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님, 저희는 이런 자리가 마련된 것만으로도 위로가 됩니다.’ 감사의 인사를 건네며 GGM 근로자가 내민 명함에는 ‘대한민국 제1호 상생형 일자리 기업’이라는 문구가 씁쓸하게 적혀있다. 지역민의 염원을 담은 상생형 일자리 GGM은 어쩌다 노사 갈등의 한복판에 서게 되었을까?

사회적 합의라 믿었던 ‘무노조·무파업’ 약속을 깨고, 노조는 파업에 돌입했다. 그리고 광주시와 GGM, 지역사회는 노조가 상생 협정서를 위반했다고 앞다투어 비판한다. 이러한 비판은 과연 정당한 것인가? 상생협정서 논의 당시 가장 문제가 됐던 지점이 바로 ‘임금단체협상 5년 유예’였다.

현대차는 광주형 일자리에 투자하는 조건으로 누적 생산 35만대 달성까지는 단체협약을 유예할 것을 요구했었다. 노동계는 반발했고 광주시는 수차례 수정안을 제시했다. 결국, 최종 합의한 협정서 수정안에는 기존대로 임단협 5년 유예 관련 조항이 유지되었지만, ‘제반 법령을 준수한다.’라는 부속 조항이 추가되었다. 이를 근거로 노조는 협정서 위반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협상의 뒤편에서 GGM의 노조 출범은 예견된 결과였던 셈이다.

이에 필자는 광주시에 지속해서 선제 대응을 주문해왔다. GGM 노조가 탄생하기 전인 2022년 10월, 5분 발언을 통해 GGM의 ‘상생’의 의미에 대해 질문했고, 파업에 돌입하기 전인 지난해 10월 시정질문에서는 ‘사회적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년여간 필자가 요구했던 것은 ‘소통’이고, ‘대화’였다. 갈등이 심화되기 전에 해결책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광주시가 당초 제시한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이를 이해시키기 위한 소통 의지 부족으로 노사 갈등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2019년 당시 이용섭 시장의 인터뷰 발췌로 해당 내용을 갈음한다. 이 전 시장은 “광주형 일자리에서 근로자 평균 초임연봉은 주 44시간 기준으로 3500만원이고 소비자 물가를 감안해 임금을 합리적으로 올리기로 했다. 하지만 자동차공장 근로자 평균 연봉 9000만원보다 크게 낮다. 그래서 주택과 육아, 여가 등 복지를 통해 ‘사회적 임금’을 추가 지급한다. 2022년까지 빛그린산단 근처에 행복주택과 임대주택을 건설할 예정이다. 자동차공장 직접 고용자 1000여명과 산단 부품공장 근로자들이 입주할 것이다. 또 육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장 어린이집을 짓고 근로자 여가활동을 지원하는 개방형체육관도 지을 것이다.”

노조도 떳떳하게 일방적인 주장만을 펼칠 입장은 못 된다. 입사 시 서약했던 상생협정서 준수 의무는 차치하고서라도, ‘일자리’ 창출이 목적인 GGM의 본질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설립 자본금 중 21%는 광주시, 60%는 지역 기업의 투자로 이루어졌다는 것, 주거지원비, 공동근로복지기금 등 사회적 임금에는 약 50억 원의 세금이 투입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사회적 임금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만큼, 공동의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공공 재원이 투입되는 경우, 더 강한 책임이 요구되는 사회적 메커니즘은 익히 알고 있는 사실 아닌가? GGM 근로자들에게도 ‘광주형일자리’ 정신에 대한 책임이 요구되는 이유다.

GGM 경영진의 ‘형식적인 상생협의회 운영’과 ‘억압적인 근무환경 조성’ 또한 노사 갈등의 촉진제였음은 명백하나, 지면의 한계상 이번 기고문에서는 자세히 적지 않겠다.

파업 이후, 노사민정협의회 산하의 ‘조정중재특별위원회’가 구성됐다. 특위는 노조, 상생협의회와 GGM을 비롯해 현대차, 주주단, 시민단체의 의견을 청취했다. 각기 다른 첨예한 주장들이 회의장을 가득 메웠다. 현대차는 으름장을 놓고, 주주단은 투자 철회를 외치고, GGM과 노조는 강경한 입장만을 내세웠다. 시민들은 우려한다. GGM 사태로 인해 더는 광주에는 기업이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리 한번 같이 잘살아 보자‘던 광주형일자리. 갈등 해결은 서로의 양보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지속 가능한 협력과 타협 없이는 GGM의 미래도, 광주의 미래도 불투명하다. 지금이야말로 진정한 상생을 위한 실질적 대화가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