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글로벌모터스(GGM)에서 생산하는 캐스퍼EV가 전기차 대중화시대를 개척할 모델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경차 혜택을 포기하면서까지 크기를 키워 NCM 배터리, 첨단안전장치, 새로운 디자인언어 등을 담아내 환골탈태했다는 평가다.

이러한 흐름에서 광주시는 미래차 국가산단 유치라는 쾌거와 함께 하드웨어 중심의 자동차에서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기반(SDV)의 자동차로 격변하는 미래차 전환시대의 어젠다를 주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광주 모빌리티 정책의 특징 중 하나는 첨단기술과 역사, 사람이 정책 중심에 있다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작년에 개최된 광주 미래차 선포식의 행사 도입이 광주 역사로 시작했다는 것과 광주글로벌모터스가 지닌 상생 가치는 기술과 사람, 공동체 중심의 서사를 완성한다.

2천년 전 마한사람들이 살았던 신창동에서 가장 오래된 수레(우마차) 바퀴가 출토되었고, 그 수레바퀴가 아시아차, 기아, GGM, 금호타이어와 금호고속의 도시로 연결되었다.

그리고 그 도시에서 미래차를 선도하는 비전을 선포한다는 것은 자동차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역사적 당위에 기반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선언과도 같다.

2개 브랜드 자동차 생산기지를 보유한 유일한 도시, 대한민국 제2의 자동차 생산도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실물 바퀴가 출토된 역사도시, 운수-타이어-배터리-인공지능과 같은 각종 가치사슬이 엮인 광주는 미래차 도시로 성장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광주는 이천년의 자동차 도시라는 스펙트럼을 지니고 있다. 신창동의 마한부터 1946년 광주택시(금호고속), 1960년 금호타이어, 1965년 아시아자동차(기아), 2019년 광주글로벌모터스로 이어지는 축적된 광주의 역사는 Made in 광주, Made by 광주라는 지역브랜드로 발전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마한을 살펴보면, 중국 위나라의 역사를 다룬 위략, 삼국지 위서 동이전의 기록에서 기원전 194년경 한반도에 한 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공간적으로는 경기, 충청, 호남권에 54개 소국으로 분포했었고, 시간적으로는 마한 소국 중 하나인 백제의 확장에 따라 3세기대 경기, 4세기대에 충청과 전북, 6세기대에는 광주·전남의 마한이 백제에 병합된 것으로 연구되고 있다.

2022년 광주시의 연구용역에 따르면 광주와 전남지역의 마한문화유산은 620개소이며, 이 중 광주는 103개소로 나주의 155개소에 이어 두 번째로 마한유산이 많은 도시이다. 이 중에서도 대표적인 문화유산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이자 오래된 마한유물이 쏟아진 신창동유적이다.

본격적인 발굴조사가 진행된 1992년 그 해에 이례적으로 가장 높은 문화유산 등급인 국가지정문화유산(사적)으로 지정된다. 당시로서는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던 유물이 쏟아져 중요성이 인정되었기 때문이다. 바퀴축, 바퀴살, 신발골, 목검, 쌀 퇴적층, 비단, 베틀, 활과 화살촉 등 유물 대부분이 우리나라 최고·최초라는 수식어가 붙는 고고학의 대발견이었다. 이 중에서도 수레(우마차) 바퀴는 우리나라 교통사에 있어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수레를 단순한 교통수단의 등장으로만 설명하기는 부족한 것 같다. 수레의 운영은 곧은 길을 만들고 운용할 수 있는 집단이 존재하여야 하고, 야생동물을 가축화할 수 있는 노하우가 세대를 거쳐 이어질 수 있어야 하며, 전문공방을 운영할 수 있을 정도의 사회 수준과 잉여산물의 유통과 교역이 자유로운 고도화된 공동체 등 복합인프라가 뒷받침되어야 실현될 수 있다.

2천년 전 영산강을 따라 곧게 뻗은 길 위로 깃털부채를 든 신창동의 마한 수장이 마차를 타고 내달리는 것을 상상해 본다. 그 땅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이 만든 자동차가 옛 마차길을 이어달린다. 광주의 미래차가 내어놓은 길은 이제 남도를 잇고, 대구와 부산으로 뻗어 남부 거대경제권의 대동맥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이처럼 마한의 역사가 현재의 유산이 되고 미래의 자산이 되는 현장에 있을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시공간을 초월한 마한유전자로 묶인 광주 마한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