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한 클럽에서 설탕으로 마약 모조품을 제작해 유통한 사실이 적발되면서 마약 범죄의 안일한 인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마약이 쉽고 빠르게 번지고 있는 상황에서 모조품이 마약류에 대한 호기심을 가중시켜 실제 범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6일 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동명동 한 ATM기기 앞에서 마약으로 의심되는 흰색 가루가 발견됐으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긴급 감정 결과 설탕을 이용한 마약 모조품으로 밝혀졌다.

발견된 마약 모조품은 동명동의 한 클럽에서 핼러윈 이벤트를 위해 제작, 클럽 이용자들에게 배부한 것으로 감정 결과 마약 성분이 전혀 검출되지 않은 일반 설탕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모조품을 제작한 클럽 대표 A씨에게 경고 조치하고 다시는 모조품을 제작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하지만 A씨는 경찰 조사 이후 SNS를 통해 “할로윈 하다가 경찰서 조사받은 것에 대하여”, “할로윈하다가 수사받은 썰 풀어드립니다” 등 마약 관련 이야기를 게재하며 경각심을 갖기는커녕 오히려 마약을 놀이로 미화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마약 의심 가루는 모조품으로 밝혀지며 해프닝으로 종료됐지만, 모조품은 마약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고 실제 마약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지난달 27일 오후 10시 57분께 동명동 한 ATM기기에서 발견된 마약 모조품.

동구 주민 김모씨(25)는 “마약 모조품을 제작한 것도 문제지만, 반성 없는 태도는 더 큰 문제다”며 “마약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과거 ‘마약 청정국’으로 불렸던 대한민국은 최근 마약 범죄가 급증하며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광주·전남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21~2023년) 광주·전남지역에서 검거된 마약 사범은 2021년 385명에서 지난해 1,202명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2023년 기준 광주지역 마약 사범은 740명으로 10년 전(53명) 대비 14배나 증가한 상황이다.

특히 텔레그램, 엑스(X·옛 트위터) 등 SNS를 통한 마약 던지기 수법이 활발해지면서 광주·전남지역의 10·20대 마약 사범이 급증했다.

광주지역 10대 마약 사범은 지난 2년간(2020~2021년) 2명에 불과했지만, 2023년 31명으로 늘었다. 2021년 55명이던 20대 마약 사범은 불과 3년 새 5배 이상 늘어나 2023년 288명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은 호기심에 마약을 접하기 쉽고, SNS를 통해 마약류 정보에 쉽게 노출된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10대보다 20대가 더 마약에 취약하다는 점을 들어 이번 모조품 같은 경우 오히려 마약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동구 보건소 문영성 의약관리계장은 “최근 10년 사이 광주지역 청년층의 마약 범죄가 크게 늘어났다”며 “마약은 한번 시작하면 혼자 끊기 매우 어렵다. 중독 증상을 보인다면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광주전남지부 등 전문 기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주동구중독관리센터 박현선 센터장은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 마약 범죄가 급증하고 있어 심각하게 우려된다. 숨겨진 마약 범죄까지 고려하면 그 심각성은 더욱 크다고 볼 수 있다”며 “호기심으로라도 마약에 손대는 일이 없도록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법원에서 마약과 관련해 판결을 내릴 때 중독센터 상담을 의무화하고, 집행유예 기간 정기적인 상담을 통해 이들이 마약 중독에서 벗어나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