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오전 4시께 70대 여성 A씨는 남구 봉선동 모 마트 길가에 내놓은 쓰레기봉투에서 쓰레기를 빼고 따로 종량제 봉투를 챙겼다. 주민들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힌 A씨는 “종량제 봉투 비용이라도 생활비에 보태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A씨의 남편과 아들은 무직이며, 세차장 청소원으로 일하며 홀로 생계를 책임지고 있었다.

#지난 4월 남구 임암동 한 편의점에서 30대 외국인 남성 B씨가 3,900원 상당의 장갑 1켤레를 훔쳤다. B씨는 사건 당일 본국에 있는 어머니가 아프다는 소식에 정신이 없어 무의식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취업비자(E9)로 입국해 일하던 B씨는 건강이 좋지 않아 일을 쉬고 있었다. 담당경찰은 금액이 소액이고 배상한 점과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범죄이력이 없는 점 등을 토대로 즉결심판을 건의했다.



지속적인 물가 상승과 경기 불황에 시달려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고 범죄를 저지르는 생계형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생계형 범죄에 대해 복지 제도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환경 구축도 동반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18일 광주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3년간(2020년~2023년 6월) 광주 지역에서 경미범죄심사위원회에 회부된 심사대상자는 421명이다.

연도별로는 2020년 109명, 2021년 94명, 2022년 159명, 2023년 6월까지 59명으로 코로나19 이후 약 1.5배 급증했다. 이들은 모두 처분감경이 결정됐다.

경미범죄심사위는 경미한 형사 사건이나 생계형 범죄자를 대상으로 범행 동기와 연령, 피해 정도, 피해자의 처벌 의사 등을 종합해 감경 여부를 심사하는 제도다. 매월 1회 열리며, 경찰서장과 변호사, 지자체 관계자 등이 심사에 참여한다.

심의를 거친 사건은 즉결심판 및 훈방 조치 등으로 감경한다.

이처럼 경미범죄 사례가 급증한 데에는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불황이 이어지면서 생활고에 시달리는 취약계층이 늘고 우발적 범행이 증가한 영향이 크다.

한 경찰관계자는 “경미범죄 사례를 살펴보면 대부분 생활여건이 좋지 않아 우발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며 “경찰에서는 경미범죄심사가 어느 정도 정착이 돼서 처벌을 감경하고 있는데, 사회적 지원 등 복지가 개선돼 범죄를 사전 예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광주시의 경우 타 광역시보다 높은 자영업 비율에 코로나19로 줄폐업이 이어지면서 차상위 계층과 저소득층의 경계 수준에 있던 중산층이 몰락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광주시의 기초생활수급자는 2020년 8만 4,762명에서 2021년 9만 1,548명, 2022년 9만 3,153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갈수록 취약계층이 증가하면서 사회적 복지 서비스와 경제적 자립 지원 제도 등을 세밀하게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주섭 광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광주에 수많은 복지·자립 제도가 구축됐지만 취약계층과 생계형 범죄가 갈수록 증가하면서 제도에 빈틈이 있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며 “통합돌봄 서비스 등 복지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고 있는 것은 좋지만, 사회적 현상에 경각심을 갖고 중간 과정마다 세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