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사슴이 점령한 영광 안마도 주민들 삶 터전 되찾는다

환경부, 야생동물법 일부 개정

버려진 사슴 1000여마리로 증가

농작물 조상묘 훼손 등 피해 속출

군민, 2023년 국민권익위 민원



꽃사슴 때문에 30여년간 고통을 받아온 영광군 안마도 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되찾게 됐다. 생태계 교란·농작물 피해를 일으킨다는 민원이 많았던 꽃사슴은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된다.

30일 영광군에 따르면 환경부는 꽃사슴을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하는 내용의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야생생물법)’ 시행규칙 일부개정안을 40일간 입법예고 했다.

개정안에는 ‘꽃사슴’을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꽃사슴이 유해야생동물에 포함되면 지자체장 허가를 받고 포획할 수 있는 유해야생동물이 19종으로 늘어난다.

꽃사슴은 1950년대 대만과 일본에서 가축으로 수입됐고, 수입된 개체 중 일부가 유기되면서 개체수가 빠르게 증가했다. 번식력이 강하고 국내에 천적이 없기 때문이다.

작년 기준으로 영광군 안마도에 937마리의 꽃사슴이 서식하고 있으며, 꽃사슴 서식 밀도는 1㎢당 162마리에 달한다. 영광군은 안마도 400마리, 석만도 80마리, 오도 70마리, 횡도 50마리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 안마도에서는 최근 5년간 1억6,000여만원 규모의 농작물 피해가 꽃사슴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꽃사슴이 농작물을 먹거나 조상 묘까지 파헤치면서 민가에 큰 피해를 주자 2023년 7월 영광군 안마도 주민 593명은 권익위에 집단으로 민원을 넣었다.

섬에 사슴이 처음 들어온 건 1987년께로 추정된다. 축산업자 3명이 녹용 채취로 고소득을 올리려고 엘크와 꽃사슴 등 20여 마리를 길렀지만 이후 타산이 맞지 않자 1990년대 들어 야산에 유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생화된 일부 사슴 무리는 바다를 헤엄쳐 인근 부속 섬 석만도까지 진출, 번식을 이어가고 있다.

늘어난 사슴 무리는 주민들이 애써 키운 밭작물과 조경수 잎을 닥치는 대로 먹어 치우고 심지어 조상 묘를 파헤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또한 꽃사슴은 사람에게 질병을 전파할 수 있는 진드기의 주요 숙주로 판명됐다. 환경부가 안마도, 난지도, 굴업도 등에서 채집한 진드기 시료 25점 중 22점에서 사람에게 감염 우려가 있는 리케차 병원체가 확인됐다. 리케차 병원체에 감염돼 치료가 늦어질 경우 폐렴 등으로 악화돼 사망에 이를 가능성도 있다.

이에 국민권익위가 지난해 1월, 무단 유기 가축 처리에 대한 제도개선을 권고했고 부처별로 후속 조치가 진행됐다

영광군 관계자는 “시행규칙 개정으로 피해를 입은 주민 신청에 따라 지자체가 포획을 허가할 수 있게 됐다”며 “이에 따른 후속조치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광=서희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