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반발 등으로 수차례 무산된 광주 자원회수시설 (소각장) 최적 후보지로 광산구 삼거동이 선정됐다.

광주시는 접근성, 행정 절차 단축, 환경 훼손 최소화 등 종합 평가를 통해 결정된 1순위 지역에 대해 중앙부처 평가를 진행하는 등 향후 절차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광주시 자원회수시설 입지선정위원회는 23일 광산구 삼거동을 비롯해 서구 서창동, 광산구 동산동·지평동 등 4곳의 입지 후보지를 대상으로 현장 답사, 전문기관 평가 등을 거쳐 최종 순위를 결정했다.

평가 결과 광산구 삼거동은 88.6점으로 최고점을 받았고 광산구 동산동 80.6점, 광산구 지평동 80.1점, 서구 서창동 75.9점이 뒤를 이었다.

삼거동은 자원회수시설 특성상 처리과정에서 발생하는 소각열을 활용할 수 있는 산업단지(빛그린, 미래차)가 인접해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또 부지 경계를 기준으로 왕복 4차선 도로에 인접하고 있어 접근성과 진입 여건도 우수하다.

이밖에 국토환경성평가등급상 자연환경 훼손을 최소화 할 수 있고, 개발제한구역인 타 후보지와 비교했을때 관리지역으로 행정절차를 1~2년 단축시킬 수 있다.

광주시는 폐기물시설촉진법 규정에 따라 다음달 중순께 ‘입지후보지 타당성 조사 과정 및 결과’등을 시 홈페이지와 관보, 일간지에 공고할 예정이다.

이후 환경부에 입지 후보지를 제출한 뒤 6~7개월간의 전략환경평가를 거쳐 최종 입지 후보지를 확정한다.

전략환경영향평가는 환경부 산하 영산강환경청유역환경청이 수행하며 시는 빠르면 내년 하반기에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광주시는 2030년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조치에 대비해 총사업비 3,240억원을 들여 하루 650t을 처리할 수 있는 자원회수시설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주민 반대, 부지 요건 미충족, 지자체의 소극 행정 등으로 사업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다.

지난해 4월 진행된 1차 공모에서는 6곳의 후보지가 응모요건 등을 미충족해 무산됐다.

같은해 12월 2차 공모 당시에는 후보지역의 거센 주민 반대로 인해 제동이 걸렸다. 이 과정에서 지역 주민 여론을 의식한 자치단체의 소극 행정이 건립 사업 추진을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시는 생활폐기물의 처리책임이 있는 자치구와 함께 ‘선 자치구 신청, 후 시 사업 추진’이라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해 3차 공모를 진행했다.

우여곡절 끝에 자원회수시설 건립 사업이 본 궤도에 올랐지만 주민 수용성 제고는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최적 후보지로 선정된 광산구 지역에서는 자원회수시설 건립을 두고 찬반 여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광주 광산구 원로 및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은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안이 있다면 쓰레기소각장 설치를 반대하겠지만, 대안을 마련할 수 없기에 광주지역 생활쓰레기 해결을 위해 설치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반면 광산구 농촌마을 주민들은 “우리는 식량 안보를 지키고 환경을 지키며 살고 싶다”며 “농협 간부들이 소각장을 유치하겠다며 동의서를 받는 일까지 벌어지는 등 주민 간 갈등으로 인심 좋은 마을 공동체가 파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농민들은 “소각장 유치 대가로 얻는 지원금이나 문화시설 따위가 우리는 필요 없다”며 “장소가 마땅치 않다면 시청광장에나 설치하라”고 강조했다.

광주시는 건립 후보지 300미터 이내 주민 과반수 이상 찬성 동의를 기본 공모 요건으로 삼았고 평가 과정에서 주민 의견 등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최종 입지 선정 과정은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추진 과정에서 주민 반대가 거세지고 환경부의 전략환경평가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광주시는 공모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등 2029년 완공·시험가동, 2030년 본 가동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정현윤 광주시 기후환경국장은 “사업 완료시까지 건립 찬성과 반대 의견은 지속적으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며 “주민 설득·협의 등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해 건립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자원회수시설 최종 입지를 관할하는 자치구에는 600억원 이상의 편의시설 설치비와 500억원 이상의 특별지원금 등 혜택이 주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