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보여지는 것만 믿는다. 그렇다 보면 때론 선입견에 가려져 중요한 것을 놓치기도 한다. ‘보이는 것이 전부일까’라는 의문의 해답을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지난 1일 양림미술관에서 개막한 김영일 여덟 번째 개인전 ‘Cognition(인식)’이다. 지난해 5월 이후 8개월 여만에 열리는 작가의 개인전이자 세 번째 시리즈다.

김 작가는 그간 ‘표류하는 도시인’ 시리즈를 통해 도시와 인간의 정체성에 대해 탐구해왔다. 이번 전시는 김 작가가 기존에 선보였던 시리즈들과는 다르다. 기존에는 사회적 통념 속에 맞춰가는 군중의 시선이었다면 현재는 오로지 개인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실존주의와 개념과 추상 등 다양한 장르의 회화 26점을 공개하고 있다.

김 작가의 과거 작품은 쇼핑몰의 쇼윈도, 도시 풍경처럼 한눈에 봐도 대상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보는 이에 따라 작품이 달리 해석된다. 작가 또한 작품 속 그림의 모티브를 알려주지 않는다. 관람객 스스로가 각자의 경험과 시각을 토대로 사물을 인식하는 과정을 직접 경험하도록 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보여지는 것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는 깨달음을 전한다.

인간의 인식과정은 시각 80%와 타 감각기관 20%를 사용한다. 익숙한 이미지는 평소 알고 있던 기억과 지식을 바탕으로 사물의 이름을 떠올리게 된다. 김 작가는 이러한 사실을 기반으로 4년간 작업했다.

김영일 ‘Cognition3’

실제 갤러리에 걸린 작품 모두 보는 이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 있다. 주황색과 파란색의 결이 겹쳐 퍼져있는 ‘Cognition 2’는 마치 불새 같다. 파란색과 검정색 등이 적절하게 어우러져 굴곡을 이루는 ‘Cognition 21’은 바람에 나부끼는 발레리나의 치마 같다. 보는 관점을 조금 다르게 하니 색색의 물감이 물속에 풀어지는 형상 같기도 하다.

‘Cognition 20’과 ‘Cognition 20_1’ 두 작품은 식물을 심어놓은 화분의 모습이다. 조금 다른 것이 있다면 ‘Cognition 20’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바라본 사물의 모습이다. 사물의 형태와 색이 또렷하다.

반면, ‘Cognition 20_1’은 빛이 모아져 화분과 식물의 형상을 갖춘 모습이다.

양림미술관에서 만난 김 작가는 “우리는 보이는 것이 전부라고 오해하곤 한다”며 “그것은 잘못된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Cognition 20’와 ‘Cognition 20_1’ 작품을 구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 빛에 사물이 반사되는 형태의 모습이 본연의 모습일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며 “이번 전시를 기회로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근본적 인식에서 벗어나 하나의 사물도 다양하게 볼 수 있다는 생각의 전환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나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