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포털 사이트에서 무료사진 촬영권을 받아 가족사진 촬영차 스튜디오에 방문했다가 액자 비용으로 170만원이나 지불했어요. 가정의 달을 맞아 기대했던 이벤트였는데 연로하신 부모님을 모시고 다섯 가족이 어렵게 일정을 맞춰 방문한 탓에 울며 겨자먹기로 사진을 구매할 수 밖에 없었죠.”

가족사진 등 사진을 무료로 찍어준다며 이벤트로 유인한 뒤 고가의 앨범·액자 제작 비용이나 원본사진 파일 제공 비용을 청구하는 사례가 잦아 ‘가정의 달’ 피해가 우려된다.

한국소비자원은 29일 “소비자원에 접수된 사진 촬영 관련 피해구제 신청이 2022년 312건, 2023년 329건, 지난해 472건 등으로 해마다 증가했다. 올해 1분기에도 115건의 피해구제 신청이 접수됐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소비자원에 3년 3개월간 접수된 구제 신청 1,228건 중에서 무료 촬영 상술 관련이 전체의 14.8%(182건)를 차지한다.

무료 촬영 상술 관련 피해구제 신청 내용 중 계약해제 관련이 75.3%(137건)에 이른다.

피해 금액이 확인된 172건을 분석해보면 무료 사진 촬영을 내세웠음에도 50만원 이상 고액 계약을 체결한 사례가 47.1%를 차지했고, 평균 계약 금액이 75만원으로 집계됐다.

광주 서구에 거주하는 A씨는 무료 사진 촬영 이벤트에 당첨돼 분가한 다섯남매와 부모님 일정을 맞춰 사진관을 방문해 가족사진을 촬영했다. 당초 예상과 달리 드레스, 한복 등 사진관 자체 구비 의상에 무료 메이크업이라는 분장서비스까지 ‘의무적으로’ 받은 후 3시간 넘게 촬영을 해야 했다. 하지만 촬영하며 연출했던 훈훈한 분위기와 달리 사진관 측은 촬영 직후 PC화면으로 사진들을 보여주며 ‘액자를 구매해야 원본사진 파일을 준다’며 과도한 추가 금액을 요구했다.

A씨는 “주말 오후 3시간 넘게 시간을 허비한데다 20여명 가까운 온 가족이 어렵게 시간을 맞춰 만나기도 어려운 탓에 헛걸음했다는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돈을 지불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런 점을 노려 소비자를 유인하는 속셈이 빤히 보여 화가 치밀었다. 분장도 그렇고 사진에 해놓은 포토샵 수준도 조잡해서 사진을 두 번 다시 보고싶지 않아 부모님께만 드렸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소비자원은 무료 사진 촬영 상술 관련 피해구제 신청이 많은 사업자에게 ‘광고·홍보 시 촬영 외 원본사진 파일 제공 비용, 앨범·액자 제작비용 등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사전에 고지하라고 권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소비자들에게는 예약·방문 전 비용 발생 여부와 계약조건, 촬영 전 추가 비용 발생하는 항목을 확인하고 분쟁에 대비해 예약 문자와 계약서 등 관련 증빙자료를 보관하라고 당부했다. 이연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