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참사로 직장동료 등을 잃은 전남지역 지자체들이 침통한 분위기 속에 새해 업무를 시작했다.

일부 지자체들은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시무식 등을 취소·축소하고, 시무식 대신 헌충탑을 참배했다.

화순군은 2일 “국가 애도기간으로 정해진 오는 4일까지 시무식을 포함한 모든 행사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이번 참사로 화순군에서는 전·현직 공무원 8명을 포함 군민 13명이 희생됐다. 전·현직 공무원 8명은 10여년 전 이서면사무소에서 근무한 인연으로 시작한 계모임 회원들이었다. 이들은 계모임 소속 직원의 퇴직을 앞두고 다 같이 여행을 떠났다 변을 당했다.

사고 소식에 화순군청은 침통한 분위기다. 이번 참사로 사망한 공무원들의 책상에는 동료·후배들이 남긴 추모의 꽃과 메시지가 적힌 포스트잇이 가득했다.

한 동료 직원은 “따뜻한 인품과 능력 모두 후배들에게 인정받는 상사였다. 아직도 사고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과장님의 빈자리가 그 어느 때 보다 크게 느껴진다”며 눈물을 훔쳤다.

또 다른 직원은 “직원들 모두 사고 소식에 놀라고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일부 직원들은 사고 소식을 묻는 전화 등을 받지 않고 있으며 관련 내용에 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같이 일한 동료 직원 중 일부는 충격에 밥도 먹지 못할 정도로 힘겨워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친자매 공무원 2명과 시민 등 이번 참사로 14명이 희생된 목포시의 새해 첫 업무개시일 상황도 화순군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목포시는 이날 오전 시청 회의실에서 간부 공무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시무식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이름만 시무식이었을 뿐 간부공무원들만 참석해 규모가 대폭 축소된 희생자 추모의 자리였다.

박홍률 목포시장은 이 자리에서 “제주항공 참사로 고인이 된 공무원 등 14명의 시민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장례절차 등 유가족 지원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침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희생된 자매가 근무했던 사무실 책상 위엔 동료들이 헌화한 여러 송이의 흰 국화와 애도 글들만이 처연하게 이들의 넋을 위로하고 있었다.

한 동료 직원은 “민원이 끊이지 않는 업무를 담당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던 동료의 얼굴이 지금도 떠오른다”며 “조카들과 함께 크리스마스 여행을 다녀오겠다고 떠났는데 이런 사고를 당하다니 하늘도 참 무심하다”며 채 말을 잇지 못했다.

또 다른 직원도 “어수선한 분위기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지만 그렇다고 마냥 일손을 놓고 있을 순 없지 않느냐”며 “다시는 이런 불행한 일이 재발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염원하기도 했다.

이번 제주항공 참사 희생이 광주·전남지역에 집중된 탓에 대부분의 지자체들이 시무식을 최소 또는 축소한 채 추모 분위기 속에서 새해 업무를 시작했다.

이번 참사로 지역민 2명이 희생된 신안군은 이날 오전 박우량 신안군수와 이상주 신안군의회의장, 압해읍 사회단체장, 실과소장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충혼탑을 참배하는 일정으로 시무식을 대신했다.

황애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