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11시께 광주 북구 용봉동 전남대학교 후문.
지역을 대표하는 상권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상가 곳곳에는 적막감이 감돌았다.
손님이 가장 많을 점심시간에도 음식점 사이의 골목길에는 인적 없이 한산한 모습이었고, 한 식당 내부에는 22개 테이블 중 단 한 테이블에만 손님이 앉아 있었다.
특히 젊음과 활기로 가득 찰 대학가임에도 대부분의 상가 유리창에는 ‘임대’라고 적힌 현수막이 내걸려 있어 지역 상권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또 통신사 대리점과 프랜차이즈 커피숍, 옷가게·액세서리 등 점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빈 가게로 남아있었다.
일식당 사장 김모씨(35)는 “요즘 불경기에는 단체 손님도 중요하지만, 혼자 방문해 주시는 1인 손님이 너무 귀하다”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김씨는 “1인 손님들의 방문을 유도하기 위해 뭐라도 해봐야겠다”며 “식당 앞 ‘1인 손님 환영’, ‘혼밥 가능합니다’ 등의 문구가 적힌 팻말을 부착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10년 넘게 전남대 후문에서 국밥집을 운영해온 이모씨(55·여)의 얼굴에도 깊은 시름이 가득했다.
점심시간이 지난 무렵 손님 단 한 명만이 국밥을 먹고 있었고, 배달이나 포장 주문은 한 건도 들어오지 않았다.
이씨는 “코로나19 이전에는 한 달에 100명 가량의 손님이 왔다면 현재는 반토막으로 줄었다”며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이후 손님의 발길이 뚝 끊겼고, 이제 한 달에 많으면 10~20명의 손님이 오시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주변 상인들이 힘들어 문을 닫는 모습을 보면 다음은 내 차례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정부에서는 상인들을 위한 혜택이 있다고 하지만, 정작 상인들은 체감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같은 날 오후 7시께 동구 아시아음식문화지구(구시청 사거리)도 대학로 상권과 다르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동구에서 설치한 조명 덕분에 골목길은 환하게 밝혀져 있었지만, 정작 음식점 내부는 썰렁하기만 했다.
한 술집 내부에는 5~6개 테이블 정도에만 손님들이 앉아 술잔을 기울이고 있을 뿐, 대부분의 테이블은 텅 비어 있었다.
메인 골목 곳곳에는 ‘임대’를 알리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고, 아시아음식문화지구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아시아 음식점들도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이른 저녁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영업을 마감하는 가게들이 눈에 띄었고, 그나마 영업 중인 음식점들은 환하게 불을 밝힌 채 손님을 애타게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거리를 오가는 시민들은 식당 밖에 게시된 메뉴판을 잠시 살펴보더니 이내 발길을 돌리기 일쑤였다.
주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28)는 “지난해 10월 이전에는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손님이 많았는데, 요즘은 평일·주말 가리지 않고 손님 보기가 힘들다”며 “임대료와 인건비는 계속 오르는데 매출은 줄어들어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광주지역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15.4%로 전 분기 대비 1% 감소했다.
전남대 공실률은 지역 상권 가운데 공실률이 가장 높았고, 그나마 1분기 44.6%, 2분기 38.7%, 3분기 35.1%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다.
과거 호남 최대 상권으로 불렸던 금남로·충장로 또한 전남대에 이어 공실률(25%)이 2번째로 높았다.
지역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상권을 찾는 사람이 적어지면서 프랜차이즈나 대형 업체들은 그나마 버티지만, 영세 상인들은 고사 직전이다”며 “임대료는 그대로인데 손님은 줄어드니 폐업하는 가게가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주몽 전남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IMF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환율을 기록하며 계속되는 경기 침체에 지역 상권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높은 인건비와 임대료는 소상공인들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하며 공실률 증가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기적으로 ‘지산지소’와 같이 지역 상품 소비 촉진 프로그램을 통해 소상공인들이 어려움을 버틸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서비스 산업 자체의 변화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하며, 젊은 층을 유입하고 지역 특성을 살린 특화 전략을 개발해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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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오후 12시께 광주 북구 용봉동 전남대학교 후문 한 상가 유리창에 ‘임대’라고 적힌 현수막이 붙어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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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오후 7시께 광주 동구 아시아음식문화지구에는 인적 없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