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상사와의 갈등으로 업무에 집중이 잘되지 않자, 30대 A 씨는 마음 반차를 내고, 사내 의무실을 찾아 갈등의 원인, 즉 상사에 대한 자신의 기대를 알아차리고 더불어 자신의 소통방식에 대한 점검의 기회를 가져본 후 한결 홀가분해진 마음으로 업무에 복귀한다.

몇 년째 취업 시험에서 낙방하고 있는 20대 B 씨는 불면과 집중 곤란이 지속되자, 인근의 골목 상담센터를 방문해 원하는 자기상과 실제의 자기상과의 괴리에 대한 자기수용의 시간을 갖고, 필요할 때 투약 가능한 수면제를 처방받아 집으로 돌아와 하루를 마감한다.

여중생 C는 자기 괴롭힘 예방 교육 수업 시간 과제를 떠올리며, 하굣길에 친구들과 함께 중학생 마음센터를 찾아 자신을 괴롭힌 원인과 대처 반응들에 대한 집단상담의 시간을 가진 후 집으로 향한다. 심리치료가 일상화된 비교적 근거리 미래의 어느 날을 그려본 것이다.

우리는 전쟁 세대 부모와 분단의 현실에서도 초고도의 압축성장을 이뤄냈고, IT 강국과 K 컬쳐로 국가의 위상도 매우 높아졌지만, 어느 외국인의 시선처럼,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일 수도 있다. OECD 대비, 자살률과 저출산율 1위, 최하위의 수면시과 근로시간 최상위라는 통계수치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아마도 우리에게는 '아직 부족해', '더 할 수 있잖아', '긴장의 끈을 놓지 마'라는 마음들이 있는 것만 같다. 너무 열심히 일하고 경쟁하며, 스스로에 대해서는 늘 자책하고, 이러한 마음들이 모여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협해왔을 것이다. 특히, '너만 힘든 거 아니다', '의지가 부족하니까 우울한 거지'라는 사회적 인식과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는 문화도 거들었을 것이다. 이에 더해 전문 상담자를 만들어내기까지는 10여 년 정도의 오랜 시간이 소요되고(1급 기준), 그 수도 많지 않아 진입장벽의 턱이 낮지 않다는 현실도 마음의 병을 들여다보게 힘들게 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사회적 인식과 진입장벽의 턱을 낮춘다면 마음건강의 문제는 지금과는 많이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심리상담의 경험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개방하는 매체들도 많아졌고, 특히, 인기 연예인의 상담 경험은 대중에게 끼치는 영향력이 크다. 더욱 반가운 소식은 올해부터는 전 국민 마음 투자 지원 사업이 대대적으로 시작되어 국민 누구나 심리상담의 기회를 국가 예산의 지원을 받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정부에 따르면, 우울이나 불안 등 정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을 대상으로 2027년까지 총 100만 명을 대상으로 심리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며, 소득계층에 따른 자기부담률은 0%에서 30% 범위 내에 있다고 한다. 국민을 대상으로 전문 심리상담의 기회(8회기)를 국가가 지원해주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기도 하다. 심리상담의 효과에 대해서는 차치하고라도 누군가 자신의 마음을 진심으로 귀 기울여 경청해주는 사람, 단 한 명만 있어도 우리는 스스로를 복원시킬 수 있다. 할 수 있는데도 하지 않고 있는 상황, 즉 스트레스가 되는 상황에서 벗어나 삶을 살아갈 원동력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심리상담은 그러한 한 사람을 신뢰롭고 안전한 방식으로 만나는 일이기도 하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우울증 인구는 2억 5,000만 명, 불안장애 인구는 3억 130만 명이라고 한다. 우리의 마음이 아프고, 종종 병이 나는 것은 인류 모두에게 해당하는 일로, 몸이 아파 병원을 찾는 것과 마음의 병으로 심리치료자를 찾는 것은 사실 같은 말이기도 하다. 미국 성인의 92%는 심리치료를 받은 사람과 데이트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고 하는 것처럼 구직 프로필에 자신에 대해 이해하고자 했던 시도들로, 심리상담 경험을 기재하는 것이 장점이 되는 날이 머지않아 오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장마가 어느덧 끝을 향해 가고 있고, 이달 말 정도가 되면 남쪽에서 따뜻한 기단이 올라와 차가운 기단을 위로 밀어내면서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된다고 한다. 높은 습도 가득한 일상, 그리고 올 한 해는 얼마나 더울까 생각하다 보니, 문득 마음도 더워지는 것 같아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재생시켜 놓고, 잠시 열기를 식혀본다. 눈 덮인 설원의 풍광을 앞에 둔 채 빙판 위를 달리는 자동차 타이어 마찰음과 바람 소리만 들릴 뿐, 고요한 정적마저 느껴지고 이내 마음이 평온해진다 '지금-여기'에 잠시 머무르는 일상 속 휴식, 마음의 영양제 하나 정도는 다들 챙겨보는 하루가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