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조사위 권고 사항도 거부한 행안부





5·18 민주화운동진상규명위원회(5·18 조사위)가 4년 동안의 조사 결과를 기초로 정부가 이행해야 할 권고 사항을 제시했으나 정부가 일부 권고 사항에 대해 이행 거부 의사를 국회에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5·18 조사위의 권고 사항이 강제 규정이 아니라는 점에서 정부가 원론적인 답변을 할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가 현실화한 것이다. 또 이번 정부의 5·18에 대한 인식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기도 해 관련 단체들과 지역민의 반발이 일고 있다.

5·18 조사위는 지난해 6월 4년간의 조사 활동을 끝내고 조사 결과와 정부 부처 권고 사항 11건이 담긴 종합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런데 이 중 행정안전부 권고 사항 5건이 모두 거부된 것이다.

행안부는 5·18 민주화운동 기념 사업 기본법 제정(5·18 기본법)과 5·18 연구재단 설립 및 지원에 대해 현행 법률과 제도로 권고 사항 이행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거부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5·18 정신을 기리고 함양하기 위한 유무형의 기념 사업을 국가의 책임과 지원으로 이뤄내기 위해서는 5·18 기본법 제정이 꼭 필요하다.

조사위가 제시한 기본법에는 기념 사업 내용 종합 및 시행 주체 국가 지정, 국립 트라우마센터 예산 전액 국가 부담, 유무형의 기념 사업 구분 명시 및 지자체 공익법인 등에 위탁 명시, 5·18 사적지 관련 기념 사업에 대한 종합 계획 수립 및 시행 계획, 전남도청 사적지 국가 관리 시설 전환 등의 내용이 담겼다. 어느 것 하나 불요불급하지 않은 게 없다.

행안부가 거부한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조사위의 진상 규명 결과 및 수집 자료를 관리 분석하고 5·18 정신 계승을 위한 연구 및 교육을 전담하는 연구재단 설립 및 지원을 권고했으나 거부했다. 5·18 성폭력 피해자 보상과 2차 피해 방지 대책에 대한 조치도 형식적이었다. 보상을 위해서는 시행령 개정이 필요한데 ‘5·18 보상법에 성폭력 피해자를 보상 대상에 포함했다’라는 식의 엉뚱한 답변을 내놨다.

행안부의 이러한 무책임하고 무성의한 답변은 조사위의 4년간 조사 활동을 허탈하게 할뿐더러 법안 개정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이제는 국회가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행안부가 거부한 권고 사항이 실질적으로 이행될 수 있도록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