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존경하던 박효선 선배의 연극 정신이 깃든 상을 받게 돼 영광입니다. 생전에 저를 예뻐해 주던 선배가 더 잘하라고 주는 상인 것 같아 감개무량합니다.”

제2회 박효선연극상을 받은 지정남 배우(52)의 수상소감이다. 지 배우가 상을 받은 작품은 오월 1인극‘환생 굿’이다.

‘환생굿’은 망자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씻김굿을 배운 전라도 무당 고만자(지정남 분)가 굿판을 펼치며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굿소리에 자신 없던 그녀가 기상천외한 ‘영업’을 하면서 죽은 망자들을 환생시킨다. 극의 배경은 5·18 광주항쟁에 참여했던 여성들이 광산경찰서 유치장에서 벌어진 생리대 사수 사건이다.

“광주항쟁 때 항쟁에 참여한 여성 100여 명이 광산경찰서로 잡혀갔어요. 여성들은 생리가 나오는 상황 속에서 하루 1~2개로 제한된 생리대를 받으며 버텨야했어요. 인권이 무시된 것이죠. 여성들이 제 목소리를 내 생리대를 받아 냈다는기록 한 줄을 본 적 있는데 꽤 인상 깊었어요. 이를 바탕으로 극을 만들었고, 무당 연기를 위해 2년간 굿을 배웠어요.(웃음)”

지난해 11월 민들레 소극장에서 첫선을 보인 1인극은 입소문이 나면서 서울, 부산, 대구, 청주 등 전국에서 20여 회의 공연을 펼쳤다. 현재 영동과 진주 등에서 공연이 예정됐으며 끊임없는 러브콜을 받고 있다.

“제 공연을 보신 분들이 오월과 4·16 이태원 참사, 오송참사로 희생된 분들과 같은 공간에 있는 느낌이라고 하더라고요. 극 말미에 돌아가신 오월 여성들의 이름을 부르는 장면이 있는데 이태원 참사로 친구를 잃은 관객이 꼭 자신의 친구를 이름을 불러주는 것 같다고 말하더라고요. 이태원참사의 경우 현 정권에서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다보니 당시 희생자 이름이 안 알려졌거든요.”

배우와 제작진 등과 함께 마당극을 무대에 올렸던 것과는 다르게 ‘환생굿’의 경우 연기와 연출 대본 의상 까지 지배우 홀로 준비하다 보니 쉽지만은 않았다. 그럼에도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80년 5월의 이야기 하나만 보고 달려왔다고 한다.

“무대에 공연을 올리기 까지 1부터 100까지 과정을 혼자 해본 건 처음이에요. 올해로 31년 차 배우인데 의상과 소품은 신경 써본 적이 없었어요. 오로지 연기만 집중하면 됐거든요. 극 중에 3명의 여성이 나와요. 그 여성들을 만나는 과정과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채워가는 과정도 꽤 흥미로웠습니다.”

지 배우가 받은 ‘박효선연극상’은 고 박효선씨의 시대정신을 기리기 위해 지난 2022년 제정, 격년제로 시상하고 있다.

박효선은 5·18 광주민중항쟁 당시 도청 항쟁 지도부 홍보부장이었으며 오월을 다룬 ‘금희의 오월’ ‘청실홍실’ ‘모란꽃’ 등을 창작한 극작가이기도 하다. 지배우는 박 배우와의 애틋한 추억도 있다보니 이번 수상에 대한 의미가 남다르다.

“광주 민예총 송년한마당에서 박 선배가 연출을 맡은 작품에서 어린 광대역할을 했는데 당시엔 참 선배를 무서워했어요. 저를 참 예뻐해 주셨는데 극이 끝난 후 뒤풀이에서 잘했다며 따라주던 막걸리가 생각나네요.”(웃음)

앞으로 계획에 대해 지 배우는 대중화되지 않은 5·18과 여성인권을 주제로 한 이야기를 무대위에서 펼쳐 나가고 싶다는 계획을 밝혔다.

“예술은 이 시대를 가장 잘 표현하는 매개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여성인권은 물론 광주의 이야기를 꾸준히 만들어가고 싶어요.” 이나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