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를 내던 전남 통합의대 설립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 소추안 가결 등으로 추진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달 중순 목포대와 순천대 양 대학이 전격적으로 통합에 합의하면서 통합 의과대학 신설 작업에 가속이 붙으며 전남도가 지난달 말 정부에 국립 통합 의과대학 기본계획서까지 제출했으나 예상치 못했던 계엄사태가 발생하면서 주춤한 형국이다.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유일하게 의과대학이 없는 전남도민들로선 불안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전남 통합의대 설립은 양 대학이 통합을 선언하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을 겪어 온 것이 사실이다. 전남의 동부와 서부가 양분돼 있는 현실에서 어느 한쪽에 의대를 설립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탓이다. 와중에 윤 대통령이 지난 3월 "의대 (신설) 문제는 어느 대학에 할 것인지 전남도가 정해서, 의견 수렴해서 알려주면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전혀 예상치 못했던 계엄 사태로 윤 대통령 직무가 정지됐으니 통합의대 설립 추진이 어려운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더욱 문제는 비상 계엄령을 선포하면서 계엄사령부 포고령에 전공의를 '처단 대상'이라고 표현, 의료계의 반발이 어느 때보다 거센 것도 부담스럽다. 그렇지 않아도 의료계는 내년도 의대 증원에 극력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었던 터라 엎친데 덮친 격이다. 만일 의대 증원이 원점에서 재검토라도 된다면 통합의대 신설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은 불문가지다. 양 대학은 물론 전남도가 행정 절차에 돌입했지만 비상시국에 탄력이 붙을지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전남의 국립 통합의대 설립은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한 약속으로, 설립에 차질이 있어선 안된다. 전남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의과대학이 없어 오랜 시간동안 지역민들이 의료혜택에 어려움을 겪어 왔기 때문이다. 다행히 비상시국임에도 양 대학이 통합 실무위원회를 열어 교명 등 주요 사항을 논의한 데 이어 학생과 교직원 등 구성원을 상대로 대학 설명회를 여는 등 속도를 내는 것은 잘한 일이다. 전남도 역시 두 대학의 통합 작업과 별개로 의대 신설을 위한 준비 작업을 멈추지 않고 있다니 다행이다. 전남 의과대학은 정국 상황이나 각 정파의 유불리가 아닌 국민들의 의료 수급 차원에서 필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