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정 시장이 광주광역시를 맡은 지 2년이 되었다. 강 시장은 며칠 전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이룬 성과를 소개하면서 "시민과 공직자들이 '이제는 된다'는 변화의 희망을 보았다"고 자평했다.

과연 그럴까? 시민도 강 시장의 2년에서 변화의 희망을 발견했을까? 강 시장이 기자회견에서 소개한 성과 중 '100만 평 미래 차 국가산단'과 '광주다운 통합돌봄' 등은 평가할만한 성과라고 본다. 강 시장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GGM이 캐스퍼 전기차를 생산하여 해외 수출길에 나서는 것도 그의 임기 중에 발생한 희망적인 내용이다. 그러나 나머지 내용은 2년의 성과로 내세우기에는 미미하거나 공허한 내용들이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강 시장의 기자회견 내용 중 가장 공허하게 들린 것은 '메가시티로 대한민국 3대 축'을 구축하겠다는 부분이다. 메가시티 구상은 광주·전남을 긴밀한 상생과 발전의 단위로 삼겠다는 것인데 '광주전남발전연구원'의 분리에서 보듯 광주·전남의 상생 발전은 2년 전 보다 오히려 후퇴한 느낌이다. 군 공항 이전 문제도 그렇다. 이전 비용으로 제시한 5조 7천억 원은 8년 전 산출한 금액이다. 그동안 건축비가 얼마나 많이 올랐는가. 군 공항을 이전하려면 정부로부터 이전 비용의 최소 50% 이상을 지원받아야 할텐데 이런 주먹구구식 계산법으로 가능하겠는가? 복합쇼핑물의 경우 인구 감소, 온라인 쇼핑 확산, 중소상인들의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하나도 아니고 세 개를 한꺼번에 유치하여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기자회견 내용에 'AI 도시'와 관련한 내용이 많이 나온다. 강 시장은 AI 사관학교의 인재 배출과 AI 영재고등학교 설립 추진 등을 대표적인 성과로 내세웠다. 그러나 이 정도 수준으로 'AI 도시 광주'의 진전을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광주에 별로 호의적이지 않은 윤석열 대통령까지도 광주가 AI 도시로 우뚝 서도록 하겠다고 했는데, 강기정 호는 전임 시장 때 구축한 'AI 도시 광주'라는 상표권을 제대로 계승·발전시키지 못하고 있다.

광주시의 재정자립도는 40.7%로서 전국 광역시 중 최하위이다. 예산 부족으로 도시철도 2호선 공사의 완공 일정이 계속 지체되고 있다. 시 지원 예산이 깎여 일을 못 하겠다고 아우성치는 곳이 수없이 많다. 당연히 광주시장이 역점을 둬야 할 최우선적인 일 중 하나는 정부 지원 예산을 최대한 많이 끌어오는 것이다. 이 점에서 강기정 시장의 2년은 낙제점에 가깝다. 2024년 광주시 예산 중 정부 지원 액수는 작년보다 오히려 줄어들었다. 부산, 인천, 대전, 울산 등 지방 광역시가 모두 증가했는데 광주만 줄었다. 전남의 예산도 증가했다. 정통 관료 출신이고 중앙 정부에서 장관도 역임한 김영록 전남 지사나 이용섭 전 광주시장은 정무부지사나 문화경제부시장을 발탁할 때 기획재정부 출신 관료를 선호했다. 그게 예산확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치인 출신 강기정 시장은 문화경제부시장을 두 번 모두 비경제·비문화 분야 인사로 선임했다. 강 시장은 그의 인사방식이 철저히 논공행상식 혹은 재선만을 의식한 정치적 인사라는 시중의 혹평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여론조사 전문 기관인 갤럽과 리얼미터는 주기적으로 시·도지사의 직무 적합도 등을 조사한다. 강기정 시장의 성적표는 계속 10위권 밖이다. 당사자나 시민 모두 창피할 일이다. 그런데도 강 시장은 여론조사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한다. 강 시장이 시장에 당선된 게 사실상 여론조사 덕분(민주당 경선)인데도 그런다. 시민의 평가가 나빠도 민주당 권리당원만 많이 확보하면 되는 민주당 경선 방식을 믿고 그러는 것일까?

나는 시장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 때마다 옥석을 가리지 않고 '바꿔! 바꿔'를 외치며 연임을 허용하지 않는 광주시민의 투표 형태(민주당 경선 결과)를 여러 차례 비판한 바 있다. 이런 선거 풍토에서는 지역 발전과 인물 키우기 모두 어렵다는 생각 때문이다. 며칠 전 뉴스를 보니 부산광역시마저 인구소멸 예정지역에 포함되었다고 한다. 광주시민과 공직자 모두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필자가 강기정 시장 2년에 대해 이런 글을 쓰는 첫 번째 이유는 시의회, 언론, 시민단체 등 시정을 감시, 견제해야 할 기구의 역할이 너무 약하다는 점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강기정 시장이 환골탈태하여 남은 2년 동안이라고 시정을 잘 이끌고, 그 결과 시민들이 다시 뽑고 싶은 시장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시장이 잘 해야 150만 시민이 행복하고, 또 민주 도시 광주가 잘되어야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탄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