 잘잘못을 따지기엔 한가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럴수록 근본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초점을 몸이 아파서 병원을 찾은 환자들의 고통에 맞춘다면 실마리는 풀린다고 본다. 그 해법이 바로 대화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환자가 없다면 의사도 없고, 정부도 없음은 당연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