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계묘년 새해가 밝았다. 토끼띠 해에 태어난 인물은 착한 천품을 타고났으며, 자기 앞길을 가로막는 장애물들을 간단히 뛰어넘어 재난으로부터 벗어나는 재능이 있다는 속설이 있다. ‘검은 토끼’의 해를 맞아 시민들은 지난해 이루지 못했던 각자의 꿈이 이뤄지길 소망했다.

본지는 각계 각층의 토끼띠 시민들을 만나 새해 포부와 희망을 들어봤다.



◇“사고 없는 안전한 해 되길”

■임종묵 동부소방서 안전보건팀 소방교

“현장에서 뛰어다니는 소방관, 그들의 안전과 복지를 위해 힘쓰는 행정 직원 모두 빛이 나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임종묵 광주 동부소방서 소방행정과 안전보건팀 소방교(35)는 지난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한 해를 보냈다. 지난 2019년부터 서부소방서 화정 119안전센터에서 근무하던 임 소방교는 작년 1월 동부소방서 소방행정과로 이동했다. 하지만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가 발생했던 작년 1월 관내 모든 인력이 동원되며 임 소방교도 현장에 투입됐다.

임 소방교는 “작년 상반기에 화정아이파크 붕괴 현장에 투입돼 위험요소를 발견하면 작업 중단을 지시하는 등의 업무를 맡았다”며 “큰 사고였기 때문에 당시 동료들이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많이 힘들어했다”고 말했다.

현재 소방행정과에서 근무하며 직원의 후생복지와 수당 등 각종 행정 지원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임 소방교의 새해 소망은 큰 사고나 재난이 발생하지 않는 안전한 한 해를 보내는 것이다.

그는 “작년에 있었던 붕괴사고 같은 큰 사고 없이 안전한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며 “하지만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언제든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일에 몰두할 수 있도록 신체적, 정신적 건강증진에 힘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조영훈 광주 동부경찰서 교통안전계 경감

◇“첫째 딸 가정에 행복 깃들길”

■조영훈 동부경찰서 교통안전계 팀장

“새로 가정을 꾸리는 첫째 딸의 첫 출발을 축복하며, 우리 가족을 포함한 모든 가정에 아무런 사고 없이 행복이 깃들기를 바랍니다.”

시민들의 교통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조영훈 광주 동부경찰서 교통안전계 팀장(59)은 이같이 새해 소망을 밝혔다.

조 팀장은 음주운전 등으로 인한 교통 사고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각종 단속 활동뿐만 아니라 집회와 축제 등 인파가 몰리는 현장의 안전관리대책을 수립한다.

특히 작년에는 광주 충장축제 등 코로나19로 중단됐던 각종 행사와 축제가 3년 만에 재개되면서 바쁜 한 해를 보냈다. 조 팀장은 지난해 시민들이 안전한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조 팀장은 새해 소망으로 올해 새롭게 가정을 꾸리는 첫째 딸의 첫 출발에 축복과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했다. 조 팀장은 “작년에 코로나19가 완화되면서 각종 행사가 늘어나고 상권이 살아나면서 바쁜 시간을 보냈지만 조금씩 활기를 되찾는 것 같아 기쁘다”며 “올해는 특히 첫째 딸의 결혼을 앞두고 있어서 감회가 남다르다. 새해 소망으로 첫째 딸 가정의 안녕과 화목을 빌었는데 계묘년인만큼 소망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이어 “또 올해에는 더 많은 행사와 사적모임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시민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이 가득한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이기원 광주 서구청 금호1동 행정복지센터 주무관

◇“주민들이 기억하는 직원 될 것”

■이기원 금호1동 행정복지센터 주무관

“나중에 다른 부서로 옮겨도 주민들이 알아볼 수 있는, 기억에 남는 직원이 되고 싶습니다.”

작년 8월 행정동 업무를 처음 맡게 된 이기원 광주 서구 금호1동 행정복지센터 주무관(35)의 새해 포부다.

서구청 행정지원과에서 2년간 근무하던 이 주무관은 작년 8월 금호1동 행정복지센터로 자리를 옮겼다. 이 주무관은 주민자치회가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행정적 지원 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며, 지자체와 협력이 필요한 경우 주민들과의 소통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주무관은 작년 10월 금호동 청년회, 주민자치회 등과 함께 금호1동 먹자골목에서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디제잉 공연을 개최하는 등 상권 활성화를 위한 주민자치사업 지원에도 힘쓰고 있다.

그는 “행정동에서 근무하면서 주민들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소통하다보니 활기가 넘쳐 재미있다”며 “특히 주민들이 직접 사업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모습을 보며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민들이 고충이나 바라는 점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주민의 일원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나중에 다른 부서로 이동하더라도 ‘예전에도 일 잘하고 친절했던 직원이었는데 어디 가서도 잘하고 있더라’고 기억할 수 있도록 올해도 열심히 뛰어다니겠다”고 밝혔다.

박춘훈 남구청 푸른길도서관 팀장

◇“새해엔 제2 인생 펼칠 것”

■박춘훈 남구청 푸른길도서관 팀장

“저에게 정년은 제 2의 인생을 펼칠 기회가 온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1991년부터 공직 생활을 시작해 내년 6월 공로연수를 앞두고 있는 박춘훈 남구청 도서관과 푸른길도서관 팀장(59)의 이야기다.

박 팀장은 지난 1991년 서울 은평구, 서초구 등에서 근무하다 지난 2000년 고향 인근에서 근무하고자 남구청으로 오게 됐다.

남구청에서 근무를 시작하고 세무, 건축, 재난관리, 위생, 교통, 복지, 지역경제 등 다양한 부서를 거친 박 팀장은 어느 분야에서든 탁월한 업무 해결 능력을 가진 베테랑 공무원이다.

이처럼 숨 가쁘게 달려왔지만, 공무원으로서 하고 싶은 일들을 모두 하지 못하고 마무리 지어 아쉬움이 남기도 하다.

박 팀장은 “서울과 광주의 재정자립도 차이는 곧 예산으로 직결되면서 민원이나 사업의 추진 속도가 다를 수 밖에 없었다”며 “공무원으로서 추진하고 싶은 사업이 예산 문제로 속도가 늦춰지거나 멈춰질 때 주민들께 죄송하고 스스로 아쉬웠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평소 취미를 통해 전기 관련 업으로 제 2의 인생을 펼칠 준비를 하고 있다.

박 팀장은 “노후 대비를 위해 전기 관련 산업기사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다”며 “평소 취미가 가전제품 수리 및 제조 등이라서 접근성은 쉬웠지만, 나이가 있다보니 좀처럼 시험에 진도가 더디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30년을 돌이켜보면, 걸어온 길이 만족스럽지는 않다”며 “이제 막 사회의 첫 걸음을 걷는 청년들은 미래에 후회하지 않도록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다 이뤘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경란 전남대학교 자율전공학부 예술경영학과

◇“학업적 전문성 갖추고 싶어”

■최경란 전남대학교 예술경영학과

“지금까지의 경험을 토대로 학문적으로 전문성을 갖추겠다.”

전남대학교 자율전공학부에서 예술경영을 공부하고 있는 대학생 최경란(23)씨는 새해에는 심도 있게 학문을 파고들어 전문성을 갖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지난 2020년부터 예술 공부를 시작한 최 씨는 올해 글 짓기, 스트릿 댄스 등 전공과 관련된 공부를 배우면서 숨가쁘게 달렸다.

예술이면 생각만해도 가슴이 뛰는 최 씨는 벌써부터 학업과 관련된 배움 활동으로 내년도 일정이 가득하다.

최 씨는 “예술이란 내 자신의 자아를 찾는 과정 중 하나라고 생각하며 배움에 끝이 없고 흥미있는 학문이다”며 “학문을 배우는 과정이 즐겁고 특별했다. 새해는 이 경험을 토대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역량을 쌓을 것이다”고 말했다.

최 씨의 새해 소망은 직업의 안정성과 가치관의 성장이다.

최씨는 내년도 교류학생을 신청해 서울로 상경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춤의 움직임을 더 세밀하고 견고하게 연습하고, 미술과 문학 작품을 직접 체험해 견문을 넓힐 생각이다.

또 음악, 글, 전시 등 미적 작품 창조 활동을 포함해 유럽 등에 방문하면서 동서양의 예술을 배운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최씨는 “더 넓고 다양한 분야에서 예술을 체험해 가치관과 직업의식을 성숙하게 만들고 싶다”며 “예술과 문화의 강국인 한국의 위상에 걸맞게 성장하는 것이 목표다”고 말했다.

한보람 광주·전남지방병무청 복무관리과 주무관

◇“코로나 종식 일상회복 소망”

■한보람 광주·전남지방병무청 복무관리과 주무관

“코로나19가 종식되고 다시 생활이 원상복귀 되기를 바랍니다.”

광주·전남지방병무청에서 8년째 공직생활 중인 한보람 복무관리과 주무관(35·여)의 소망이다.

한 주무관은 지난 2015년 병무청에 임용된 뒤 예비군, 현역 군인, 사회복무요원 등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는 이들을 위한 업무를 담당했다.

매년 국방의 의무를 위해 헌신하는 사람들과 직접적으로 소통하고 민원을 해결한 한 주무관 본인 스스로도 업무에 대한 자긍심이 고취됐다.

한 주무관은 “병무청이라는 곳은 국가의 안보와도 직결되는 곳이라서 더욱 하는 일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며 “광주와 전남 지역에서 국방을 수행하는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민원을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주무관은 지난 3년 동안 코로나19로 인해 주변인들이 아프고 힘든 상황을 여럿 지켜봤다. 이 때문에 한 주무관은 오는 2023년에는 코로나19가 종식되고 모두가 일상을 회복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한 주무관은 “지금까지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지루했지만, 최근 3년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이 아프고 힘든 것을 보며 일상의 평범함이 얼마나 중요한 지 깨달았다”며 “건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의 얼굴과 표정에 생기가 다시 돌아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연말 바쁜 시기에 코로나19 감염으로 격리돼 업무 수행을 하지 못해 직장 동료들께 미안한 마음이다”며 “새해부터는 경제 회복과 함께 모든 사람들이 무탈하게 평범한 일상을 다시 되찾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민찬기·김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