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5월 목포에는 광주참상이 바로 전달됐다. 김대중 연행 소식도 전해지면서 시민들이 동요했다. 목포항쟁은 5월 21일 공수부대의 도청 앞 집단 발포 이후 광주의 차량 시위대가 목포에 도착하면서 광주와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됐다.
22일 새벽, 목포역 대합실이 시위대에 의해 장악됐다. 안철의 집에 모인 재야 민주인사들이 목포시민민주투쟁위원회를 결성했다. 위원장 안철, 집행위원장 박상규, 기획실장 양지문이 맡았다. 이후 항쟁을 시민민주투쟁위원회가 이끌었다. 집회와 시위가 목포역을 중심으로 펼쳐졌다.
목포의 저력은 70년대에 형성된 민주화 세력의 역할이 컸다. 개신교계와 대학생이 두드러졌다. 목포에는 3개 대학이 있었다. 고등학생들도 조직을 결성해 마지막까지 활동했다. 호남 대표 정치인 김대중의 고향이 사실상 목포였다는 점도 지역사회 결집력을 높였다. 광주에서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어 상대적으로 자유로웠고 지역민 지원도 한몫했다.
광주가 5월 27일 새벽 공수부대에 의해 무참히 짓밟히면서 항쟁이 끝났다. 목포는 광주보다도 하루 더 싸웠다. 27일 저녁 역광장에 수만 명이 모여 횃불 시위를 했다. 고등학생 시위는 이튿날 새벽까지 계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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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5·18민주묘지에 있는 안철의 묘. 안철은 목포시민민주투쟁위원장을 맡아 목포지역 민주화운동을 이끌었다. |
●목포항쟁 심장부 '목포역 광장'
시간과 장소는 달랐지만 목포항쟁은 광주와 비슷하게 전개됐다. 광주에 지휘 본부 격인 전남도청이 있었다면 목포에선 목포역이 그 역할을 했다. 당시 목포역사 2층에 항쟁지도부와 상황실을 갖춘 목포시민민주투쟁위원회가 설치됐다. 항쟁지도부가 상주하며 집회와 시위를 기획하고 준비했다.
1층엔 공수부대에 무참히 죽임을 당한 광주시민을 추모하는 분향소가 차려졌다. 목포역은 목포항쟁의 심장부였다.
목포역 광장엔 날마다 수만 명이 모여 궐기대회를 열었다. 24일에는 목포시내 13개 고등학교 학생들이 모였다. 25일엔 목포기독교연합회 주최로 개신교인들이 모여 비상 구국기도회를 가졌다. 야간 횃불 시위도 네 차례 진행됐다.
횃불 시위는 역광장을 출발해 1호광장, 죽교동, 남교시장, 옛 경찰서 앞, 항만 터미널, 대한통운을 거쳤다. 역광장은 행진의 집결지이고 출발점이었다. 80년 이후에도 역광장은 광주 5·18민주광장처럼 민주와 통일 의지를 모아내는 상징 공간이 됐다. 목포역 광장이 5·18사적지로 지정돼 있다.
중앙공설시장 옛터도 목포 민주화 투쟁의 살아있는 현장이다. 당시 시장 상인들이 함께 시위하고 시위대에 떡과 김밥, 도시락, 음료 등을 제공하며 격려했다. 광주의 대인시장과 양동시장의 역할을 했다. 목포공동체 정신의 현장이었다.
중앙공설시장은 80년 이후 진행된 5월 학살 진상규명과 민주화 투쟁 과정에서 희생된 수많은 민주 영령과 열사를 추모하는 분향소도 설치됐다. 87년 6월항쟁의 근거지도 여기였다.
목포중앙교회 옛터는 유신독재 시대부터 양심적인 종교인들이 자주 모여 시국을 걱정하던 곳이다. 80년 당시 재야인사와 목사들이 모인 목포시민민주투쟁위원회를 열고 '피 값은 외상없다. 전두환은 즉각 퇴진하라'는 목포시민 결의문 채택하며 범시민 투쟁을 결의한 공간이다. 목포중앙교회는 80년 이후 6월 항쟁과 민주화, 통일을 위한 각종 집회의 출발점이자 거점 역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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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포대학교 옛터. 80년 목포지역 학생운동의 근거지였다. |
● 옛 목포대·목포경찰서 등도 민주화운동 관련 장소
5월 광주에 윤상원이 있었다면 목포 민주화 운동엔 안철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철은 당시 동아약국을 운영하던 약사이고 교회 장로였다. 5·18 당시 목포시민민주투쟁위원장을 맡아 항쟁을 이끌었다. 항쟁지도부를 갖춘 목포 민주화운동은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전개됐다. 안철이 운영한 약국이 동아약국이고 약국 2층에 그의 집이 있었다. 동아약국은 목포지역 재야 민주인사들이 자주 모였던 곳이다. 5월 항쟁 이후 민주인사들이 무시로 모여 시국을 논의하던 민주화운동 산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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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포대학교 옛터. 80년 목포지역 학생운동의 근거지였다. |
해군3함대사령부 헌병대는 일제강점기 동양척식회사 자리에 있었다. 민주화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계엄사령부에 붙잡힌 시민들은 보안대 목포분소에서 갖은 구타와 고문을 당하고 이곳 헌병대 영창에 갇혔다. 옛 헌병대는 지금 목포근대역사관 2관으로 쓰이고 있다. 사적지로 지정되지 않았지만 목포 민주화운동과 관련된 곳은 더 있다. 옛 목포대학교(현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와 목포공업전문대학(현 목포과학대)은 민주화운동의 근거지였다. 횃불 시위의 중간 집결지였던 2호광장과 순천당약국 삼거리, 시민에 의해 기물이 파손된 목포문화방송 옛터(유달산 노적봉 옆)도 있다. 시민을 감금·폭행하고 고문한 옛 목포경찰서(현 초원실버타운)와 보안대 목포분소, 중앙정보부 목포 분실도 빼놓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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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군3함대사령부 헌병대 옛터. 1980년 당시 많은 시민이 끌려와 구금된 곳이다. |
●이준규 서장, 신군부 강경 진압 명령 거부
그해 5월 목포는 치열했다. 지역 중심 거점 운동으로 전개되면서 희생자도 거의 없었다. 투쟁위원회 조직적인 싸움과 함께 이준규 당시 목포경찰서장의 역할이 컸다. 전남도경에 안병하 경찰국장이 있었다면 목포엔 이준규 경찰서장이 있었다. 이 서장은 신군부의 강경 진압 명령을 거부했다. 이 서장은 외곽저지선 보호와 자위권 행사에 소홀했다는 이유로 즉 시위를 진압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신군부에 의해 파면당했다. 계엄사에 끌려가 고문을 당하고 군사재판에 회부됐다.
이준규 서장은 고문 후유증으로 5년간 투병 생활을 하다 1985년 58살의 나이로 작고했다. 5·18 직후 신군부가 경찰 지휘부 13명의 지휘 책임을 물어 옷을 벗겼는데 안병하 경찰국장과 함께 앞 손가락에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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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돈삼 전남5·18역사해설사, 전남도 대변인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