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섬, 그리움 그리고 어머니를 주제로 노래한다.

오지 않을 존재들을 기다리고, 유년의 한때를 회상하며, 세상의 모든 연약한 이들을 호명하는 시가 독자의 마음에서 철썩인다.

이주빈 시인의 첫 시집이자 어른의시간 시인선 다섯 번째 책인‘내 고향 흑산도, 푸르다 지쳐 검은 섬’이 출간됐다.

1부 ‘네 이름마저 푸르다 지쳐 검은섬’, 2부 ‘온순한 슬픔 마르지 않게’, 3부 ‘한때 내가 너의 지문이었듯’으로 구성된 시집은 취약함을 정체성으로 삼아 전면에 드러내는 삶과 시를 표현했다.

꽃을 기다리는 날에는/묏등 삐비꽃도 피지않았다//파도를 기다리는 날에는/잔놀조차 일지않았다.//기다리는 날에는/모두 오지 않았다//객선머리에 머리를 덩덩 찧으며 통곡을 해도/바윗돌에 심장을 북북 갈아 피를 토해도//어미는 오지 않았다/사랑은 오지 않았다

2부에 수록된 ‘기다리는 날에는 아무도 오지 않았다’라는 시에서 그가 ‘통곡’하고 ‘피를 토’한다고 말할 때 무언가를 관철하고자 하는 결의보다는 비통함과 고독함이 전해진다.

대도시에서 학업과 기자 생활을 마친 그는 활기차고 편리한 타향을 떠나 어둡고 불편한 쓸쓸한 고향으로 돌아갔다.

자신의 고향을 정체성으로 내세우며 수십 편의 시를 쓰기 시작한 이 시인은 첫 시집 ‘내 고향 흑산도, 푸르다 지쳐 검은 섬’을 독자들 앞에 내보이기에 이르렀다.

추천의 말에서 류근 시인은 “시인이 나고 살았다는 흑산도가 전생의 섬인지 이승의 섬인지조차 가늠하기 어렵다”며 “산 자들의 울음과 노래가 이토록 철썩이는 시의 몸매를 다 입었으니 남도의 뭍과 섬들에게 이제 무슨 가락이 있어 더 돌아갈 능청이 있는 것인가. 생래적 시인이란 이런 것이다”고 했다.

홍성식 시인은 “그는 어쩌면 아주 오래전부터 시인의 성정으로 세상과 인간을 대해왔을 수도 있다는 걸 최근에 깨달았다”며 “그 깨달음의 근거가 지금 내 앞에 놓여있다”고 적었다.

신안의 섬 흑산도에서 태어난 이주빈 시인은 목포에서 중·고교를 다니고 조선대학교 러시어학과, 목포대학교 대학원 도서해양문화학을 공부했다. 20년 동안 오마이뉴스 기자로 활동하며 지역공동체부장·영국 특파원 등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