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해마다 고령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역사적 진실을 후세대에 계승하기 위한 전승 작업 등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김성주 할머니에 이어 올해 이춘식 할아버지가 노환으로 별세하는 등 강제동원의 실상을 증언할 생존자들이 급속히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윤석열 정부의 ‘대일 저자세 외교’로 배상금 등 과거사 청산 문제가 오히려 퇴보하고 있는 만큼 일본 정부의 책임을 바로잡기 위한 진상규명과 역사 계승 교육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2일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등에 따르면 지난해 1월 기준 일제강제동원 피해 생존자는 904명으로, 이중 여성 생존자는 83명이다.

정부는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국외 강제동원 피해자 중 현재 생존자에게 2009년부터 매년 80만원의 의료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다만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는 다른 법률의 지원을 받고 있어 강제동원 피해 의료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국외로 동원된 생존자 수는 연도별 의료지원금 수급자 현황을 통해 파악할 수 있는데, 지난 2023년 1,264명에서 작년 1월 904명까지 줄어 1년 사이 360명이 사망했다. 국내 동원 피해자들의 경우 이 지원법에서도 제외돼 생존자 현황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지역별로는 △강원 36명 △경기도 159명 △경남 77명 △경북 68명 △광주 28명 △대구 31명 △대전 23명 △부산 40명 △서울 84명 △세종 5명 △울산 5명 △인천 38명 △전남 82명 △전북 105명 △제주 3명 △충남 86명 △충북 34명 등이다.

하지만 강제동원 피해 생존자 대부분이 100세 안팎의 고령자라 시간이 지날수록 생존자가 줄면서 역사적 진실을 기록하기 위한 구술 채록 등 보존 작업이 시급한 상황이다.

최근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인 이춘식 할아버지가 향년 105세의 나이로 광주 동구 한 요양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

이 할아버지는 1940년대 신일본제철의 전신인 일본제철의 일본 제철소로 강제 동원됐고, 열악한 환경에서 고된 노역을 해왔다. 일제가 패망한 뒤 귀국했으나 노역에 대한 임금을 받지 못했다.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으로 끌려가 강제 노역을 당한 김성주 할머니도 지난해 10월 경기 안양시 소재 자택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1929년 9월 순천에서 태어난 김 할머니는 1944년 5월 당시 만 14세의 나이로 일본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항공기제작소 공장에 강제 동원됐고, 생전 일본의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며 소송을 이어왔다.

대법원은 지난 2018년 10월 일본제철·미쓰비시중공업 등 강제노역 일본 기업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했으나, 피고 기업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국 정부는 일본 기업이 내야 할 배상금을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모금한 돈으로 대신 지급하는 ‘제3자 변제 방식’의 해법을 발표했고, 이 할아버지는 지난해 10월 배상금·지연 이자를 수령하며 이 해법을 수용했다.

현재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한 강제동원 피해자 15명 중 2명이 판결금 지급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국언 시민모임 대표는 “이달 중으로 강제동원 피해 생존자에 대해 의료지원금을 지급하는데 생존자는 지난해 900여명에서 올해 700명대 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일제강점기 강제노역 등에 대한 명백한 역사적 사실을 잊지 않고 기억하며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그동안 가해자와 피해자가 구분돼 일본의 책임을 추궁할 수 있었지만, 생존자 모두 세상을 떠나게 된다면 일본 정부에서 역사를 부정하며 왜곡을 서슴치 않을 수 있다”며 “이러한 상황을 대비해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역사적 진실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진상규명과 배상 문제들을 병행해 해결해야하며, 역사관 건립 등을 통해 피해자들의 경험과 기억이 사라지지 않고 다음 세대로 계승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환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