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2차 체포영장 집행과정에서 경호처는 길을 터주는 등 사실상 협조했다.

지난 3일 1차 영장 집행 당시 공수처와 경찰이 경호처와 대처하다가 약 5시간 만에 철수 한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을 보였다.

15일 새벽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로 진입한 경찰과 공수처 수사관들은 관저 앞에서 영장을 제시한 지 약 3시간 만에 1, 2, 3차 저지선을 순조롭게 통과했다.

이어 오전 10시33분 비상계엄 공조수사본부는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고 공지했다.

공수처는 브리핑을 통해 “1차 집행 때와 다르게 집행을 적극적으로 막는 인원이나 경호처 직원들은 없었던 상황”이라며 “물리적 충돌도 오늘은 사실상 없었다”고 밝혔다.

이번 체포영장 집행이 순조롭게 진행된 가장 큰 이유로는 경호처의 소극적 태도가 꼽힌다.

현장에는 공수처와 실무 협의를 담당하는 소수 경호처 인력만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호처 요원들은 수사관들이 1차 저지선에 설치된 철조망을 절단할 때도 별다른 저지를 하지 않았다.

영장 집행을 저지해야한다고 주장한 경호처 지휘부의 입장과는 반대로 경호처 소속 경호관들은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일부 경호관들은 관저 내 대기동에서 머물거나 휴가를 가는 등 지휘부 방침을 따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1차 집행 당시 관저 저지선에 ‘인간 띠’로 동원됐던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55경비단과 33군사경찰경호대도 이번에는 눈에 띄지 않았다.

경찰특별수사단이 사전에 벌여온 ‘심리전’ 또한 무력 충돌 없이 영장 집행이 진행된 배경 중 하나다.

특별수사단은 지난주 경호처 내 온건파로 꼽혔던 박종준 전 경호처장, 이진하 경비안전본부장에 대한 피의자 조사 등을 토대로 경호처 내 분열 분위기를 감지했다.

공수처와 경찰은 경호처와 국방부에 영장 집행을 방해할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공문을 보내고 협조하는 직원은 선처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는 등 경호처 직원들을 설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