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에서 골목길까지 제설 작업을 해주면 좋겠어요. 아이들이 등하교 하는데 너무 위험합니다.”

5일 오전 9시께 광주 서구 치평동 금호초등학교 후문 골목길은 가파른 경사로 겨울철 항상 어려움을 겪는 곳이다. 밤새 내린 눈으로 도로는 온통 빙판길로 변했고, 미흡한 대비로 시민의 불편이 이어지고 있었다. 골목길을 오르내리는 차량은 거북이처럼 느린 속도로 움직였고, 보행자들은 넘어지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게 발을 옮겼다.

이날 금호초등학교 후문 골목길에는 차량이 눈길에 미끄러지는 아찔한 상황이 여러 차례 연출됐다.

한 SUV 차량은 언덕길을 오르다 바퀴가 헛돌아 다른 차량에 양해를 구하고 다시 후진해 내려가기도 했다. 골목길을 내려가던 차량이 브레이크가 밀리며 눈길에 정체된 차량과 사고가 날 뻔한 상황도 발생했다. 1시간 동안 10여 대의 차량이 골목길을 통행하던 중 빙판길에 헛돌면서 차가 좌우로 흔들리는 현상이 목격됐다.

50대 남성이 눈길에 미끄러졌고, 커피를 사 가던 20대 남성도 눈길에 미끄러져 넘어지기도 했다. 다행히 큰 부상은 없었지만, 주변에서 지켜보던 시민들은 “큰일 날 뻔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금호초등학교 정문에서 만난 시민 김모씨(42)는 “아이들이 학교 갈 때 미끄러질까 봐 걱정돼 아침부터 정문 앞 골목길을 쓸었다”며 “골목길은 제설 작업이 전혀 안 돼 있어 위험하다”고 말했다.

서구 치평동 주민 이모씨(52)는 “대로변은 제설 차량이 한번 다니면 눈이 녹아 없어지지만, 골목길의 경우 지역 주민들이 제설 작업을 하지 않을 경우 금세 빙판길로 변해 다니기 힘들다”며 “제설 차량으로 골목길도 제설 작업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전 11시께 동구 지산2동 한 골목에서는 눈길에 미끄러진 차량이 도로 난간을 넘어 밭으로 추락할 위험도 있었다. 당시 주변에 있던 시민들은 놀라 차량에 다가가 운전자에게 괜찮은지 확인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동부소방서 지산119안전센터 인근 도로에서도 눈길에 차량 바퀴가 헛돌면서 불법 주차된 차량과 충돌할 뻔하기도 했다.

오후 시간이 되면서 날씨가 따뜻해져 일부 눈이 녹았지만, 골목길과 인도의 위험한 상황은 여전했다.

골목길 곳곳에서는 거주민들이 개인적으로 구비한 제설 장비로 눈을 치우는 모습은 종종 볼 수 있었지만, 구청에서 나온 제설 인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날 광주지역에 12.5㎝ 눈이 내렸지만, 이면도로의 제설 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시민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었다. 주요 도로의 경우 각 구청이 제설 차량을 이용해 제설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좁은 골목길이나 이면도로는 제설 작업이 미흡해 차량과 보행자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서구는 도로 폭을 기준으로 구청과 동별 제설 구간을 나눠 진행하고 있다. 제설 차량 운영이 힘든 8m 미만의 이면도로 등 골목길은 각 동행정복지센터가 담당하고, 그 이상인 주도로에 대해서는 구청 제설 차량을 이용하고 있다.

이날도 서구청은 제설 차량 4대를 동원해 교대 근무로 제설 작업을 진행했지만, 8m 미만의 이면도로 등 골목길 제설은 각 동과 주민들이 직접 하는 실정으로 골목길 곳곳이 빙판길로 남아 있어 안전사고의 위험이 높은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서구청 관계자는 “이면도로는 주차 문제로 제설 차량 진입이 어렵고, 제설제 살포 시 차량에 흠집이 생길 수 있어 차량 수리비 배상 민원이 들어와 제설 작업에 어려움이 있다”며 “각 동에서 자체적으로 제설 작업을 하고 있지만, 모든 이면도로를 완벽하게 제설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번처럼 눈이 많이 내릴 경우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도 중요하다. 번거롭겠지만 나와 이웃의 안전을 위해 관심을 갖고 내 집 앞 눈쓸기에 적극 동참해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지난 3일부터 광주·전남지역에 내리기 시작한 눈은 6일 오후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가 7일 오전부터 다시 이어질 것으로 예보됐다.

5일 광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6일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10도~영하 4도, 낮 최고기온은 영상 2~영상 4도가 되겠다. 이날 오전까지 예상 적설량은 광주·전남서부 3~10㎝(많은 곳 15㎝ 이상), 전남동부 1~5㎝다. 이어 7일에도 광주·전남에 3~8㎝, 많은 곳은 10㎝ 이상 눈이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광주기상청 관계자는 “광주와 전남 대부분 지역에서 0도 내외로 낮겠고, 바람도 강하게 불면서 체감온도는 더욱 낮아 매우 춥겠다”며 “면역력이 약한 노약자와 어린이는 가급적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눈이 내려 쌓여있는 지역 빙판길과 도로에서는 살얼음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수민 기자

4일 오전 광주 서구 쌍촌동 금호초등학교 인근 골목길에 밤새 내린 눈으로 인해 조심스럽게 올라오던 흰색 SUV 차량이 눈길에 바퀴가 헛돌면서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멈춰 섰다.