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과대학 증원에 반발한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이 장기화되면서 지역 의대들의 학사일정 파행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광주·전남 거점 국립대인 전남대의 경우 의정 갈등 여파로 졸업식을 취소했고, 조선대는 졸업생 4명이 참여하는 미니 졸업식으로 대체해 지역 의료체계 전반에 암울한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또한 새학기를 앞두고 전남대 의대의 복학 신청 비율이 극히 저조한 것으로 나타나 집단 휴학이 장기화될 경우 의료인력 양성에 심각한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5일 지역 대학가에 따르면 전남대는 지난해 의대생 집단 휴학으로 졸업생을 배출하지 못하자 전기 학위수여식을 열지 않기로 했다.

전남대 의대가 의대생 집단 휴학으로 인해 수여식을 열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1944년 5월 광주의학전문학교로 개교한 이후 첫 사례다. 전남대 전체 학과의 전기 학위수여식은 오는 26일로, 의과대학만 제외됐다.

대학 관계자는 “지난해 집단 휴학으로 인해 수업이 이뤄지지 못했다”며 “올해 의대 졸업생이 없어 졸업식을 열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조선대도 오는 19일 의대 졸업생 4명만 참여한 가운데 전기 학위수여식을 열기로 했다.통상 의대 졸업생은 간호학과와 같이 여는데, 지난해 대다수 본과 4학년이 휴학한 탓에 간호학과 졸업식 위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의대생은 의예과 1~2학년을 마친 뒤 본과(의학과) 4학년을 졸업하면 의사 국가고시 응시 자격이 주어지며 전공의들은 인턴 1년, 레지던트 3~4년 등 수련을 거친 뒤 시험을 통해 전문의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하지만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이 장기화되면서 의료인력 배출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국회 교육위원회 소속)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의과대학 학생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기준 전남대 의예과·의학과 재적생 736명 가운데 휴학생은 699명으로 집계됐다.

학년별 휴학생은 의예과 1학년 122명, 의예과 2학년 117명, 의학과 1학년 120명, 의학과 2학년 123명, 의학과 3학년 105명, 의학과 4학년 112명 등이다. 특히 재적생 가운데 1학기 복학 신청 학생은 의예과 4명, 의학과 4명 등 총 8명에 불과했다. 이중 의예과 1학년은 재적생 128명 가운데 3명에 그쳤고, 의사 국가고시 응시 대상자인 의학과 4학년은 재적생 113명 중 단 1명 뿐이었다.

조선대는 지난해 휴학생을 포함한 의대생의 복학 신청을 오는 14일까지 온라인을 통해 1차로 접수받고 있다. 다만 의대생들이 ‘의대 증원 백지화’라는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어 복학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앞서 조선대는 지난해 11월 총장 결재를 거쳐 의대 재적생 750명 중 676명의 휴학을 승인했다.

작년 2학기 당시 수업에 참여한 의대생은 재적생 중 약 2.5%에 불과했다.

조선대 관계자는 “복학 신청의 경우 의과대학 수업일수 4분의 1안에서 가능하기 때문에 다음 달 말까지 복학을 신청하면 된다”고 말했다.

한편 교육부는 의정 갈등에 따른 의대 교육 부실화 우려와 관련해 이달 중으로 2025학년도 의대 교육 종합대책을 마련해 발표하기로 했다.

최환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