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해묵은 논쟁거리인 노인 무임승차 제도가 다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광주시를 비롯한 각 지자체마다 무임승차 보전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가운데 대선 주자들이 앞다퉈 관련 공약으로 내놓고 있고, 정부도 협의체를 구성해 올해 말까지 해결책을 제시하겠다는 목표를 세우면서 제도 개선이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28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노인 무임승차 제도는 1980년 정부가 만 70세 이상 고령자에게 요금 50%를 할인해주면서 시작됐다. 다음 해 만 65세 이상으로 연령을 낮췄고, 1984년 대통령 지시로 ‘전액 면제’로 변경됐다.

하지만,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무임승차에 따른 대중교통 운영기관의 적자 규모는 눈덩이 처럼 불어나고 있다.

광주시만 보더라도 매년 막대한 비용이 무임수송 금액 보전에 투입되고 있다.

지난해 광주도시철도 1호선의 무임승차 인원은 567만2,780명으로 하루 평균 1만5,499명(전체의 32.2%)으로 집계됐다.

이로 인한 적자는 2020년 63억원, 2021년 64억원, 2022년 70억원, 2023년 76억원, 지난해 79억원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고령층 증가와 도시철도 2호선 개통 등이 맞물리면 적자폭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부터 정부의 K-패스와 연계해 시행 중인 광주형 대중교통비 지원 정책인 G-패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광주시 자체 예산을 투입해 할인율과 환급액을 높인 G-패스는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대중교통 이용 시 50%를 환급해 준다.

당초 광주시는 65세 이상 탑승객 지원금으로 4억여원을 배정했지만 G-패스 65세 이상 가입자가 지난해 12월 4,403명에서 지난 3월 1만6,513명으로 3배 이상 늘어나 추경을 통한 추가 재정 확보가 불가피해졌다.

고령화에 따른 대중교통 복지 정책 개선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대선 주자들도 앞다퉈 관련 공약을 내놓고 있다.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는 최근 고령층의 무임승차를 지하철에서 버스로까지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출퇴근 시간대를 피해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65세 이상 고령층에 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골자다.

같은 당 홍준표 경선 후보는 노인 기준을 기존 65세 이상에서 70세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대구시장 재직 당시 어르신 대중교통 무임승차 연령을 65세에서 70세로 올렸던 정책을 전국으로 확산시키겠다는 취지다.

반대로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는 자신의 SNS에 “노인 무임승차가 겉으로는 경로 우대처럼 보이지만 그 혜택이 수도권 지하철역 인근에 거주하는 일부 노인에게 집중되고 있다”며 “강원 삼척이나 전남 보성, 충북 옥천에 사는 어르신들에 대한 분명한 역차별”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지난해 만 65세 이상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도시철도 무임승차 제도를 폐지하고, 일정 금액의 교통이용권을 제공하는 내용의 노인복지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경우에도 경기지사 시절 전국 6개 지하철 노조가 ‘무임수송 손실보전’을 요구하며 연대 파업을 예고하자 “무임승차 등 국가의 교통복지 제공 비용을 운영기관에 고스란히 부담시켜 온 것이 재정 악화의 근본 원인이라는 점을 짚지 않을 수 없다”며 “공익서비스 비용 국비 보전에 대해 정부와 국회가 귀 기울이고 합리적 방안을 찾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 또한 현행 노인 무임승차 제도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만큼 향후 대선 국면에서 이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를 경우 관련 대책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도 노인 기준 조정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는 등 관련 논의에 착수했다. 정부는 보건복지부,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고용노동부 등으로 구성된 범부처 협의회를 발족하고, 지난 9일 첫 회의를 진행했다.

협의체는 고용·소득 부문과 경로 우대 할인 등 복지 서비스 부문 등 부처별로 산재한 노인 기준 연령 관련 정책을 논의해 올해 말 발표할 제5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26~2030년)에 반영할 방침이다.

다만, 무임승차 제도 개선을 위해서는 재원 마련, 형평성 고려, 이용 횟수·시간대 제한 등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필순 광주시의회 산업건설위원장은 “고령층의 이동권 보장과 사회 활동 촉진 등 대중교통 무임 승차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노인 인구 급증에 따른 재정 부담 가중 등 어려움도 상당하다”며 “공청회, 토론회 등을 통해 시민 의견을 수렴하는 한편 재원 확보, 특정 노선 적용, 승차 횟수 제한 등 중장기적인 대책 수립이 동반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