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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자 감독' />■예술가들에 듣는 '80년 5월의 그날'- <9> 김경자 감독
"억압에 절대 순응하지 않은 강렬한 목소리 담아왔어요"
영화 거북이도 난다 영향받아 영화제작 입문
5·18 목소리낸 광주인물 조명
세번째 5·18 영화 '진달래꽃 좋아~'
광주독립영화제 폐막작 초청

2024. 05.29. 22:35:02

김경자 감독이 서구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나라 기자

1980년 5월 18일 당시 초등학교 3학년이던 김 감독은 1980년 광주의 5월을 주제로 영화를 제작하기 전까지 5·18은 흐릿한 기억의 한 조각이었다.

“홍역을 앓아서 아버지와 병원을 간 기억이 있는데, 광주의 풍경이 어수선했다는 기억 정도만 남아 있어요. 아주 어렸을 적이다 보니 사실 오월에 대해 제대로 기억하고 있지 못합니다.”

전남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김 감독은 영화 전공생은 아니었다. 단순히 영화를 감상하는 것을 좋아하는 정도였다. 그런 그에게 인생의 전환기를 맞게 해준 영화가 생겼다. 바로 영화 바흐만 고바디 감독의 ‘거북이도 난다’다.

미국 침공이 임박한 이라크 국경의 쿠르디스탄을 배경으로 한 영화는 아이들의 천진하고 무심한 눈빛을 통해 쿠르드인의 불행과 전쟁의 이면을 통렬히 고발한다.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해서 위안을 받고 용기도 얻었죠. 우연히 서울에서 바흐만 고바디 감독의 ‘거북이도 난다’를 보게 됐어요. 영화내용이 꽤 슬펐는데 나도 카메라를 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했어요. 전쟁으로 힘들어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사그라지지 않았거든요. 영화를 통해 약자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습니다.”

이후 김 감독은 ‘실패할지라도 억압에 순응하지 않고 저항하는 삶을 사는 인물’에 주목했다. 그렇게 시작한 첫 영화가 ‘소안의 노래’ 다.

“일제강점기 완도 소안도의 작은 섬에서 큰 저항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어요. 작은 섬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한반도의 축소판이라 생각했어요. 영화를 제작하면서도 어쩌면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비극들이 남과 북의 분단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억압에 순응하지 않은 사람들의 삶의 궤적을 쫓던 김 감독은 ‘분단’이 없었으면, 5·18도 일어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자연스레 광주의 오월에 관심이 갔다. 그렇게 탄생한 영화가 ‘외롭고 높고 쓸쓸한’이다.

“광주의 오월에 여성들의 목소리가 낮다는 생각이 들어 여성들의 오월을 담고 싶더라고요. 2012년 오월 여성들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오월여성제가 열린다는 소식을 접하고 선생님들과의 만남이 시작됐어요. 처음 만난 사람은 박영순씨었어요. 이후 5·18 가두방송을 한 혐의로 붙잡혀 독방 생활을 한 차명숙씨의 사연을 듣고 영화를 제작해야겠다고 마음을 굳혔습니다.”

영화는 1970년대 광주 로켓 전기, 가톨릭노동청년회와 함께 성장해 온 광주 여성 노동 운동을 시작으로 광주 민주화 운동, 광주 시민운동의 역사를 순차적으로 되짚으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끝까지 도움을 줬던 여성의 외롭고 쓸쓸하지만, 높고 우렁찬 목소리를 담았다.

“5·18 이전과 이후에도 억압에 저항하는 여성들이 움직임이 있었다는 게 좋았어요. 영화 작업이 아주 오래 걸렸지만, 그간 자세히 반영되지 않던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어 좋았죠. 성별 편가르기가 아닌 ‘광주의 오월 중심에 여성도 있었다. 함께 연대해 체계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힘이 됐다’는 것을 담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이후 영화 ‘풀이 눕는다’를 통해 박기순과 후배들의 이야기를 풀었고, 이번엔 5·18 마지막 수배자 윤한봉의 삶의 궤적을 따라가는 영화 ‘진달래 꽃을 좋아합니다’를 제작했다. 영화는 지난 19일 인천에서 열린 제12회 디아스포라영화제 장편 초정작으로 상영돼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미국으로 밀항한 윤한봉이 미국 전역에 광주 5·18을 알리고 ‘한청련(한국청년연합)’을 조직해 풍물을 치며 거리에 나서 타민족과 연대하고 조국의 민주화를 위해 목소리를 높였던 그의 목소리와 1989년 북한에서의 국제평화대행진을 기획하고 실행한 과정을 그린다. 영화는 오는 6월 30일 열리는 광주독립영화제 폐막작으로도 상영될 예정이다.

“영화 ‘외롭고 높고 쓸쓸한’작업을 마무리하던 2017년경 윤한봉기념사업회에 계셨던 대학교 은사님이 윤한봉기념사업회 10주년 기념 영상을 만들어달라 요청하셨어요. 윤한봉이 오월의멍에를 지고 분단을,평화를 넘으려는 것이 너무 매력적이어서, 영화를 만들고 싶어 이 일을 수락하고 본격적으로 고민했습니다. ”

윤한봉의 영상자료 적어 제작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생각보다 영상 자료가 많지 않았어요. 윤한봉 영화이지만, 그의 모습은 많이 나오지 않아요. 영화는 영상으로 말해야 하는데 자료가 많지 않아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다양한 시도를 해봤어요. 영화를 보면 전남도청에서 빠져나온 멸치가 바닷 속을 헤엄치고 모습 등을 그린 애니메이션도 나와요. 윤한봉 선생님이 처한 상황적인 심리를 상태를 표현하고 싶어 전현숙 작가에게 그림을 요청해 애니메이션을 만들었고 동료들의 인터뷰를 통해 하나씩 풀어가는 방식으로 제작했어요.”

김 감독은 윤한봉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를 제작할 수 있었던것에 대해 감사하다고 했다.

“올곧고 제 목소리를 냈던 윤한봉 선생님에 대한 작업을 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하더라고요. 윤한봉 선생님이 살아 계실적에 인연을 맺지 못했다는 게 아쉽더라고요. 정말 물어보고 싶은 말들이 너무 많은데 말이죠.”

김 감독은 앞으로도 변함없이 억압에 순응하지 않은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싶다는 이야기를 밝혔다.

“윤한봉 선생님이 한국으로 귀국하고 정말 마음고생을 많이 하셨다고 들었어요. 5·18 기념재단 창립기념문을 보면 ‘5월은 명예가 아니고 멍에’라고 표현거든요. 앞으로도 결코 약하지 않은 억압에 맞서 싸우는 강인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싶습니다.”

글·사진=이나라 기자

김경자 감독이 서구의 한 카페서 미소짓고 있다
김경자 감독이 서구의 한 카페에서 시나리오 작업을 하고 있다 이나라 기자
김경자 감독이 서구의 한 카페에서 시나리오 작업을 하고 있다 이나라 기자
진달래꽃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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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고 높고 쓸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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