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로 닥쳐버린 ‘늙어버린 한국’

열린세상

정정용

주필



‘늙어가는 한국’의 상황이 좀처럼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미 30여년 전, 고령화 사회에 대한 경고가 귀가 아플 정도로 쏟아졌지만 어떠한 성과도 내지 못한 채 고령화라는 괴물은 오히려 속도만 붙이는 형국이다. 할아버지·할머니 세대가 손자·손녀 세대를 앞지른 상상 속의 통계를 경험한 지 이미 오래인데다 이젠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5명중 1명을 코앞이다. 우리 사회의 고령화에 대해 외려 다른 나라들이 “한국이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이라며 걱정을 해줄 지경이니 쓴웃음만 나온다.

엊그제 우리는 다시 씁쓸한 통계와 접해야 했다. 행정안전부가 밝힌 통계치를 보면 국내 65세 이상 주민등록인구가 1천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지난 10일 기준으로 1천만명을 훌쩍 넘어선데다 전체 주민등록인구의 19.51%를 차지, 고령인구 비율이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로의 진입을 눈앞에 두게 된 것이다. 특히 비수도권이 인구는 수도권보다 적은데 고령인구는 무려 100만명 이상 많다니 지방의 암울한 미래를 읽고도 남는다.



인구 5명 중 1명은 노인



30년 전인 1985년의 인구를 보면 가히 전설의 수치였다. 당시 유소년 인구는 1,209만명으로 고령 인구수 175만명보다 무려 1,034만명이 많았다. 그렇지만 2000년 이후 5년마다 100여만명씩 줄어들더니 저출생 현상과 대비되며 추락에 가까운 속도를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전남의 경우, 이미 10여년 전에 고령자 비중이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데 이어 올들어 전남 전체 인구의 27% 가까이가 65세이상 고령을 보이고 있지만 일단멈춤조차 없다.

고령화가 가속화되는 현 추세대로라면 우리나라는 10년 뒤인 2034년 전체 인구의 30%가 65세 이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며 전남은 이보다 훨씬 빨리 30%를 돌파할 것으로 우려된다. 무엇보다 일부 기초단체는 고령화율이 40%를 돌파한 지 오래다. 1위를 하지 말아야 할 부문에서 1위를 질주하고 있으니 착잡하다. 경제활동인구가 감소하면서 노인 부양력도 감소해 노인 빈곤문제가 심화되는 문제는 이젠 별 관심조차 받지 못하는 사회문제로 변해버린 형국이다.

이 같은 통계치는 이미 예상은 됐다. 하지만 막상 우려하던 상황이 현실이 되고 보니 마음이 더욱 무겁게 느껴진다. 실제 초고령사회 진입 여파로 경제성장과 재정, 일자리, 복지 등은 물론 교육과 국가안보에 이르기까지 국가의 모든 분야에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는 지금이다. 누구나 나이를 먹고, 또 나이를 먹어가는 것이 죄가 아니지만 젊은이는 줄어들고 노인은 늘어나고 있으니 경제 사회 구조가 건강하게 유지될 리 만무하다.



출산율 해결 없인 방법 없다



정부는 고령화 대책으로 최근 10년간 100조여원의 예산을 쏟아 부었다며 노력을 해왔음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통계치만 놓고 보면 결과적으로 지금까지의 노력들이 실패했음을 부인키 어렵게 됐다. 더욱이 우리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저출생 양상이 심화되면서 고령화와 또다른 한 축의 문제로 비화하고 있는 터이다. 인구 연령 구조의 변화는 경제 활동 인구 비중의 감소를 몰고 오고, 이는 노동 공급 감소에 따른 생산성 악화와 국가 잠재 성장률의 하락에 대한 우려로 비화될 수밖에 없다. 의료비 증가 등 사회 보장·복지 비용이 늘어나는 것 역시 피하기 어렵다. 급속한 고령화의 진행이 감당할 수준을 넘는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으로 치닫고 있는 셈이다.

이미 도래해 버린 초고령 사회의 심각한 부작용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출생율을 높이는 등 더 늦기 전에 대처하는 수밖에 없다. 어쩔 수 없이 맞이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대책이나 방법이라도 써봐야 할 것 아니겠는가. 홍수나 가뭄을 막기 위해 댐을 건설하고, 독감에 걸리기 전에 예방주사를 맞는 것과 같은 이치인 것이다. 대한민국이 직면한 재앙으로 꼽히는 초고령화사회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선 땜질이 아닌 구체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고민해야 하며 지금이 최후의 골든 타임이라는 점을 모두가 인식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