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5월 격렬했던 광주 민주화운동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한 역사적인 장소 ‘옛 광주적십자병원’이 11년의 침묵을 깨고 시민들 곁으로 돌아온다.

29일 광주시에 따르면 5·18민주화운동 제45주년을 맞아 5·18사적 제11호인 옛 광주적십자병원을 다음달 3일부터 31일까지 한시적으로 개방한다. 지난 2014년 폐쇄된 이후 굳게 닫혔던 문이 다시 열리는 이번 개방은 단순한 공간 공개를 넘어, 오월 정신을 기억하고 되새기는 역사문화 관광 콘텐츠로 확장될 예정이다.

특히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의 주요 배경지 중 하나라는 점에서 문학적인 의미까지 더해져 많은 이들의 발길을 끌 것으로 기대된다.

광주시는 관람객의 안전과 효율적인 관람을 고려해 전면 주차장, 응급실, 1층 복도, 중앙현관, 뒷마당을 공개할 예정이다.

관람객들은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으며, 오후 1시 30분 이후에는 5·18기념재단의 ‘오월해설사’가 상주하며 당시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해설사의 깊이 있는 설명은 단순한 공간 관람을 넘어, 5·18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의미와 가치를 더욱 깊이 이해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옛 광주적십자병원은 5·18민주화운동 당시 부상자 치료와 자발적인 헌혈이 물결쳤던 역사적인 공간이다.

1980년 5월 21일 계엄군의 무자비한 발포 이후, 광주적십자병원의 헌혈 차량은 시민들을 향해 간절하게 헌혈을 호소하기도 했다.

적십자 병원 차량을 이용한 가두방송을 통해 수많은 시민들이 이동해 헌혈에 동참했다.

또한 당시 무장 시위대의 일원이었던 박남선 씨는 계엄군의 도청 공격 시도에 맞서 시민군에게 전남여자고등학교와 광주천변 방향으로의 측면 공격을 제안했으며, 아시아자동차 공장에서 확보한 장갑차를 타고 광주적십자병원에 임시 본부를 설치하기도 했다.

광주시는 이번 개방을 기념해 특별한 전시회도 마련했다. ‘멈춘 공간의 이야기, 그리고 새로운 시작’이라는 주제로 다음달 3일부터 31일까지 한 달간 진행되는 이번 전시회에서는 5·18 당시 헌혈 장면과 부상자 치료 모습이 담긴 귀한 사진 자료들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병원의 역사와 관련된 다양한 기록물, 그리고 당시 관계자들의 생생한 증언이 담긴 영상 자료 등도 공개될 예정이다.

이번 전시회는 단순한 기록 전시를 넘어, 역사적인 공간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고 앞으로 이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탐색하는 체험형 콘텐츠도 포함하고 있어 더욱 특별하다.

관람객들은 과거의 아픔을 기억하는 동시에, 미래를 향한 새로운 가능성을 함께 고민하고 참여하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광주시는 ‘2025 광주 방문의 해’를 맞아 옛 광주적십자병원의 역사성을 널리 알리고, 이를 지역의 특색 있는 역사문화 관광 콘텐츠로 적극적으로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의 배경지라는 점을 부각해 광주관광공사의 특화 관광 상품인 ‘소년의 길’과 5·18기념재단의 ‘오월길’ 해설 프로그램을 연계 운영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문학 작품 속 배경지를 직접 방문하고, 5·18민주화운동의 역사적인 의미까지 함께 체험하는 특별한 관광 코스가 개발될 것으로 기대된다.

광주시는 이번 일시 개방 행사 이후 관람객들의 반응과 운영 결과를 면밀히 분석하여 옛 광주적십자병원의 유휴 공간에 대한 지속적인 활용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관련 단체, 전문가, 그리고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건물과 부지 전체에 대한 중장기적인 활용 계획을 수립하는 데 심혈을 기울일 계획이다.

또한 이러한 계획 실행에 필요한 국비 확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박용수 광주시 민주인권평화국장은 “5·18 사적지인 옛 광주적십자병원을 통해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시민들과 공유하고, 그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는 소중한 공간으로 만들어나가겠다”며 “이번 개방 기념 전시회가 과거를 기억하고 현재를 공감하며 미래를 향한 참여를 이끌어내는 의미 있는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