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이 올해 개관 10주년을 맞아 ‘내일의 아시아, ACC가 그리다’라는 슬로건으로 다양한 전시와 공연을 선보인다.

새 슬로건은 ACC가 아시아 전통과 현대문화를 적극적으로 융합하는 중심 기관으로, ACC를 매개로 문화예술을 변화·발전시켜 아시아의 내일이 밝아진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10주년을 맞아 선보이는 행사는 지난 10년간 축적된 문화기술 인프라와 창·제작 노하우, 그리고 아시아 문화기관들과의 협력을 엿볼 수 있는 전시와 공연이다. 전당장 직속으로 10주년 TF팀이 만들어져 2년간 10주년 사업을 준비해온 결과다.

전시에서는 전당의 가장 큰 전시공간인 1,2관에서 열리는 ‘애호가의 편지’, ‘미래운동회’, ‘봄의 선언’이 눈에 띈다. 흥미로운 공연 무대도 펼쳐진다. 미디어 판소리극 홍보가 ‘제비노정기’와 아시아 연출가 3인의 문화해석이 담긴 옴니버스식 연극 ‘아시아 연출가 3부작 : Remapping Asia’가 올 하반기 무대에 오른다.

#전시

●애호가 편지

ACC 10주년 전시는 아시아 대중음악이 표상하는 도시문화의 거울‘애호가 편지’로 시작된다.

3월 22일부터 8월 24일까지 복합전시2관에서 열리는 ‘애호가 편지’는 트로트와 아시아 대중음악이 표상하는 도시문화를 보여주는 전시다. 트로트와 도시 소리 풍경을 보여주는 작품 9종, 경계를 넘나드는 아시아 뽕짝 작품 5종이 전시된다. 또 현존하는 국내 레코드사 중 가장 오래된 오아시스 레코드에서 발매한 트로트 음반과 관련 자료를 전시한다. ACC 아카이브 중 ‘아시아의 대중음악’ 컬렉션에서 선별한 아시아 4개국의 대중음악도 감상할 수 있다.

참여 작가는 모과, 모이 트란, 모크 하슬룰, 메이와 덴키, 맹꽁이 서당, 박미라, 빠키, 신시가지, 일렉트로니코스 판타스티코스, 윤결, 콘크리트 지안피니드난, 테크노각설이, 로베르토 산타구이다.

이이남 작 ‘고사관수’

●ACC 미래운동회

4~6월 복합전시1관에서 열리는 ACC 미래운동회는 미디어아트와 스포츠, 게임을 융합한 국내 최초 관객 참여형 미래운동회다. 미디어아트를 ‘운동회’라는 친숙한 방법으로 접하도록 해 관람객에 참여의 즐거움과 예술적 창의성 경험을 제공한다.

예술기술을 활용한 ‘땅따먹기’, ‘디지털 컬링’, ‘즐겁게 춤을 추다가’ 등 체험형 전시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으며 실제 참가자를 모집해 운동회를 펼친다.

이 전시는 지난해 5월 일본 야마구치 정보예술센터(YCAM)와 융·복합 콘텐츠 공동 연구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새로운 시민 참여 스포츠 행사로 준비했다. 프로그램은 지난해 열린 콘텐츠 및 해커톤 대회에서 나온 아이디어로 복합전시1관의 대규모 공간에 맞는 콘텐츠로 만들었다.

료지 이케다 2024 ACT 페스티벌

●ACC 지역작가 초대전-이이남

지역작가 초대전은 미디어 아티스트 이이남 작가가 선보이는 미디어 산수다. 4월 4일부터 7월 6일까지 복합전시5관에서 열린다.

지역작가의 작품 활동을 꾸준히 지원하고 있는 ACC는 올해 광주·전남지역 대표작가 이이남의 신작 전시를 통해 전통 산수화 정신과 미디어아트가 결합된 현대 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미래의 불가피한 변화 속에서 소멸과 재생, 적응과 연대를 통해 새로운 형태로 나아가는 산수의 세계를 탐구하는 작품을 선보인다.

료지 이케다 2024 ACT 페스티벌

●우리 몸에는 타인이 깃든다

장애예술을 추구해온 국내외 작가들이 상호작용예술, 무장애(Barrier-Free) 작품, 관객 참여 프로그램을 구성, 장애인과 비장애인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참여 전시다. 4월 17일부터 6월 29일까지 복합전시6관과 야외, 예술극장1에서 열린다.

‘타자성’, ‘정상성’, ‘장애’ 등의 주제를 조각, 회화, 사운드, 미디어아트, 퍼포먼스, 참여형 작품을 통해 선보임으로써 존재의 다름을 인정하는 것을 넘어 취해야 할 태도에 대한 고민을 보여준다.

광주비엔날레에서 주목받았던 엄정순의 ‘코 없는 코끼리’를 비롯해 헤미 클레멘세비츠의 ‘종/총’, 아야 모모세의 ‘녹는점’, 송예슬의 ‘공기조각’, 김원영·손나예·하은빈의 ‘나의 손을 너의 등에’가 전시된다.

제비노정기 뮤직비디오

●ACC 포커스-료지 이케다

7월 10일부터 12월 28일까지 복합전시3·4관에서는 ‘ACC 거장전-료지 이케다’ 전시가 관객을 맞는다. 전당 개관 당시 대표작가이자 세계적인 사운드 비주얼 아티스트 료지 이케다의 개인전이다. 융복합 예술 분야 중 사운드 비주얼 아트의 발전과 전당 개관 10주년의 역사를 동시에 조명하는 기념전시로 동시대 미디어아트를 탈서구적 관점으로 재해석한다.

블랙홀의 무한한 중력을 시각화한 작업을 비롯해 데이터를 작품의 주제 및 재료로 제작한 미디어 조각, 영상, 사운드 작업을 선보인다. 전당 개관 전시 출품작인 ‘테스트 패턴’보다 더욱 심화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봄의 선언

‘자본세’ 주제의 대규모 기획전시 ‘봄의 선언’은 9월 4일부터 내년 2월 28일까지 복합전시1관에서 열린다.

삶 속에서 직면하는 경제 불평등, 기후 위기를 오늘날의 민주주의 의제로 설정하고 인류세, 자본세 이론을 통해 그 면면을 점검, 미래 대안을 제시하는 예술프로젝트다. 전당 설립 기조인 민주·평화 정신의 현주소를 살핌으로써 전당 개관 10주년의 의미를 강조한다.

독일 ZKM, 홍콩 M+ 뮤지엄과 협력해 시각적 스펙타클을 제공하는 대형 설치작품, 광주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현지 제작작품, 기술을 통해 생태적 대안과 미래를 연구한 리서치 작품을 선보인다.



●The Next Steppe, 초원의 바람

10월에는 ACC 아시아문화박물관이 마련한 특별전시 ‘The Next Steppe, 초원의 바람’이 관객과 만난다. ACC는 지난 2017년 네덜란드 델프트(Delft)시와 협약을 통해 기증받은 ‘누산타라 컬렉션’ 중 725점을 선별해 ‘몬순으로 열린 세계: 동남아시아의 항구도시’ 동남아시아실을 개관했다. 지난해 해상실크로드 ‘몬순으로 열린 세계’에 이어 올해는 개관 10주년을 기념해 육로실크로드를 조망하는 중앙아시아 전시실을 개관할 예정이다. 이번 전시는 관람객이 중앙아시아로 여행을 떠나듯 초원, 유르트(몽골의 게르), 시장(바자르) 등 다양한 공간을 이동하며 중앙아시아 사람들의 생활양식과 문화양식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엄정순 작 ‘코 없는 코끼리’

●테크네의 춤·말과 그림과 역사라는 이미지

12월에는 ‘테크네의 춤’과 ‘말과 그림과 역사라는 이미지’ 전시가 복합전시5관과 6관에서 각각 시작된다.

‘테크네의 춤’은 ‘서로 다른 것들의 상호작용과 연결’을 주제로 융합 매체·미디어아트의 풍성한 미적 감각과 영역 확장을 보여주는 전시다.

대표 콘텐츠는 손의 터치와 감각을 직접 활용하는 핸드 트래킹으로 관객이 몸으로 직접 체험하는 미디어아트 ‘스타더스트’와 윤두서·허련·허건 등의 작품을 활용한 내비게이션 인터랙션 콘텐츠 ‘신고서화 나들이’ 등이 있다.

‘말과 그림과 역사라는 이미지’는 광주와 아시아의 ‘5월 군중’을 다룬 언어와 이미지를 조명하는 전시다.

이응로의 ‘군상’이나 윤형근의 ‘다색’을 통해 시각 예술과 문학, 미디어와 대중문화에서 보여주는 군중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레나토 하블란(필리핀), 이반 사기타(인도네시아), 이응로, 이철량, 윤형근, 킥더머신(태국), 한강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

이응로 작 ‘군상’

#공연

●나는 광주에 없었다

지난 2020년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나는 광주에 없었다’ 공연이 5월 15~18일 예술극장 극장1 무대에 오른다. ACC를 대표하는 5월 레퍼토리 공연인 ‘나는 광주에 없었다’는 5·18민주화운동의 치열했던 10일간의 이야기를 배경으로 하는 관객 참여형 연극으로 ACC 블랙박스 극장만의 장점을 적극 활용한 것이 특징이다. 올해는 관객과 전문가의 평가를 수렴해 무대장치, 스토리 등 개선 과정을 거쳐 보다 사실적인 무대로 관객을 초대한다.

●ACC 미디어 판소리극 제비노정기

‘제비노정기’는 ‘흥보가’를 기반으로 한 공연으로 오는 10월 23~25일 예술극장 극장1에서 펼쳐진다.

‘제비노정기’는 ACC의 대표 히트작인 ‘드라곤킹(2018, 원작 수궁가)’과 ‘두 개의 눈(2021, 원작 심청가)’의 뒤를 잇는 ACC 판소리 연작의 세 번째 작품으로 남도를 대표하는 판소리와 전당을 대표하는 미디어아트가 융합된 점이 특징이다.

올해는 양정웅 연출을 비롯해 ‘범 내려온다’의 열풍을 만든 이날치 밴드와 엠비규어스댄스컴퍼니 등 스타 창작진의 합류로 벌써부터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ACC는 전통문화에 현대적 기법을 더한 미디어 판소리극을 대표 브랜드 사업으로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아시아 연출가 3부작: Remapping Asia

아시아 연출가 3인의 문화해석이 담긴 모듈형 공연 ‘아시아 연출가 3부작: Remapping Asia’은 오는 11월 14~15일 예술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아시아 연출가 3부작’은 샤머니즘, 리퀴드 폴리탄(Liquid Politan), 사라져가는 매체들을 주제로 한국, 대만, 태국의 연출가 3명이 각기 다른 시각의 작품을 선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대만 국가양청원과 협력하는 작품으로 오세혁 극단 프로젝트 BUT 대표와 송미선 프로듀서(이상 한국), 원 쓰니(Wen Szu-ni) 연출과 뤄 인루(Lo Yinru) 프로듀서(이상 대만), 와인 차콘 차마이(Wyne Chakorn Chamai) 연출과 프로듀서 뱀(Bam, 본명 Sarun porn Charoenraj·이상 태국)이 참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