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반짝 특수를 누린 이른바 ‘PC텔·게임텔(PC방과 모텔의 합성어)’의 불법 영업 행위가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에도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임이 가능한 고성능 컴퓨터(PC) 3대 이상을 설치해 영업하는 것은 불법에 해당하지만, 관할 자치구에선 인력 부재 등 이유로 단속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어서다.

특히 청소년의 경우 모텔의 허술한 신분 검사를 역이용, 일탈과 탈선 장소로 악용할 우려가 높은 만큼 일제 단속 등을 통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20일 광주시와 문화체육부 등에 따르면 일반게임제공업을 영위하고자 하는 자는 게임산업법에 따른 시설 기준을 갖추고 지자체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예외적으로 백화점 영화관 등 대형시설에는 5대, 일반 음식점이나 식당·문구점 등에는 2대의 기기를 설치해 게임 제공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모텔 등 숙박업소는 컴퓨터를 2대까지만 설치할 수 있고 객실에 컴퓨터 3대 이상을 설치해 영업하는 행위는 불법에 해당된다.

또, 무등록 영업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의 벌금에 처할 수 있으며 행정처분도 받게 된다.

그러나 지역 곳곳의 숙박업소의 경우 PC텔 영업을 버젓이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업주들이 관련 법을 인지 못하고 있는 데다 관할 자치구에서도 제대로 된 단속에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본지가 관련 업계를 통해 확인해본 결과 지난해 기준 광주지역 모텔 196개 중 ‘게임용 PC객실’을 이용하는 곳은 55곳에 달했다.

실제 이 업소들은 모텔에서 고사양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을 홍보하며, 손님들을 끌어모으고 있었다.

숙박시설 예약 애플리케이션에서도 ‘고사양 PC 설치’, ‘배틀그라운드 가능’. ‘커플 PC’ 등을 강조하며 불법 영업을 이어갔다.

PC객실은 대부분 주말 평일을 가릴 것 없이 예약이 가득 찬 상태였고, 낮 시간에는 대실 상품을 이용해 손님에게 게임을 제공하고 있었다.

게임텔 관계자는 “숙박업소에서 게임물 제공이 불법이라는걸 알았다면 설치하지 않았을 것이다”면서 “하지만 공문조차 받아본 적 없어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PC방 업주들은 “PC텔에 손님을 뺏겼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호남PC문화조합 소속 업주들에 따르면 지역 PC방 매출은 코로나 이전 대비 약 50% 수준에 머물렀고, 경영난을 견디다 못해 폐업한 업소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9년 광주시에 등록된 PC방은 917곳에서 2021년 846곳으로 감소했고, 올해 6월 현재까지는 831곳만 남아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김연승 호남PC문화조합 이사장은 “모텔을 이용하는 시민들은 장시간 PC를 이용하는 일명 ‘큰 손’ 손님일 텐데 모텔이 이들을 뺏어서 매출 회복이 안된다”면서 “실낱 같은 희망을 가지고 지옥 같은 코로나를 버텼지만 상황이 안 좋으니 너무 절망스럽다”고 호소했다.

특히 모텔의 경우 유해물 차단 프로그램 설치 의무화 대상에서 제외되고, 출입 시 신분 검사가 허술함을 노린 청소년들의 탈선 장소가 될 우려가 높아 현장중심의 강도 높은 단속이 필요한 실정이다.

이에 대해 광주시 관계자는 “지난 6월 PC방 업주들이 PC텔로 인한 피해를 호소한 이후로 본격적인 단속을 펼쳤다”며 “하지만 각 자치구가 숙박업소를 마음대로 들어갈 수 있는 권한도 없고 사법처리 등을 위해 각 관공서 인력도 동원해야 하는 등 단속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코로나로 인해 생긴 특수한 상황이라 관련법 등을 더 검토해 대책을 마련하고 숙박업소의 사정도 고려해 계도·시정·고발조치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홍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