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철 대목? 사라진지 오래됐어요. 혹시나 해서 출근은 하는데 멍하니 앉아있는 시간이 더 많아요.”

광주시 북구 오치동에서 이사 업체를 운영하는 최 모씨(52)는 “수입이 절반으로 줄어 폐업을 고민중”이라고 토로했다.

금리인상 등으로 찾아온 부동산 거래 빙하기가 장기화되면서 일거리도 급격하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최씨는 “이사철에는 어두운 새벽에 출근해 깜깜한 밤에 퇴근하는 등 정말 바빴는데 이렇게 한가하다니 믿을 수 없다”면서 “최근에는 단가가 작은 원룸·소형이사, 큰 짐 운반 서비스로 연명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동천동에서 가구 도매업을 운영하는 한 모씨(49)도 최근 상황을 두고 ‘역대급 불경기’라고 표현했다. 이사를 하는 경우 가구를 바꾸는 경우가 많아 이사철 특수를 누리곤 하는데 기대 매출의 절반도 달성하지 못한 것이다.

그는 “가구는 신축 아파트 입주 시 단체 구매하는 경우도 있는데 최근에는 미분양도 많아 이마저도 준비된 수량을 다 팔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야말로 최악이다”고 말했다.

광주 부동산 시장이 꽁꽁 얼면서 관련 업계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거래절벽에 일감이 없어 고사위기에 놓인 것이다.

12일 국토교통부 ‘2024년 9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지난 9월 광주 주택 매매 거래량은 1,336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 전년 같은 달보다 9.3%, 5년 평균보다는 33.8% 감소한 수치다. 같은 달 전·월세 거래는 3,592건으로 지난해(3,752건)보다 4.3% 줄었다. 인허가 받은 주택 71호, 착공은 8호로 각각 지난해 같은달의 27.8%·0.3%에 불과했고, 분양한 주택은 없었다.

부동산 경기를 가늠하는 미분양 주택수는 1,294호다. 2020년 12월(31호), 2022년 12월(291호), 2023년 12월(5,96호) 등 최근 급격하게 늘었다.

거래 절벽으로 처음 직접 타격을 입은건 공인중개사들이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올해 1~9월 광주지역에서 휴·폐업한 개업공인중개사를 총 356(폐업 298·휴업 58)곳으로 집계했다. 이 기간 신규는 196곳에 불과하다.

지난 2022년까지는 개업 수가 폐·휴업보다 많았다. 지난해는 처음으로 폐·휴업수가 500건을 넘기며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올해 개업 수는 역대 가장 적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길었던 부동산 거래 침체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시행을 비롯해 주담대 금리 인상, 다주택자 대출 중단 등 가계대출 규제 강화 ‘3박자’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대출 수요를 줄였기 때문이다.

모종식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광주시회장은 “부동산 거래 빙하기의 가장 큰 원인인 금리 상승과 더불어 이번 3단 대출 규제로 광주시지회에서만 회원 400여 명이 떠났다”면서 “미 연준 금리 인하로 올해 말 부동산 경기가 나아질 것이라 기대했으나 이대로라면 내년 중반까지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홍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