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분기 전기요금이 현재 수준에서 동결된다. 최근 연료비 조정 단가가 내려가면서 인하 요인이 발생했지만 한전의 재무 위기를 고려한 결정이다.

한국전력은 내년 1분기(1~3월) 적용할 연료비 조정 단가를 현재와 같은 ㎾h(킬로와트시)당 5원으로 유지한다고 23일 밝혔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 전력량요금, 기후환경요금, 연료비조정요금으로 구성된다. 이중 전기요금 조정을 위한 연료비조정요금의 계산 기준이 되는 것은 연료비조정단가다.

해당 분기 직전 3개월간 유연탄, 액화천연가스(LNG) 등 연료비 변동 상황을 전기요금에 탄력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도입됐으며 매 분기 시작 전월 21일까지 정해진다.

㎾h(킬로와트시)당 ±5원 범위에서 결정되는데, 현재 최대치인 ‘+5원’이 적용 중이다.

최근 3개월 평균 유연탄과 액화천연가스(LNG), BC(벙커C)유 단가가는 1년 평균 대비 내렸다. -5.1원/㎾h의 전기요금 조정 요인이 발생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와 한전은 내년 1분기 연료비조정요금을 동결했다. 기본요금, 전력량요금, 기후환경요금 등 나머지 요금도 별도로 인상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전기요금은 일단 동결된다.

한전의 재무 상황이 여전히 심각하고 전기요금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전력량요금의 미조정액이 상당하다는 점을 고려해서다.

이로써 지난해 2분기 인상 이후 7분기 연속 전기요금은 똑같이 유지된다.

한전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국제 에너지 위기에도 지난 2021∼2023년 원가 밑 가격으로 전기를 팔아 43조 원 대 누적 적자와 총부채 200조 원을 안고 있다.

연료비 단가가 정상화한 지난해 3분기 이후 흑자 전환했으나 부채 이자 부담으로 재무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에너지 당국 및 업계에서는 인상을 촉구하면서 지난 10월 산업용 전기요금은 평균 9.7% 인상됐다. 다만 현 정부에서만 이미 50% 가까이 요금이 올랐고 국민 경제 부담, 생활 물가 안정 등 요인을 고려해 주택용과 음식점 등 상업 시설에서 쓰는 일반용 전기요금은 동결됐다.

한전의 이러한 위기 해결을 위해 추가 인상 필요성 주장이 이어지고 있지만 최근 계엄·탄핵 정국에 국정 동력이 약화된 만큼 전기요금 인상 논의가 후순위로 미뤄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홍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