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는 상징성이 큰 예술적 오브제다. 끊김과 불통의 관계를 이어짐과 소통의 관계로 바꾸어놓는다. 다리에는 역사성이 깃들어 있다. 그래서 기억의 매개체 노릇을 한다. 또 현재성이 작용하므로 막힘을 뚫는 활로의 촉진제로 작용한다. 무엇보다 일방적 소통이 아닌 쌍방적 소통이란 점에서 다리는 고유한 미덕을 발한다.

다리는 양쪽을 잇는다는 면에서 활발한 가능성을 기대케 해준다. 그 아래 상시 맑은 냇물이 흐르고, 파란 바닷물이 젖어 흐르는 다리는 상투적이지 않아서 좋다. 고여있지 않고 물결쳐 흐르는 모습은 주저함을 뚫고 혈맥이 도는 것처럼 순환의 가치를 일깨운다. 한쪽 끝이 다른 한쪽의 머리에 이어져 순환되는 것을 의미하는 '교두결미(交頭結尾)'란 말을 상기시킨다.

미지의 외부세계를 향해 무한히 뻗어가는 열림을 맛보게 하는 다리, 설렘과 기대감이 꿈틀하는 거기는 미적 쾌감을 발생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가교역할이란 말을 종종 듣는다. 물리적, 심리적으로 거리가 있어 분리된 사이나 간극의 차를 서로 이어주는 역할을 칭한다. 다리의 상징적 기능에서 우리는 현대사회가 겪는 불화나 불통, 갈등 문제의 해결점을 시사 받게 된다.

아폴리네르의 시로 알려진 미라보 다리가 있다.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강은 흐르고/우리의 사랑도 흘러내린다.' 이렇게 전개되는 이 시는 세월 따라 강물은 흐르지만 사랑은 추억 속에서 지워지지 않고 기억되는 것임을 속삭여준다. 다리와 사랑의 의미를 동일시 한 시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세체이교'는 야경으로 아름답다. 도시의 서쪽과 동쪽을 이어주는 이 현수교는 관광명소가 되었다. 한강의 강북과 강남을 이어주는 '한강대교'는 1917년 개통되었고, 쌍둥이 아치형으로 확장된 인상 깊은 다리다. 한강의 기적의 물결이 유유히 흐르고 있다.

문학예술을 통과한 프리즘 속에서 만나게 되는 다리의 모습 또한 다양한 층위의 빛깔을 드러낸다. '오작교'는 견우와 직녀가 일 년에 딱 한번 만나는 칠석날, 까마귀와 까치가 놓는 다리다. 두 별의 거리가 16광년이나 되니 빛의 속도로 16년을 날아야 닿는 거리다. 하지만 우리의 상상 속에서 어김없이 둘은 짙은 교감 속에 상봉을 한다. 그날 하필 비가 내려 궁금증을 키우지만. 벌교의 '소화다리'는 1931년 건설되었다.

여순사건, 한국전쟁 등으로 이 다리 위에서 좌우익 간 총격이 번갈아 자행되었다. 공포와 한이 점철된 아픈 다리다. '메디슨카운티의 다리'는 제임스 월러의 베스트셀러 실화소설이다. 지붕이 있는 다리를 촬영하러 온 사진 작가와 중년 여인의 운명적 만남과 나흘간의 사랑 이야기를 품고 있는 다리다. 피에르 볼의 '콰이강의 다리'는 일본군 보급로의 철도가 지나는 다리 폭파 장면이 인상 깊다. 의무, 명예, 가치 충돌이란 주제와 함께 다리를 통한 권위와 추락, 흐름과 끊김이란 모순법칙을 담고있는 작품이다.

기억 속에서 다리는 역사와 더불어 흐름을 지켜왔고 어느 때는 붕괴되는 애환을 겪으며 흐름이 중지되었다. 오늘날 사회는 정치집단, 지역, 세대 간으로 갈리어 극한 대립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해와 배려 없는 공감 부족과 불통, 상대 탓, 독선적 주장이 난무한 가운데 갈등 증폭시키기에 열을 올린다. 상호소통과 이해와 교감의 물결이 흐르는 다리에서 막힌 혈로를 찾고 공존의 해법을 일깨워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