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이 그렇게 화내시는 건 처음 봤어요.”

KIA 타이거즈 우완 김도현이 드디어 웃었다. NC 다이노스를 상대로 시즌 첫 승리투수가 된 김도현은 팀 토종 선발진 가운데 가장 먼저 승리를 챙겼다. 경기 초반 홈런을 맞고 흔들렸지만 벤치의 질책을 계기로 빠르게 안정을 되찾으며 팀에 의미 있는 승리를 안겼다.

김도현은 지난 29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NC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5⅔이닝 6피안타(1피홈런) 2사사구 3탈삼진 3실점(비자책)을 기록하며 시즌 첫 승을 따냈다. 이날 6회 2사까지 마운드를 지킨 김도현은 앞선 5경기에서 승리 없이 2패를 기록했으나 팀 타선의 지원 속에 시즌 6번째 도전 만에 시즌 첫 승의 기쁨을 맛봤다.

시즌 첫 승의 배경에는 이범호 감독의 따끔한 질책이 있었다. 2회초 수비 실책과 몸에 맞는 공으로 위기에 놓인 김도현은 NC 김형준에게 3점 홈런을 허용했고 벤치로부터 ‘정신차려’라고 들었다. 3회 다시 마운드로 돌아온 김도현은 집중력을 끌어 올리며 팀의 추격 발판을 마련했다.

경기 후 만난 김도현은 “감독님이 그렇게 화내시는 건 처음 봤다. 정신차리라는 말을 듣고 나도 정신 차리고 던졌다. 더 집중할 수 있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야수들의 든든한 지원도 김도현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그는 “야수들이 매 경기마다 해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이런 날이 있으니까 내가 더 버텨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공격이 터지는 날 야수들이 힘을 낼 수 있도록 내가 잘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김도현의 부모님이 경기장을 찾았다. 그는 “올 시즌 부모님이 내가 등판한 다섯경기 모두 경기장을 찾아왔다. 그동안 승리를 따내지 못해서 오늘은 꼭 이기고 싶었다”고 밝혔다.

김도현의 첫 승은 단순한 1승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시즌 초반 흔들리던 국내 선발진에 자신감을 불어넣고, 팀 마운드에 활기를 더할 수 있는 시작점이기 때문이다. KIA 팬들에게도 기다렸던 ‘토종 승리’의 신호탄이었다.

김도현은 “지난 경기에서는 커브를 너무 많이 던져서 오히려 독이 됐다. 오늘은 모든 구종을 적절히 사용하려고 했다. 그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며“계속 꾸준히 노력할 것이다. 토종 선발로서 더 좋은 결과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올 시즌 꾸준한 로테이션을 소화하며 발전하고 있는 김도현은 “이전 경기들도 모두 경험이었다. 그걸 계속 떠올리며 다음 경기에도 이어가고 싶다. 구속도 꾸준히 올릴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