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6 영광·곡성군수 재선거가 더불어민주당의 승리로 마무리된 가운데 치열한 경합을 벌인 조국혁신당과 진보당도 적지않은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1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진행된 영광·곡성군수 재선거 결과, 민주당 장세일·조상래 후보가 각각 당선됐다.

전국적 관심사로 떠오른 이번 재선거에서 민주당은 두 석 모두를 가져오며 텃밭 수성에 성공했다.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는 당의 심장부에서 ‘재신임’이란 결과물을 얻었고, 특히 이 대표 입장에선 다음달로 임박한 사법리스크 대응과 차기 대권가도에 숨통이 트이는 등 리더십을 다시한번 곧추세우는 계기를 마련했다.

민주당이 중앙과 지방의 역량을 총동원해 안방을 사수하는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면, 민주당과 박빙의 승부를 펼친 혁신당과 진보당이 거둔 성과도 적잖다.

이중 혁신당의 약진은 단연 두드러진다. 혁신당은 곡성 2위, 영광 3위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였지만, 창당 1년도 안된 신생정당으론 괄목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른바 ‘지민비조’라는 민주당과의 우호 전선을 깨고 정면승부를 택한 혁신당은 지난 8월 29일 영광과 곡성에서 워크숍을 갖고 호남 공략을 본격화 했다. 조국 대표는 선거 전날인 지난 15일까지 33일을 영광과 곡성을 오갔다.

‘진보 분열’을 우려하는 민주당을 향해서는 “지금 대선하자는 것 아니다. 지방선거판이 활성화돼야 대선 승리도 가능하다”며 경쟁을 요구했다. 지역 조직이 전무한 혁신당은 조 대표와 지도부가 ‘월세살이’로 신드롬을 일으키며 호남 리더십 상실을 우려한 이재명 대표의 참전을 이끄는 등 판을 키웠다. 본격적인 선거전에서도 민주당 후보의 재산 신고누락 문제, 진보당의 유권자 실어나르기 등 이슈 파이팅을 통해 전력 열세를 보완했다. 비록 정권심판론에 대한 지역민들이 호응과 조직력에 밀려 고비를 넘지 못했지만, 혁신당의 등장은 민주당 외 선택지가 없었던 지역 유권자들의 숨통을 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광 출신인 조국혁신당 서왕진 정책위 의장은 선거 직후 SNS를 통해 “조국혁신당으로서는 많은 수확이 있었다. 조직이 정비된 대중정당으로의 진화가 숙제였는데 이번 선거에서 경험을 축적했다”며 “민주당에서도 다양한 태도와 전략도 배웠다. 다음에는 양측이 더 성숙한 과정을 만드는 성찰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고 소회를 밝혔다.

진보당 역시 영광군수 재선거에서 30%가 넘는 득표율을 기록하며 위상을 재정립했다.

진보당 최초 ‘지자체장 자력 당선’의 목표를 이루지 못했지만, 혁신당 못지않은 존재감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진보당은 특히 현지에 상주한 김재연 대표를 중심으로 전국에서 몰려든 당원들이 쓰레기 줍기, 노인 방문, 교통정리 등 봉사활동을 선거 기간 내내 전개하며 유권자들의 마음을 잡았다.

진보당 이석하 후보는 낙선 인사에서 “군민 주권이 실현되는 군정, 정치혁신을 바라는 군민들의 열망, 지역소멸의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하는 군민의 소망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영광군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며 군민 곁에 있겠다”며 머리를 숙였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영광·곡성군수 재선거는 민주당 1당 독점의 지역 정치지형 변화의 신호탄이라 할 수 있다”며 “2년 뒤 지방선거에서 치열한 각축전이 예고된 만큼 텃밭 맹주를 자임하는 민주당 역시 달라진 모습으로 지역 유권자들에게 다가서야 하는 등 만만치 않은 과제를 안게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