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국정개입 의혹이 정국을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전남에서도 김 여사의 국정개입 의혹이 제기돼 파장이 예상된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인 더불어민주당 이기헌 의원은 국정감사 기간인 지난달 15일 김 여사의 국정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이 의원은 김 여사가 지난해 11월 고흥 소록도를 방문한 이후 정부 부처가 움직였고, 수천만원의 예산을 들여 소록도 관련 용역을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2021년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소록도 관련 지적이 나왔으나 후속 조치가 없었던 점과 비교하며 김 여사의 국정개입이 명확하다는 게 이 의원의 설명이다.

대통령실은 지난해 11월 김 여사의 소록도 방문 다음날 ‘김건희 여사, 전남 고흥 국립소록도병원 등 방문 관련 이도운 대변인 서면 브리핑’을 내놓았다.

대통령실은 서면 브리핑에서 한센인들이 김 여사에게 “‘한센인 환자는 크게 줄었지만 차별은 여전하다. 소록도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나고 싶다. 새로운 소록도를 만드는 것이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김 여사가 “‘저 역시 소록도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없애기 위해 여기를 찾았다. 소록도는 더이상 환자들만의 거주 공간이 아니며,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문화탐방의 가치를 지닌 곳’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병원장에게 “‘소록도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어떻게 활용하고 후손에 물려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부연했다.

김 여사의 이 발언 이후 환경부 등 정부 부처들이 발 빠르게 움직였다.

환경부와 보건복지부, 국가유산청 등 정부 기관에 고흥군과 전문가, 민간인 등을 더해 15명으로 ‘소록도 미래비전 협의체’를 구성했고, 고흥군은 기획실장이 위원으로 참여했다.

환경부가 주관하는 협의체는 지난 5월 21일, 7월 9일, 9월 6일 등 3차례 회의를 진행했고, 7월께 7,277만원을 들여‘소록도 자연가치 등의 보전·활용을 위한 마스터플랜 수립’ 연구용역을 실시했다.

용역 과제는‘소록도의 자연·역사·문화 보전 활용’, ‘소록도 내 우수생태지역에 대한 보전방안 마련’, ‘소록도 자원과 연계한 생태관광 활성화 및 문화 컨텐츠 확대 방안’, ‘소록도 인식 개선(아픔·고립 → 생명·치유)을 위한 홍보방안 마련’ 등이다. 한센인 전문 치료·요양기관인 국립소록도병원 기능 개선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소록도 관련 문제에 꿈쩍 않던 정부가 김 여사의 소록도 방문 후 8개월여 만에 수천만원에 들여 마스터플랜 용역에 나선 것이다.

이기헌 의원실 관계자는 전남매일과 통화에서 “소록도 관련 얘기는 예전에도 있었고, 보건복지부와 고흥군, 국가유산청(전 문화재청) 등 입장차가 커서 제대로 진행이 안됐다”며 “미래비전 협의체에서 논의되는 내용에 대해 문제 삼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그런데 김건희 여사 한마디에 행정이 움직이고, 예산이 따라온 것이다”며 “김 여사로 인해 국가정책이 움직였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고흥군 관계자는 본보와 통화에서 “소록도는 보건복지부 재산이기 때문에 고흥군 자체적으로 개발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