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한 바람 맞으며 맥주 한 모금 마시니 더위가 싹 날아가네요.”

지난 27일 오후 광주 동구 충장로5가 일대. 도깨비 여름 비어(beer) 축제장에는 찜통더위를 피하기 위한 시민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축제장은 충장로 한가운데 놓인 포장마차를 기준으로 양쪽 150m 구간에 50여개의 테이블이 마련됐는데, 축제가 시작되자마자 방문객들로 가득찼다.

이날 충장5가상인회가 마련한 안주는 1~2만원, 맥주는 4병 1만원 등으로 저렴한 가격에 먹거리를 즐길 수 있었다.

한 시민은 부채질을 하면서 “충장로 일대가 오히려 집보다 더 시원하다”며 같이 온 친구들과 맥주를 들이켜며 더위를 식혔다.

도깨비 여름 비어 축제는 ‘2024 충장 라온페스타’의 일환으로 진행됐으며, 지난 26일부터 이틀간 1,500여명의 시민이 방문했다.

동구는 충장로 상권을 부활시키기 위해 지난 6월부터 매달 마지막 주 주말에 상권별 특화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축제는 충장로의 상징이기도 한 ‘도깨비 골목’에 무더위를 날릴 야시장 컨셉까지 더하면서 시민들의 발걸음을 사로잡았다.

축제장의 가장 큰 인기는 맥주였다. 전날부터 이틀간 팔린 맥주는 2,000여병에 달했다.

무안군에서 왔다는 서선숙씨(46·여)는 “습하고 더운 날씨에 집에만 있으면 덥다 보니 밖으로 나오게 됐다”며 “충장로는 어렸을 적 추억도 많아서 찾아왔다. 밤에 야시장 컨셉으로 축제를 하다보니 볼거리도 많고 더위도 피할 수 있어서 1석2조였다”고 말했다.

축제장은 먹거리 뿐만 아니라 다양한 체험공간도 마련됐다.

충장로4·5가 청년들이 준비한 플리마켓에서는 페이스페인팅과 향초 판매 등이 이뤄졌고 메인 무대에는 맥주 빨리마시기대회, 도깨비 노래자랑, 도깨비 DJ디스코쇼 등이 펼쳐져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특히 도깨비 노래자랑은 사전신청 없이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진행됐는데, 노래를 부르려는 시민들이 번호표를 뽑고 기다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조선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강민주씨(22·여)는 “광주에서는 야외에서 술을 먹는 분위기가 흔치 않고, 선선한 바람을 느끼며 더위를 날리기 위해 친구들과 방문했다”며 “단순히 먹고 마시는 것이 아니라 디제잉 공연이나 체험 부스가 마련돼 시간가는 줄 몰랐다”고 전했다.

박영수 전 충장로상인회장(74)은 “충장 라온페스타를 통해 충장로가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도록 상인회원 모두가 노력하고 있다”면서 “이번 행사에는 생각보다 많은 시민이 방문했다. 앞으로도 시민들이 보고 즐기며 머무를 수 있는 충장로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