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 쌀값이 9개월 연속 하락하면서 쌀값 안정을 위한 정부의 근본적인 대책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4일 전남도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80kg 쌀 한 가마니 가격은 18만3,960원으로 지난해 수확기(10월) 21만222원보다 2만6,262원이 하락했다.

쌀값은 지난해 10월 정점을 찍은 이후 11월 19만9,760원으로 20만원선이 무너졌고 올해 4월 19만1,203원으로 19만원대를 유지하다 5월 18만9,400원, 6월 18만8,141원으로 9개월 연속 내리막 중이다.

쌀값 하락이 지속되자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정부에서 5만톤을 추가로 매입하고, 농협 중심의 적극적 판매촉진을 통해 총 15만톤 규모의 시장격리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쌀값 안정대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쌀값 안정대책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는 엇갈리고 있다.

정부는 2023년산 민간물량 5만톤 매입으로 가격 하락이 멈출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농민과 RPC(미곡종합처리장) 등에서는 단경기(7~9월) 쌀값 상승이 이뤄지더라도 재고가 해소되지 않으면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 전남지역 쌀 재고물량은 17만9,000톤으로 지난해보다 89% 증가했고, 전국적으로는 64만1,000톤이 쌓여있다. 이는 전년 대비 64% 늘어난 수치다.

이에 RPC와 농민단체 등은 쌀값 하락에 따른 농업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10만톤 이상 추가 격리, 전략작물직불제 등 벼 재배면적 감축을 위한 쌀 적정생산 정책 확대, 매년 발표하는 쌀 생산량, 소비량 등 양곡 통계 품질 높이기 등을 요구하고 있다.

광주·전남 통합 미곡종합처리장협의회 김용경 회장은 “농산물은 수요·공급에 따라 가격이 형성되는데 쌀은 재고가 많기 때문에 가격이 하락할 수 밖에 없다”며 “정부와 농협에 부담해야하는 금융비용 때문에 RPC에서도 울며 겨자먹기로 저가로 방출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고량으로 인한 농가의 피해는 당장 없겠지만, 본격적인 수확시기가 되면 수매 가격이 떨어져 농민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정부가 10만톤 이상 시장격리를 해야 쌀 가격이 안정세에 접어들 것”이라며 “정부의 매입예정 물량이 농업계 요구량의 3분의1 수준에 불과한데다 해마다 반복되는 땜질식 처방에 가까워 식량안보 차원의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8월 조생종 햅쌀 수확을 시작으로 3개월 앞으로 다가온 벼 수확기를 앞둔 상황에서 재고량을 소진하지 못할 경우 쌀 보관 창고 여석 확보조차 어려워 올해 생산된 벼 수매에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전농 광주전남연맹 정학철 사무처장은 “윤석열 정부가 지난해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거부하면서 쌀값 20만원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지만 20만원은 커녕 18만원대까지 떨어졌다”며 “최소 20만톤은 시장격리를 해야만 쌀값이 안정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남도 관계자는 “최근 정부가 5만톤을 매입했는데 이걸로는 역부족인 만큼 10만톤을 추가로 시장격리 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며 “농식품부와 국회에 쌀값 안정을 위한 추가 격리를 꾸준하게 요청하면서 현장과도 긴밀한 소통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