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천고의 뒤에 /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 이 광야에서 목노아 부르게 하리라. 저항시긴 이육사의 광야 한 구절이다. 시구에는 일제의 탄압이 가혹해지던 상황에서 시인이 끝까지 놓치지 않은 ‘저항’이 담겨 있다.

한국인에게 이육사는 친숙하다. 문학 교과서에서 그의 작품을 자주 만나곤하기 때문이다.

저항시인 이육사는 올해 탄생 120주년이자 순국 80주기를 맞았다. 이를 기념한 책이 나왔다. 역사학자인 김희곤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장이 쓴 ‘이육사: 시인이기 전에 독립투사(푸른역사)다. 책은 2010년 펴낸 ‘이육사 평전’의 개정판으로 그간의 연구 성과를 더해 새롭게 구성했다.

김 관장는 언론인으로서의 삶과 무장투쟁에 이르기까지 40년간 다양한 활동을 전개한 이육사의 생애를 복원해 저항시인이 저항시를 삶으로 실천한 독립운동가로 재조명했다.

책은 당시 문인들이 남긴 자료, 일제강점기 경·검찰 기록, 언론 보도, 현장 답사 및 인터뷰 자료를 토대로 이육사의 생애를 복원했다.

이육사의 본명은 이원록, 어릴 때 이름은 이원삼이다. 1930년대 초 신문사 기자로 활동하던 시절에도 원삼이라는 이름을 더러 쓰기도 했다고 한다. 이육사라는 필명은 그가 수감돼 있을 때 받은 수인번호에서 유래했다는 뒷이야기는 매우 유명하다. 하지만 수인번호를 이름으로 택한 이유와 ‘육사’에 담긴 뜻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책은 이름의 변천과정과 각각의 의미를 밝힌다. 책은 이육사가 ‘육사’ 외의 필명으로도 활동했다는 사실도 알려준다. 육사는 시 못지않게 시사평론에도 힘을 기울여, 장제스 정책 비판과 중국 농촌의 몰락에서 국제무역주의에 이르기까지 세계정세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보여주는 비평을 다수 남긴 언론인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때 시사평론에는 대부분 육사가 아닌 ‘이활’이라는 필명을 사용했다.

이외에도 1927년 조선은행 대구지점 폭파 사건에 연루돼 투옥되던 시기부터 중국을 드나들며 민족의식을 키우던 때, 초급 군사간부로 활동하던 시절까지 이육사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나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