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빈다 앨범쟈켓

바닷가 마을 나자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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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마을 나자레

포르투갈 음악 파두를 널리 알린 두 파디스타가 있다. 그들만의 음악세계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전세계 음악인들의 심금을 울렸다. 전통 파두에 현대음악을 접목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아말리아 로드리게스 후계자’둘세 폰테스와 샹송가수로 활동하던 중 파디스타로 변신 베빈다가 그 주인공이다. 특히 베빈다는 양희은이 부른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를 포르투갈어로 번안해 불러 관심을 모은 바 있다. 그들만의 음악세계를 구축한 두 파디스타의 행적을 따라가 봤다.



●‘아말리아 로드리게스 후계자’둘세 폰테스(1969년 4월 8일 ~ )

둘세 폰테스는 1969년 포르투갈 중부에 위치한 작은 도시 몬티주에서 태어나 어린시절을 보냈다. 어릴 때 피아노를 배우면서 음악에 입문한 그녀는 이후에는 연극에도 관심을 보였다.

20대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음악활동을 시작한 그녀는 1991년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에 출전해서 루시타나 열정(Lusitana paixao)을 부르며 대중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아말리아 로드리게스의 눈물(Lagrima), 바다의 노래(Cancao do mar)와 같은 전통파두에 현대적인 스타일을 융합한 새로운 형태의 파두를 그녀만의 스타일로 선보이며 대중들에게 인기는 물론 ‘아말리아 로드리게스 후계자’라는 칭호를 얻게 됐다.

바다의 노래(Cancao do mar)는 영화 ‘프라이멀 피어(Primal Fear)’에 삽입돼 전세계적으로 알려지며 파디스타로서 유명세를 떨치게 된다.

그녀는 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꼬네(영화 미션 삽입음악 작곡)의 ‘유어 러브(Your love·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더 웨스트 삽입곡)’와 호아킨 로드리고 ‘사랑의 아랑훼즈(아랑훼즈 협주곡 2악장)’ 포르투갈어 버젼 ‘Meu amor sem Aranjuez’을 불렀고 세계적인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와 듀엣곡을 선보이는 등 다양하고 폭넓은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필자는 이베리아 반도 음악적 전통에 팝적인 요소가 가미된 둘세 폰테스 스타일의 파두음악을 좋아한다. 전통의 틀에서 조금 벗어나 있지만 오래돼 잊혀져 가는 음악이 새로운 색을 입고 재탄생돼 눈길을 끌기 때문이다. 필자는 물론 많은 음악 애호가들이 다양한 파두음악을 접할 수 있게 된 점도 그녀의 예술적 도전정신 덕분 아니었을까.

라고스 카밀로해변

제로니무스 수도원

●샹송가수로 활동하던 중 파디스타로 변신 베빈다(Bevinda)

베빈다는 1961년 포르투갈에서 태어나 두 살 되던 해에 프랑스로 이주했다. 그녀는 파두가 아닌 샹송으로 음악활동을 시작했는데 샹송가수로 활동하던 중 1988년 파리의 Le Cithea 공연을 통해 대중들에게 음악적 재능을 인정받게 됐다. 그녀는 이 공연을 통해 내면에 자리한 자신의 음악에 대한 열정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고 향후 삶을 음악에 바치겠다고 마음 먹었다. 미래 음악적 방향을 모국인 포르투갈의 음악, 즉 파두로 정했다. 그녀는 모국어인 포르투갈어를 배우기 시작했고 포르투갈을 자주 찾아가 고향의 정취를 느끼며 파두 고유의 정서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네팔과 파키스탄 등지를 여행하며 그 나라의 민속음악을 접했으며 음악적 상상력을 키워가던 1994년 마침내 포르투갈어로 된 ‘파퉁(Fatum)’을 발매했다.

앞으로 삶을 음악에 바치겠다는 그녀의 열정이 모국의 음악인 파두를 만나 ‘파퉁(Fatum)’ 이라는 앨범으로 세상에 나오게 됐다.그러기까지 고뇌하고 고심했을 그 시간들이 느껴질 정도로 수록곡 한곡 한곡이 특유의 리듬과 그녀의 감성이 잘 어우러져 있어 듣는이들로 하여금 음악에 푹 빠져들게 하고 있다.

앨범에 실린 ‘다시 스무살로 돌아간다면(Ter outra vez 20 anos)’을 두고 혹자는 ‘슬픔이 억만겹이 쌓여 만들어진 목소리’라며 세상에서 가장 슬픈 노래라는 평가를 받았다. 필자도 2022년 이 노래를 처음 불렀을 때 그 슬픔을 느꼈던 터라 그 말에 진심으로 공감이 간다.

‘아! 내가 만약 다시 20살이라면 아! 신이여, 당신을 사랑했듯 다시 사랑하겠어요(Ai, quem me dera/Ter outra vez vinte anos/Ai como eu era/Como te amei, Santo Deus) 침울해 보이는 내 눈빛/그대에 대한 하늘의 기대/그대와 나눈 키스/장미를 깨문 것처럼/내가 살던 그 당시에/당신을 기다린 것처럼(Teus olhos Pareciam dois franciscanos A espera Do ceu que vinha dos meus Beijos que eu dava/Ai como quem morde rosas/Ai como te esperava/Na vida que entao vivi) 지평선이 사라져 버리고/샘물이 말라 버린다 해도/그대 없이는 살지 못합니다(Podiam acabar os horizontes/Podiam secar as fontes/Mas nao vivia sem ti) 아! 얼마나 슬픈가 그대는 나의 꿈/내 안의 것만으로 행복하다 했는데/외면하고 돌아섰던 내가 너무 부끄러워요( Ai como triste/Eu dizer nao me envergonho/Saber que existe/Um ser tao mau e tao ruim/Que eras um ombro para o meu sonho/Trai‘ste o melhor que havia em mim) 아! 세월이 흘러 당신의 머리에 눈이 내리고/우리의 삶이 허물어져 버려도(Ai como o tempo/Pos neve nos teus cabelos/Ai como o tempo/As nossas vidas desfez) 만약 내가 다시 그대를 느낄 수 있다면/다시 20살이라면/다시 당신을 사랑할 수 있다면(Quem me dera/Ter outra vez desenganos/Ter outra vez vinte anos/Para te amar outra vez)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스무 살. 그때의 첫사랑이 이토록 슬픈 것이었을까. 필자는 특히 노래 후반부 “아~세월이 흘러 당신의 머리에 눈이 내리고 우리의 삶이 허물어져 버려도” 를 듣고 있으면 슬픈 영화 한편을 보는 것 같은 먹먹한 감정이 들기도 했다. 그 먹먹함은 영화가 주는 여운만큼 길었다.

● 양희은의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포르투갈어로 번안해 불러

베빈다는 양희은의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를 포르투갈어로 번안한 ‘이제 됐어요(Ja esta)’라는 노래로 불러 관심을 받기도 했다. 외국곡을 우리말로 번안한 경우는 많지만 우리곡을 외국어로 번안해 부른 경우는 많지 않아서인지 관심이 갔다. 원곡이 이별의 아픔을 다 이겨낸 원숙한 여인이 담담한 어조로 노래하는 느낌이라면 베빈다의 노래는 이제 막 이별한 여인이 아직 그 아픔을 다 떨쳐내지 못한 상태에서 부르는 슬픔이 묻어나는 듯하다. 원곡이 주는 감동과는 다르지만 베빈다만의 정서와 음악적 정체성을 보여준다. ‘이제 됐어요(Ja esta)’의 가사다. ‘어느 햇빛 쏟아지던 날, 당신은 내 곁을 떠났어요(Partiste de casa mum dia de sol)/텅 빈 침대를 남겨두고, 매정하게 그렇게 떠났죠(Deixaste a cama vazia e sem alma)/나는 몹시 울었어요. 하지만 이젠 됐어요(Choei as lagrimas todas, Ja esta)/더 이상은 당신 때문에 아프고 싶지 않아요(Nem mais um dia quero sofrer por ti)/당신은 더 이상 나에겐 존재하지 않아요(Esqueci-te ja nao es nada para mim)/우리의 사랑은 당신과 함께 내 곁을 떠난거죠(Nosso amor saiu contigo de casa)/창문을 닫아요. 아 ! 집안이 밤처럼 캄캄해요(Fecho a janela, o noite interior)/나는 조용히 내 사랑을 느껴 봅니다(Sinto-me calma (o) meu amor)/다른 사람의 몸을 더듬고 있을 당신의 손(Tuas maos moutro corpo nao e pessivel)/말도 안되죠. 나는 어리석게도 돌아오기를 신께 기도해요(Peco a Deus que voltes)/난 지금 당신이 어디에 사는지 알고 싶지 않아요(Nao quero saber onde hoje moras)/나는 어제 온 이 편지도 읽고 싶지 않아요(Nao quero ler ess carta que ontem chegou)/개봉도 하지 않은 이 편지(Essa carta que nao abri)/어느 날 당신을 기억하지 않을 거에(Mais um dia sem me lembrar de ti)/어둠이 나를 찾아 밀려오네요(A escuridao vem a minha procura)/우리 사랑도 당신이 떠나던 날 끝났어요(Nosso amor saiu contigo de casa)’

올 가을이 다 가기 전 베빈다의 아름답고도 슬픈 감성이 돋보이는 ‘다시 스무살로 돌아간다면(Ter outra vez 20 anos)’과 ‘이제 됐어요(Ja esta)’를 꼭 한번 들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둘세 폰테스와 베빈다는 전통파두에 다양한 나라의 음악을 접목한 뒤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구축한 파디스타다. 필자가 특별히 좋아하는 파디스타이기도 하다. 필자가 좋아하는 것은 단순히 그들의 음악만이 아니다. 그들이 음악안에서 고민했을 그 순간순간들을 포함하고 있다. 대중음악이 아닌 파두를 대중들에게 선보이기 위해 고민하고 있는 필자의 순수한 의지 역시 대중들 가슴속에 가 닿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