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비슷한 듯하면서도 이색적인 머나먼 아시아 끝쪽의 형제국

이스탄불이란 지명은 많은 한국인들의 너무 귀에 익숙하다. 우리나라가 최근 선진국의 반열에 들어서기 전부터 국민관광 또는 대중관광(mass tourism)의 시대에 진입했기 때문에 세계 최고의 여행지 가운데 하나로서 이스탄불은 터키 관광의 중심지로 부상했다. 일반 대중이 관광을 향유하는 대중관광시대엔 국민들도 해외여행 대열에 동참한 것이 현실이다. 많은 한국인들에게 호기심과 동경의 세계적 관광지로 버킷리스트에 오른 이스탄불은 그만한 역사 및 문화콘텐츠와 엄청난 관광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초거대도시로서 서울 인구의 1.5배가 넘는 경제수도이기도 하다.

이런 관광 트렌드를 반영하여 아시아쪽에 위치한 이스탄불의 구 아타튀르크 국제공항은 2018년에 개항한 이스탄불 국제공항으로 대체되었다. 이스탄불 국제공항은 세계 최대의 국제선 노선을 보유한 초대형 공항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공항은 유럽과 아시아를 이어줄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와 중동지역까지도 연결하니 항공노선에 있어서 결절지역(nodal area; 거점지역)의 이점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필자가 이스탄불 국제공항에 도착할 때 흑해 상공에서 한 번 선회한 후 평원지대의 공항에 사뿐히 착륙했다. 이스탄불 국제공항은 주변에 산이 없고 바로 흑해로 이륙하는 안정성 측면에서도 훌륭하다. 시내에서의 이격거리도 아주 짧은 편이니 참으로 편리하고 마음에 든다. 몰려드는 세계 각국의 여행객들도 똑같은 마음일 것이다. 필자의 자동차여행은 이스탄불 여행을 마치고 떠날 때부터 시작했다. 그때 자동차는 동부의 아타튀르크공항에서 렌트했다. 자동차여행이 끝난 후 차량 반납은 이스탄불 국제공항에서 이루어졌다. 이스탄불에 한해서는 두어번 전철과 택시를 타는 것 이외에는 워킹투어로서 아무 불편이 없었다. 차가 있어도 주차시설이 아주 열악하기 때문에 시내 관광을 할 때 차로 이동할 수가 없는 곳이다.

이스탄불 국제공항 인근 변두리의 방목된 말.

■세계 최대 국제선 노선을 보유한 이스탄불 국제공항 인근 풍경

이스탄불 여행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기 전날 우리는 국제공항 인근의 단출한 호텔에서 묵었다. 택시를 타고 호텔까지 가는 밤길은 어두워 이스탄불의 속살과 한 단면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가로등 사정이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했고 가로수도 한국만큼 잘 조성되지 않았다. 숙소에서 잠을 청할 때 다음날 이스탄불의 첫인상은 어떨지 자못 궁금했다. 오늘 이스탄불에 이르는 8,000km의 대장정은 정말이지 큰 스릴을 느끼면서 매 순간마다 눈길을 떼지 못했다.

인천국제공항을 3시경에 이륙하여 황해를 건널 때는 그 바다색을 느끼지 못했지만, 석양에 흑해에 도착했을 때는 흑해의 색깔을 분명히 목격했다. 황해처럼 흑해가 검은색을 띠는 확실한 과학적인 근거도 물론 있다. 필자처럼 오후 3시 이전에 이스탄불행 비행기를 타면 12시간 내내 사막과 초원으로 이어진 대륙의 비경과 광활함을 새처럼 활공을 즐기며 선명하게 조감도로 그려낼 수 있다. 한국 출발시 날씨가 궂어도 중국 산동성 쯤부터는 구름조차 찾기 어려운 장대한 스텝(steppe) 지역의 연속이다. 신장지역의 중심도시인 우루무치, 천산산맥의 설봉, 거의 말라버린 아랄해, 내륙의 바다인 카스피해, 조지아의 대 카프카스산맥 정상의 설경, 그리고 흑해에 이르는 대자연의 경이를 내려다 볼 수 있다. 한 여름에 떠날 경우를 기술한 것인데 겨울이면 은백색 세계를 훨씬 더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스탄불 국제공항 인근 잡초; 서양 엉겅퀴의 날카로운 가시.

다음날 반건조지역인 튀르키예의 기후특성대로 눈부신 햇살이 창문을 투과해 눈이 부셨다. 이스탄불에서 처음 기상한 날의 쾌청한 날씨에 변두리지역은 어떤 지리적 특성을 보이고 도시 경관은 어떤 모습일지 참으로 궁금했다. 일찌감치 혼자서 주변 거리을 답사했는데 변두리지역인데도 공터에 말을 풀어 놓은 데서 깜짝 놀랐다. 이후 여러 도시에서도 시내지역의 빈터에 말을 방목하는 장면을 여러번 구경했다. 튀르키예가 계획화된 도시화와 자동차로 교통의 현대화를 이루었지만 아직도 기마유목민족의 유전자가 남아 있는가 보다. 원래 이들은 목축을 하는 기마민족이 아니었던가. 중국 북부 초원지대에서 돌궐국을 이루었다가 500년 정도의 세월이 흐르면서 아예 강토를 현재의 튀르키예로 옮겨간 것이다.

민족 전체가 2만리나 되는 원거리를 말과 함께 이동해 간 놀라운 흔적을 도시내에서 방목하는 말에서 확인했다면 강수량이 반건조지역 보다는 나은 편(연간 700㎜)인데도 길가 잡초의 대부분이 상상할 수 없는 강한 가시로 무장한 점이 실로 경악스러웠다. 사막의 풀을 인간의 연약한 피부는 조심해야 하지만 이곳의 잡초도 그렇게 무서울 줄은 정말 몰랐다.

탁심지구 최대 관광명소로 랜드마크인 갈라타 탑.

■금각만 건너편의 최고 명소인 갈라타 탑

이스탄불은 유라시아 대륙에 걸쳐 있고 유럽쪽 이스탄불은 금각만(金角灣: Golden Horn)을 사이에 두고 소피아 사원, 블루 모스크 등이 있는 파티흐(Fatih) 지역과 갈라타 탑(Galata Tower)이 있는 갈라타 지역으로 나누어진다. 갈라타 지역은 탁심광장이 있어 탁심지구로도 알려져 있는데 돌마바흐체궁전 등 역사적인 기념물이 넘쳐나는 곳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지하철도 탁심광장에서 시작된다.

이스탄불이 문명의 교차로이자 비단길의 종착역이라는 명성을 얻은 지리적 이점은 지중해와 흑해의 연결부에 위치하고 유라시아 대륙과 동서문명의 연결고리가 되기 때문이다. 파티흐 지역에 주요 역사적 유적이 있는데 갈라타 지역과는 깊고 좁은 금각만으로 나뉘어져 있어 파티흐 지역의 콘스탄티노플 성채는 3면이 바다에 접해 오랫동안 난공불락으로 유명했었다.

전철 다리 건너편 갈라타 지역의 할리치 포트 호텔(Halich Port Hotel)로 2박을 정하고 본격적으로 이스탄불 여행에 나섰다. 그 호텔에서는 길을 건너 한 건물 빠져나오면 금각만 해변에서의 파티흐 스카이라인의 장관을 조망하게 되어 그 비경에 절로 경탄하게 된다. 해변공원의 황혼에 시민들의 여유로운 여가 모습도 구경할 수 있다. 우리는 우선 근처 갈라타 언덕의 갈라타탑을 구경갔는데 다음 글에서 갈라타 지역의 아이콘 랜드마크인 이 탑의 구경거리를 주로 다룰 것이다. 그리고 시내에 넘쳐나는 자유로운 고양이 떼와 개팔자가 상팔자인 길거리의 대형견, 수시로 눈에 띄는 길거리 웨딩 촬영도 이색적이니 제외할 수는 없겠다. /김성후 동신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